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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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석 삼국지 | 영화를 가장한 썰렁한 농담 모음?

movie review | New Interpretation Records of the Three Kingdoms | 영화를 가장한 썰렁한 농담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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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석 삼국지(新解釈・三國志, 2021) | 영화를 가장한 썰렁한 농담 모음?

movie review | New Interpretation Records of the Three Kingdoms | 영화를 가장한 썰렁한 농담 모음?
<'도원결의'가 '枠원결의'가 되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중국이 자부하는 고전 역사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후쿠다 유이치(福田雄一)라는 일본 감독이 재해석한 영화다. ‘신해석’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도 없다. 중국이 자랑하는 현군 유비는 징징대고 투덜대고 질질 짜는 지지리도 못난 장수로 나오고, 중국이 자랑하는 현자 제갈량은 마누라 치맛자락 끄는 소리만 들어도 쩔쩔매는 무능한 백수로 나온다.

이상야릇한 단어를 만들어 우스꽝스럽고 꼴불견인 것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기만 능력이 좋은 일본인 것을 고려하면, ‘신해석’이란 단어에 현혹되면 안 된다.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면 '병맛 삼국지'로써 후쿠다 감독이 제작한 영화를 단 한 편이라도 감상한 이력이 있는 비위좋은 시청자라면 그 ‘병맛’이 어떤 ‘병맛’인지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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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이런 '병맛'으로 들이대는 유비>

‘삼국지’ 자체가 사관이 아무리 부지런하게 먹을 갈고 붓을 갈겨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텍스트와 띄엄띄엄 기록된 사실들의 빈틈들을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으로 채운 역사소설인지라 그 내용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은 순전히 제 맘이다. 고로 삼국지를 가지고 어떤 영화를 만들든 그것은 전적으로 감독 마음이고 재량이다.

그런데 매우 매우 불량하고 오만하고 도발적인 역사의식을 가진 일본이 ‘삼국지’를 ‘병맛’으로 만들었다면, ‘신해석 • 재해석’ 운운하며 목젖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창작의 자유를 부르짖어도 곱게 봐줄 수가 없다. 곱게 봐주고 싶지도 않다.

단순히 웃자고 만든 영화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나를 나무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신해석’의 대상이 유비와 제갈량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이었다면 ‘영화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처럼 넘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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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이도 중시하는 일기토가 빠질 수 없다>

이런 고지식한 의견 따위는 쓰레기통에 처박아두고, 「신해석 삼국지(新解釈・三國志)」의 재미를 말하자면 그것은 첫째도 ‘병맛’이고 둘째도 ‘병맛’인데, 문제는 이 ‘병맛’의 강도가 감독의 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라면에 MSG가 빠진 것처럼 허전하다 못해 허탈할 지경이다.

아마 너무나 유명한 고전 작품이니만큼 차마 양심상, 혹은 눈치가 보여 감독 나름으로 ‘병맛’의 강도와 수위를 조심스럽게 조절했는데, 그게 생각대로 되지 못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가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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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고증적 절세미녀 초선, 일본은 위소보처럼 입만 살았어>

인류가 나은 위대한 고전이면서도 한편으론 중국의 자부심 같은 작품인 삼국지를 소재로 사용했음에도 이 영화가 중국 본토에 개봉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촬영 역시 일본에서만 행해졌다고 한다. 만약 후카다 감독이 크게 마음먹고 영화를 현지 촬영하는 용기를 발휘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중국인이 영화 내용을 알고 있었다면?

중국인의 남다른 시민의식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연일 터지는 불상사(?)로 인해 끝끝내 촬영을 마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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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부인과 제갈공명, 아쉽게도 칸나는 몇 장면 안 나온다>

제목과 감독만으로도 영화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대충 예상했으므로 영화를 감상해야겠다는 의지는 자장면 곱빼기와 탕수육 한 접시를 깨끗하게 비운 직후 군만두를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시큰둥했지만, 병맛 연기조차 땅이 흔들리고 하늘을 울렁거리게 할 정도로 귀엽기 짝이 없는 하시모토 칸나(橋本環奈)가 나온다기에 안 볼 수가 없었다. 그런 조촐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듯 그녀는 몇 장면 안 나왔으니 그녀에게 제대로 낚였다고 할까나?

‘삼국지’라는 제목에 혹했다가 속사포처럼 쏘아대지는 만담 같은 썰렁한 농담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허탈한 마음을 금치 못할 수도 있는 영화다. 콘셉트가 저속한 입담에 있는 만큼 웬만큼 후덕한 사람이 아니라면 끝까지 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영화를 가장한 재미있는 농담 모음이라는 ‘신해석’의 자세로 감상한다면 끝까지 못 볼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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