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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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비호외전(飛狐外傳) | 원작보다 재밌다?

Drama Review |惟情难解, Side Story of Fox Vol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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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비호외전(飛狐外傳, 2022) | 원작보다 낫다!

결말만 놓고 보면 「비호외전」은 예 쉬안칭(叶炫清)이 부른 OST 「惟情难解(풀기 어려운 정?)」처럼 감미롭고도 슬픈 무협 드라마다. 주인공 호비 역을 맡은 배우 秦俊杰(진 준지에)가 촬영팀에 합류하기 전 오랜 시간 동안 무술 강사로부터 액션 기술과 승마를 배웠다는 노력이 전혀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무협 액션도 단연코 돋보이지만, 김용 작품에선 보기 드문 남자 주인공의 실연과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는 이미 결말을 아는 나조차도 기어코 애통함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게 만든다. 정말이지 OST의 슬픈 멜로디만으로도 나의 눈가는 물먹은 스펀지처럼 촉촉하게 젖어오는데, 젊은 연인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사별의 장면을 마냥 보고 있노라니 물먹은 스펀지를 꼭 쥐어짜듯 눈물이 주책없이 흘러나온다.

만독의 왕이 칠심해당(七心海棠)이라면, 인간 세상의 가장 무서운 독은 자신의 목숨조차 헌 짚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사랑이고 情이지 않겠는가?

아무튼, 드래곤볼이나 마블 히어로에서 신물 나게 본 초능력 판타지 액션이 아닌 도법과 검법과 권법이 정교하게 어우러지는 진정한 무협 액션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비호외전」은 놓쳐서는 안 되는 수작 무협 드라마다.

Drama Review |惟情难解, Side Story of Fox Volant
<금면불(金面佛) 묘인봉도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니>
Drama Review |惟情难解, Side Story of Fox Volant
<정영소 역을 맡은 邢菲(싱 페이)가 너무 예쁜 것이 흠이라면 흠>

알다시피 드라마 「비호외전(飛狐外傳, 2022)」은 동명의 김용 소설(소설 『비호외전(飛狐外傳)』 리뷰)을 각색한 작품인데, 생각보다 아주 많이 바뀌었다.

호비의 의협 행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원작과는 달리 드라마는 젊은 층을 의식해서인지 로맨스에 무게 중심이 다소 놓여있다. 특히 원작에선 흘러간 과거 이야기 정도로만 다루어졌던 ‘묘인봉, 남란, 전귀농’의 삼각관계는 ‘호비, 정영소, 원자의’ 삼각관계와 거의 맞먹을 정도로 비중 있게 다뤄진다(그만큼 빼먹은 이야기도 많다는 뜻인데 그중 원작에선 하이라이트 같은 장면이었던 장문인 대회가 대폭 축소된 것이 가장 아쉽다).

원작에서 남란은 배 아파서 낳은 딸아이가 ‘엄마, 엄마’ 하며 울며불며 매달려도 매몰차게 뿌리치는 그런 몹쓸 여자로 묘사되지만, 드라마에선 자식과 남편과 한 지붕 아래 사는 소박한 꿈을 꾸는 수더분한 아내로 나온다. 그녀는 세상 모두가 흠모하는 영웅의 아내로 사는 삶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며, 한편으론 하루하루가 늘 살얼음을 밟는 듯한 긴장으로 마음 편할 날이 없음을 보여준다.

가정의 일보다 강호의 일을 우선시하는 고지식한 묘인봉과 사랑에 굶주린 남란의 사이를 물이 스며들 듯 서서히 침투해오는 전귀농, 그리고 남편을 기다리는 일에 지쳐 전귀농에게 마음을 준 남란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Drama Review |惟情难解, Side Story of Fox Volant
<호일도 부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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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연적>

원작을 읽었을 땐 미처 몰랐었는데, 호일도 부부의 비극적인 죽음(원작과는 달리 이 장면이 여러 번 반복해서 등장하기 때문에 기억될 수 있었을 것)과 호비(호일도의 아들)와 정영소와의 사별의 상황이 불행하게도 상당히 비슷하다. 뛰어난 무공 자질과 함께 불행한 연애운조차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일까?

김용 소설 주인공 중 이처럼 연애 운이 없는 남자가 또 있을까? 이처럼 비련의 남주인공 역을 맡은 영웅이 또 있을까? 하는 통한의 장탄식이 오장육부를 일주하고도 몇 바퀴 더 돌 정도로 길게 흘러나왔다.

원작을 많이 수정한 만큼 감상하면서 내심 ‘혹시, 혹시’하는 기대가 없지 않았는데, 그 알량한 기대는 눈물겹도록 처절하게 깨졌으니 그저 숙연할 따름이다.

Drama Review |惟情难解, Side Story of Fox Volant
<이름 모를 단역들도 몇 컷을 위해 기꺼이 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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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눈물은 梁洁(리앙지에)의 눈물인가? 아니면 원자의의 눈물인가?>

배우 강수연은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 출연을 위해 삭발했었는데, 당시엔 그 ‘삭발’만 가지고도 화제가 될 정도로 배우의 삭발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지금도 그러하긴 한데, 생각해보면 배우가 연기를 위해 삭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무튼, 중국 드라마에선 단역 배우조차 삭발한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배우들의 직업 정신이 다른 나라보다 투철한 것일까? 아니면, 가발/분장 가격을 아끼려고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위로부터의 압력이 있는 것일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중국 배우들의 대량 삭발 열연은 중국 사극을 보는 맛에 처연한 무언가를 한층 더한다. 호비의 첫 번째 연인으로 등장하는 원자의 역을 맡은 배우 梁洁(리앙지에)는 마지막 에피소드 두 편을 위해 삭발했다. 무슨 더 할 말이 있겠는가?

Drama Review |惟情难解, Side Story of Fox Volant
<드라마를 위해 별도로 액션 기술을 배운 배우 秦俊杰(진 준지에)의 호쾌한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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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두 고수 호일도와 묘인봉의 대결>

많은 김용 팬들이 잊을만하면 리메이크되는 김용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심심치 않게 봐왔을 것이다. 그만큼 원작도 재밌고, 드라마도 재밌기 때문인데,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론 아직 김용의 원작을 뛰어넘는 드라마는 못 본 것 같다. 하지만, 이 별거 아닌 개인사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된 것 같다. 드라마 「비호외전」은 원작보다 더 재밌기 때문이다.

(각색 결과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원작을 조금 손봤다기보다는 아예 새로 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각색 수준이라,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야기 흐름이나 등장인물 관계 등을 이해하는데 매끄럽지 못한 대목이 꽤 있을 수 있지만, 배우들의 성의 있는 시원한 무협 액션에 비하면 그 정도는 흠도 아니다.

쩡쩡! 창창! 경쾌하고 묵직한 파공성을 내며 시청자를 향해 펼쳐지는 도법과 검법이 통쾌할 뿐만 아니라 일초식 일초식 그 변화 하나하나까지 수놓으려는 듯한 정교함은 가히 압권이다. 액션도 좋지만 연기도 좋고, 인물도 좋고, 화면도 좋고, OST도 좋다(그런데 번역은 개판!).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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