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키 데스데이(Freaky, 2020) | 오랜만에 보는 사람 동태, 그게 끝?
<지나가던 유령이 머무르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고택> |
시작은 「블라이 저택의 유령(The Haunting of Bly Manor)」 후속편을 찍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중후하고, 깊은 사연이 있는 유령 한 무리쯤은 너끈히 소화해내고도 남을 것 같은 고풍스러운 고택이 지루한 시간을 화들짝 달궈줄 뭔가를 기다리는 엉큼한 시청자를 사뿐히 반긴다.
<공포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 사람이 이렇게도 죽을 수 있구나~> |
「프리키 데스데이(Freaky)」는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듯 시작하자마자 또 다른 공포영화 「13일의 금요일(The Friday 13th)」 시리즈로 스타가 된 제이슨(Jason)의 상표인 하키 가면을 쓴 살인마가 포도주병을 목구멍에 쑤셔 넣고 병을 깨 사람을 죽이는 둥 잔인하다기보다는 방귀 뀌듯 피식 실소를 자아내는 살인 방법을 마치 신제품 발표하듯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분위기를 신방처럼 후끈 달군다.
<칼날만큼이나 예리한 눈매> |
한 백 명쯤은 너끈히 썰어버릴 것 같았던 초반 기세는 그것으로 끝이다.
고사이 지루함을 살짝 느끼며 어디 다른데 볼 것 없나 하는 생각으로 리모컨을 만지작거릴 때쯤 정육점에 이제 막 도착한 통돼지를 소매용 고기 조각으로 썰듯 테이블 톱으로 사람을 정확하게 반 토막 내는 장면과 ‘미국엔 이런 물건이 고등학교에도 있구나’하는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하는 냉각 물리치료 기기에서 사람을 동태처럼 얼려 죽이는 장면을 끝으로 이렇다 할 임팩트 있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식칼이야말로 만인의 흉기> |
흥이 오를 대로 오른 신랑이 짧지만, 옆집이 들썩일 정도로 격렬하게 한 타임 보내고 난 후 잠시 한숨 돌리었다가 첫날밤에 대한 예의이자 한편으론 남자의 자존심을 위해 한 타임 더 요동치고 그것을 끝으로 영영 곯아떨어진 격이랄까.
남자와 여자의 주체가 바뀐다는 설정은 여주인공 밀리(Millie) 역을 맡은 캐서린 뉴턴(Kathryn Newton)이 태어난 해에 개봉한 영화 「체인지(Change, 1997)」 때나 신선했지, 이후론 여기저기서 하도 써먹어서 푸르뎅뎅한 곰팡이가 피고도 남을법한 물린 소재다. 하지만, 소심하지만 ─ 어딘지 모르게 배우 문근영의 학창 시절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 귀여운 여학생과 사람을 마구 쳐 죽이는 사이코 살인마와 ‘체인징’ 한다는 약간의 변화가 다소간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
공포영화에 익숙한 사람은 이게 왜 ‘청소년 관람 불가’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난한 영화다. 공포영화라기보다는 재난영화(살인마와 몸이 뒤바뀌니 재난은 재난이다)에 비교될 수 있는 가족 사랑이 훈훈한 그런 영화다. 그러므로 모처럼의 가족애도 느껴보고, 종종 찾아오는 가족 간의 불화로 쌓인 스트레스를 통쾌하게 썰어줄 약간의 잔혹극도 보고 싶다면 나름 괜찮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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