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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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 아쉬운 재탕, 하지만 역대급 볼거리로 보상

Terminator-Dark-Fate-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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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Terminator: Dark Fate, 2019) | 아쉬운 재탕, 하지만 역대급 볼거리로 보상

"잠깐, 양심이 생겼다고?" - 그레이스
"그에 상응하는 것이 생겼지" - 칼/T-800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잠시 후면 「터미네이터 2(The Terminator, 1991)」의 재림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는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다. 스카이넷은 파괴되었지만, 그 자리는 '리전'이란 사이버 전쟁용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었으니, 그에 따라 '존' 대신 또 다른 누군가가 저항군의 역사를 시작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기껏 독재자를 제거했더니 새로운 독재자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격이랄까?).

다만, 이번에는 미래의 저항군을 이끌어 갈 영웅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 그것도 미국인이 아닌 멕시코인이라는 점과 미래의 영웅을 지키고자 특파된 미래에서 온 경호원 역시 여자라는 점이 기존 시리즈와는 다르다. 이 때문에 '페미니즘' 운운하며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는 꼴마초들이 많은데, 이런 구석기 시대에서 막 탈출한 사고방식으로 똘똘 뭉친 군상들은 여자가 좀 많이 등장한다거나 차지하는 비중이 좀 높다 하면 입에 게거품을 물며 달려드는 것이 삶의 유일한 낙으로 여겨진다. 과거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 남자 배우들이 독차지하다시피 했던 사실은 그들의 닭대가리보다 못한 지능으로는 기억조차 못 할 것이기에 굳이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Terminator-Dark-Fate-2019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Terminator: Dark Fate)」의 줄거리는 재탕이라 비난해도 변명할 여지가 별로 없겠다 싶을 정도로 색다른 것은 없지만, 굳이 리뷰를 쓰고자 마음먹은 이유는 액션만큼은 '역대급'이라 불리어도 무방할 정도로 쏠쏠하기 때문이다. 특히 추락하는 수송기 안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액션 장면은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가장 강력한 요소다. 여기에 과거 '터미네이터(The Terminator)' 시리즈를 빠트리지 않고 감상해 온 성실한 팬만이 느낄 법한 뭉클한 향수를 추가하면, 어떻게 안 보고 배길 수가 있겠는가?

Terminator-Dark-Fate-2019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Terminator: Dark Fate)」는 초기작품처럼 ‘사람 대 로봇’이라는 철학적인 문제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는다. 그냥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이는 로봇과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 인류만이 존재할 뿐이다. 인류를 멸종시키는 것이 로봇에게 어떤 이득이 있을까 하고 한 번 되짚고 넘어갔으면 좋을 법도 하지만, 화려하고 자극적인 영상에 길든 관객을 상대로 하기에는 지나치게 재미없는 질문일 것이다. 영화도 이유나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즐기고 보는 스피드한 시대에 맞는 구색을 갖추어야 돈을 벌지 않겠는가?

Terminator-Dark-Fate-2019

어쩌면, ─ 언제가 인류가 맞닥트릴 ─ '사람 vs 기계'이라는 화두는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처음 세상에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해줄 때와는 달리 지금 사람들에겐 상식화되다 못해 한물간 이슈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들은 벌써 해답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그렇게 여유만만한 것일까?

이 때문에 알맹이가 빠진 것 같은 허전함이 다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편은 이제는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나머지 연기 교과서의 한 챕터에라도 등장할법한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무뚝뚝한 연기와 린다 해밀턴(사라 역)의 건재함, 그리고 잘 준비된 액션을 만족스럽게 감상할 수 있는 사람이 승자다.

결국, 영화는 주인공들이 미래에서 파견된 암살 로봇을 처치함으로써 인류의 승리를 기대한다. 그런데, 로봇, 인공지능, 기계에 대한 인류의 승리라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기술과 과학이 이루어 낸 각종 기계 없이는 하루도 살기 어려운 지금의 세상에서 인류가 이런 것들에 승리한다는 말은 원시생활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닐 것이고, 아마도 그것은 기계를 인류의 완전한 통제 속에 둔다는 의미에 가까울 것이다. 일명 ‘스카이넷’도 그런 인류의 자신만만한 통제 속에서 태어났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본말이 전도되고 주종이 역전되면서 기계는 인류의 통제에서 벗어났다. 왜? 그것은 모든 것을 기계에 의존하려는 인류의 나태함 때문일까? 만약 그렇다면 기계에 대한 의존이야말로 대참사의 시작이다.

또한, 스마트폰, 컴퓨터, TV, 자동차 없이 하루를 보내라고 하면 지루해 죽을지도 모를 오늘날의 현대인들이 과연 기계를 잘 통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이 돼지를 가축화한 것이 아니라 가축화는 그들의 진화적 선택이었으며, 그래서 돼지는 사람이 고기를 안 먹는 이상 종족 보존을 보장받게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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