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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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콘택트 | 외계생명체 탐사 리포트

First Contact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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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콘택트 | 마크 코프먼 | 외계생명체 탐사 리포트

하나의 태양계에서 하나의 생명의 기원은 요행일 수 있다. 두 가지 생명의 기원이 있다면 갑자기 생명은 더 이상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게 된다. 즉 우주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 된다. 그리고 만일 생명이 어느 곳에서든 평범한 것이라면, 지구에서와같이 진화하여 복잡한 생명체나 지적 생명체까지도 될 수 있으리라고 믿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 화성에 있는 하나의 작은 미생물이 우주의 생명을 이해하는 거대한 도약이 될 수 있다. (『퍼스트 콘택트』, 189쪽)

‘밤하늘의 빛나는 수많은 별’을 향한 내 이야기

내가 어렸을 땐 방학만 되면 외할머니가 계시는 (서울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는 않은) 시골로 내려가 꽤 시끌벅적한 몇 주일을 보내곤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이란 낭만적인 수식어는 그저 수식어로만 그치지는 않았던, 하늘이 지금보다 훨씬 푸르고 맑았던 시절이었다. 장마가 끝난 여름 밤에 창호지 바른 창살문을 활짝 열어 놓으면 적당히 습기를 머금은 풀과 흙벽에서는 풋풋하고 포근한 냄새가 흘러나와 밤손님처럼 방 문턱을 살포시 넘어 들어 온다. 그러면 모기장 안에서 괜히 설레면서 잠들지 못하고 있던 나는 대지의 냄새에 얼큰하게 취한다. 그리고 앙증맞은 풀벌레 소리는 자장가처럼 내 귓가를 맴돈다. 어쩌다 눈이 떠져 무심결에 밤하늘을 바라보면 정말 무수히 많은 별이 보란 듯이 그 빛나는 위용을 뽐낸다. 그런데 그때는 어렸었고 또한 무지했었기에 안타깝게도 그런 경이로운 우주를 바라보면서도 광활한 우주를 느끼지 못했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너무나 무심했던 나는 이 우주에서 우리가 홀로인지 아니면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호기심 역시 전혀 가지질 못했었다.

우주로까지 확장되는 생명의 기원을 밝히고 외계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지구형 행성을 찾으려는 수많은 과학자의 열정과 의지, 그리고 노력과 도전이 담긴 『퍼스트 콘택트(First Contact): 지구 너머 생명체를 탐사하는 과학자들의 도전기』를 읽는 지금은 도시에서 영영 사라져버린 ‘밤하늘의 빛나는 수많은 별’이 갑자기 그리워져 감상적인 글을 몇 자 끼적여 보았다.

First contact - scientific breakthroughs in the hunt for life beyond earth by Marc Kaufman
<지구인 중 누가 첫 만남의 영광을 차지할까?>

이제는 당당히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은 ‘우주생물학’

한때 외계생명체에 대한 의견은 종교 같은 믿음으로 치부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지한 과학적 탐구 대상이다 . 많은 과학자는 외계생명체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인류 과학사에 물이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시절이 있었듯, 단지 현재 인류의 과학적 능력과 공학적 기술이 외계생명체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뿐이라고 과학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우주생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 혹은 이쪽으로 관심이 많은 독자 중에서 저명한 과학자이자 우주생물학(Astrobiology)의 선구자인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이 남긴 ‘이 우주에서 우리 지구 생물만 산다면 그건 엄청난 공간의 낭비’라는 경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류는 우주에서 지구와 인류의 위치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때를 이미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언제가 목성의 위성 유로파나 지구 옆 동네에 있는 화성이든, 아니면 지구에서 수십 광년 이상 떨어진 다른 행성이든 넓고 넓은 우주 어딘가에서 외계생명체가 발견되는 날은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발견했을 때처럼 우주에서 인류의 위치가 재정립되는 날이 될 것이다. 또한, 그날은 예수의 재림을 맞이하는 광신도들처럼 전 지구가 흥분과 두려움으로 들끓는 날이 될 것이다.

대중의 눈높이로 현장감을 잘 살린 과학 도서

오늘 소개하는 책 『퍼스트 콘택트(First Contact)』는 머지않은 미래에 닥칠지도 모를 격동에 대한 마음의 준비로라도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하지만, 『퍼스트 콘택트』는 사실상 인류의 모든 학문을 포괄하는 우주생물학의 진척 상황을 총망라하고 있기 때문에 얇은 책 두께가 시사하듯 깊이는 떨어진다. 저자 마크 코프먼(Marc Kaufman) 역시 해당 분야의 과학자가 아니라 과학 전문기자이다. 반면에 기자답게 대중의 눈높이로 심오하다면 심오하다 할 수 있는 우주생물학을 탐구한 리포트이기에 그만큼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 도 있다. 특히 극단미생물을 추적하는 남아프리카 땅속 수 킬로미터 속의 광산에서부터 알래스카 화산관측소, 칠레 파라날에 있는 유럽 남반구 천문대(ESO), 캘리포니아 해트 크릭 SETI 관측소, 호주 쿠나바라브란에 있는 영국-호주 천문대 등 연구와 관측 현장을 발로 뛰는 기자 정신으로 취재함으로써 현장감을 매우 잘 살린 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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