202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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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 명탐정 간부지 | 범인은 우리 안에 있다!

강호 명탐정 간부지(侠探简不知, Ancient Det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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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 명탐정 간부지(侠探简不知, 2020) | 범인은 우리 안에 있다!

강호 명탐정 간부지(侠探简不知, Ancient Detective)

추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범인은 우리 안에 있다’라고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탐정의 의미심장한 말에 설레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때부터 생각이 길건 짧건, 머리가 좋건 나쁘건 모두가 탐정이 된다. 모두가 탐정이 되어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누가 범인일까?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나의 침침한 눈은 주인 손에 들린 간식을 쳐다보는 강아지의 커다란 눈동자처럼 탐정 역할을 맡은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빛이 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온갖 잡동사니들이 제 좋을 대로 나뒹구는 방안 구석구석을 훤히 비춰 한창 게으름에 탐닉 중인 잡동사니들을 부끄럽게 할 정도로 강렬한 빛은 아니 되지만, 화면 속 탐정의 손짓 • 발짓과 동선을 놓칠 정도는 아니다.

이 순간만큼은 화면 속 탐정과 나는 하나가 되고자 하며, 그렇게 그와 난 우리 중에 숨어 있는 영악한 범인을 추출하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 힘을 합친다. 그렇게 우린 둘도 없는 우정을 뽐내고, 한편으론 서로의 식견과 지혜에 탄복한다. 그렇게 우린 교묘한 트릭에 음흉하게 숨어 있는 범인을 끝끝내 색출해낸다(소소한 힌트를 준다면 이야기 흐름과는 상관없이 살짝살짝 비춰주는 화면에 뭐가 보이는지 자세히 봐라. 그것이 바로 단서다!)

강호 명탐정 간부지(侠探简不知, Ancient Detective)

한마디로 「강호 명탐정 간부지(侠探简不知)」는 무지막지하게 재밌는 무협 추리 드라마다.

등장인물의 성격을 판박이처럼 드러내는 탁월한 캐스팅, 매회를 거듭할수록 빠져들게 하는 배우들의 매혹적인 연기, 때때로 아름답고 우아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사실적이고 ─ 기존 무협 드라마에 비하면 상당히 ─ 절제된 무협 액션, 제한된 단서와 무궁한 상상력만으로 범인 찾는 것을 즐기는 사색적인 추리 마니아를 현혹할만한 사건들, 농익은 단풍잎처럼 강호 분위기가 고혹적으로 물들어있는 무대와 배경, 이야기의 구도를 한방에 뒤집어엎는 마지막 반전. 그리고 기타 등등.

혹시라도 내가 놓친 것이 있을까 봐 안절부절못할 따름이다.

강호 명탐정 간부지(侠探简不知, Ancient Detective)

다소 아쉬운 것은 ‘범인 찾기 놀이’는 한월산장(寒月山庄), 괴뢰도, 두견만(杜鹃湾) 에피소드를 끝으로 그 달콤했던 여정을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이후는 주인공 간부지(简不知)가 8년 전에 일어난 아버지 죽음에 얽힌 피비린내 나는 비밀을 추적한다는 드라마 본연의 줄거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물론 앞의 세 에피소드가 그런 과정과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8년 전에 일어난 강호의 비극과 간부지 사이에 얽힌 엄청난 비밀을 밝혀내기 위한 첫 발걸음이었을 뿐이다.

강호 명탐정 간부지(侠探简不知, Ancient Detective)

재밌는 사실은 한월산장, 괴뢰도, 두견만 에피소드로 간부지가 얻는 아이템들이다. 이것은 마치 무협 RPG 게임을 이제 막 시작하는 초보자를 떠오르게 한다.

비상한 머리를 소유한 간부지일지라도 무공을 모르면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험난한 강호의 일상이다. 그래서 그가 처음으로 얻는 아이템은 조아환(赵我还)이다. 대협 지망생인 조아환은 RPG 게임에서 공짜로 주는 영웅 캐릭터가 그렇듯 처음엔 매우 허접하다. 힘만 세고 초식이랄 것도 없는 그의 무공은 형편없다. 어딘가 모자란 듯하면서도 간부지에게만은 충직한 조아환은 훗날 무공비급을 획득함으로써 최고의 무사로 거듭난다. 잘 키운 R급 영웅이 SSR급 영웅 부럽지 않은 경우가 바로 조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간부지가 두 번째로 얻는 아이템은 전십칠(展十七)이다. 여기서 잠깐 십살문(十杀门) 출신의 자객 전십칠 역을 맡은 왕루오산(王若珊)의 눈빛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작은 체구 어디에서 그런 예리하면서도 냉혹한 눈빛이 나올 수 있는지 기이할 따름이다.

아무튼, 전십칠의 무공은 등장 시점에 이미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고수다. 그녀는 이야기 초반 조아환의 허접한 무공을 메꿔주는 SR급 영웅이다.

간부지가 세 번째로 얻는 아이템은 엽소소(叶笑笑)다.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엽소소를 처음 본 순간 ─ 엽소소 역을 맡은 ─ 두야페이(杜亚飞)의 걸쭉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중후한 목소리가 범상치 않게 느껴졌다. ‘이거 한 번 나오고 말기엔 정말 아까운 인물인데?’ 라고 생각했는데, 내 예감은 적중했다. 그는 간부지와 끝까지 함께 하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역시 인물 값을 한다.

이로써 4개의 직업을 가진 4명의 영웅이 갖춰진다. 팀원의 건강을 담당하는 힐러 엽소소, 근거리 데미지 딜러 역할을 맡는 자객 전십칠, 튼튼한 몸을 가진 탱커 조아환, 그리고 이들을 진두지휘하는 팀의 두뇌 간부지.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니 꽤 그럴듯하다. 이대로 던전 사냥을 나가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드라마 제작자들이 어지간히도 RPG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인가 보다.

모든 추리를 완성하고 범인을 지목할 때 시선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범인을 지목하는 간부지의 행동이 엉큼하기는 하지만, 「강호 명탐정 간부지(侠探简不知)」는 놓쳐서는 안 될 재밌는 드라마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또한, ─ 내가 중국 드라마를 많이 본 것이 아니라 그렇겠지만 ─ 중국 드라마가 이 정도까지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도 뜻밖이지만, 캐스팅된 배우 중 이제 막 연기 경력을 시작한 젊은 배우들이 많다는 점에서도 뜻밖이다. 간부지 시즌 2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만큼이나 이번 기회로 알게 된 배우들이 열연한 다른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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