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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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이론: 도플갱어 살인 | 지적으로 우아한 영화

Coherence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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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이론: 도플갱어 살인(Coherence, 2013) |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적으로 우아한 영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뭔지 알아?"

어느 날 저녁, 에밀리와 그녀의 친구들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시간을 공유한다. 8명의 친구는 담소를 나누지 못해 죽은 귀신이라도 들린 듯 저녁을 기다리는 동안이나 식사 후에도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드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밤하늘을 유유히 헤엄쳐가는 혜성을 잠시 잊고 있었다.

Coherence movie scene
<유쾌한 저녁을 보내는 8명의 친구>

한창 이야기가 물이 오를 무렵, 이들의 우정을 질투한 누군가가 훼방이라도 놓듯 갑작스러운 정전이 발생한다. 잠시 당황한 이들은 누군가는 촛불을 밝히고 누군가는 야광봉을 준비하며 상황을 추스른다. 사실 이날 저녁은 아무런 충격도 가하지 않았는데 휴대전화 액정에 금이 가는가 하면 모두의 휴대전화가 불통이 되는 이상한 밤이기도 했다. 정전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려고 창밖을 기웃 들여다보던 이들은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유일하게 불이 켜진 집이 한 채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들은 일부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빌리고자 몇 명의 선발대를 조직한 다음 파란 야광봉을 들고 불이 켜진 집을 향해 나선다.

Coherence movie scene
<다른 집에서 가져온 상자 안에는 놀랍게도 자신들의 사진이!>

집에 남은 친구들이 한창 애간장을 태우며 선발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불이 켜진 집을 향해 나섰던 친구들은 구급상자 크기의 하얀 상자를 들고 돌아온다. 놀랍게도 상자 안에는 뒷면에 숫자가 적힌 8명의 사진이 탁구채와 함께 들어있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이 집 밖을 나간 사람들이 불이 켜진 집에서 본 것들이었다. 그 집에는 자신들과 똑같은 8명의 사람이 자신들처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Coherence movie scene
<에밀리 vs 에밀리>

서로의 존재를 몰랐을 땐 상관이 없지만, 자신의 도플갱어를 본다면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나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도플갱어 괴담을 평행 우주 이론에 접목한 미스터리, 공포, 그리고 SF라고도 할 수 있는 영화가 「평행이론: 도플갱어 살인(Coherence, 2013)」이다.

내 앞에 숫자 1에서 100까지 적힌 100장의 카드가 있고 그중 한 개만을 고른다고 치자. 만약 내가 숫자 1을 선택하면 숫자 1을 선택한 것이 나의 현실이다. 하지만, 평행 이론은 나머지 카드 99장을 각각 선택했을 때의 세계도 어딘가에서는 ‘현실’로서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즉, 이 경우에는 100개의 세계가 평행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평행으로 존재하기에 평소에는 서로 마주칠 일은 없다. 물론 이것은 매우 단순화한 경우의 수다. 한 사람의 인생만 놓고 봐도 선택과 우연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고, 그것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여기에 타인의 선택과 기회도 생각하면 평행한 세계는 무한의 수로 존재할 것이다.

영화는 평소에는 상호 작용하지 않는 평행한 세계의 경계가 혜성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붕괴한다고 가정한다. 매우 기발한 착상이지만, 다중 우주 이론이나 평행 우주 이론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론을 좀 안다면 정말 놀랍도록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영화로서는 드물게도 과학적 호기심까지 자극하는 지적으로도 우아한 영화다.

어딘가의 세계에서는 작금의 내 현실보다 더 잘 먹고 잘사는 ‘나’가 존재할 수 있으며, 또 다른 세계에서는 불행한 사고로 이미 죽은 ‘나’도 존재할 것이고, 밑바닥 계층에서 허우적대며 겨우 끼니를 때우는 궁핍한 ‘나’도 존재할 것이다. 만약 혜성의 영향이든, 아니면 다른 무언가의 힘으로 영화처럼 평행한 세계의 경계가 일시적으로 무너져 궁핍한 ‘나’가 잘사는 ‘나’의 존재를 눈치챈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영화 「평행이론: 도플갱어 살인(Coherence, 2013)」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을 가장 빨리 인지하고, 더불어 상황 정리까지 일찌감치 마친 에밀리가 겪는 딜레마로 대신할 수 있다. 초자연적 현상에 말리면서 공황 상태에 빠진 친구들과 불행한 저녁을 보내야 하는 에밀리와 초자연적 현상이 일어난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때론 모르는 게 약이다)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과 함께 있는 에밀리, 그녀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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