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1(American Horror Story: Murder House) | 유령의 집판 막장 드라마?
<드라마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집이란다> |
간단하게 말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집값 폭락에 크게 이바지하는 유령의 집에 새로 이사 온 한 가족이 겪는 다사다난한 이야기다.
이 말만 들으면 일부 사람들은 그저 기괴한 몰골의 유령이 나타나 초능력에 가까운 온갖 유령 짓을 해대며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여주는, 당하는 사람에겐 몹쓸 짓이지만 구경하는 사람에겐 그만큼 재밌는 것도 없는, 그런 교과서적인 유령의 집 레퍼토리를 떠올린다 해도 마냥 그들의 무지를 탓할 수 없는 것이 (공포물을 표방한) 많은 콘텐츠에서 써먹은 무난한 유령의 집 레퍼토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1」은 다르다. 이 드라마에 초빙된 유령의 집에서 일어나는 일만큼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를 구분 짓기 어려울 정도 일상과 거의 구분이 없다.
<이런 드라마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호러형 아이> |
<여기서 두 명은 시즌 2에서도 볼 수 있다> |
좋게 말하면 지금까지의 대부분 공포물에 통용되던 ‘유령은 낮을 피한다, 유령과 사람은 섹스할 수 없다, 유령은 그림자가 없다, 유령은 원한과 분노로 가득 찬 반미치광이다, 유령은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 등의 자질구레한 유령 규칙을 보기 좋게 허문다고 볼 수 있지만, 비판적으로 보면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가 모호해 ‘유령이 등장하는 공포 드라마’라기보다는 ‘될 대로 돼라’ 식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기존 콘텐츠와 차별화된 유령의 집을 제작하고자 하는 의도를 다분하게 느낄 수 있다면, 우리가 알던 그 친숙한 ‘유령’과는 꽤 벗어난 색다른 ‘유령의 집’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당신은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고 싶을 때가 없는가?> |
<이 남자가 마음에 들었다면, 시즌 2도 기대하라!> |
‘유령의 집’을 보는 다른 시선으로 본다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내용은 지극히 통속적이다 못해 짜증이 날 정도다. 불륜 • 질투 • 사이코패스 살인마 • 강간 • 집착 등등에서 비롯한 ‘유령의 집판 막장 드라마’라고 할까나?
정신을 못 차리는 바람둥이 남편과 엄마를 미친년으로 모는 재수 없는 딸, 임신한 것을 무기로 유부남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짜증 나는 년, 자기 엄마뻘 되는 여자를 강간하는 사이코패스 유령과 그런 유령과 섹스하면서 오르가슴을 느끼는 음탕한 아내 등 ‘못된 년 놀이’와 ‘못된 놈 놀이’가 두루 교차하는, 이 영혼을 황폐하시는 막장극을 보고 있노라면 나마저 돌아버릴 지경이다.
<막 이사 온 하몬 가족, 이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견딜만한 분위기?> |
<급기야 남편의 가슴을 칼로 무참히 찌르는 아내> |
영화든 드라마든 보통은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그래서 시청자는 누구에게 마음을 의지하고 한편으론 누구를 미워하는 등 선과 악의 구분이 확실한 편이지만,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1」은 그렇지 못하다. 누군가는 이런 점이 드라마를 감정적으로 차분히 감상할 수 없다는 점에서 괴로울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그리고 욕망의 충족 정도에 따라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하는 기회주의적이고 위선적인 우리의 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소름이 돋는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저 나쁜 새끼’, ‘저 죽일 년’이란 욕을 연신 쏟아내는 나라고 그들과 크게 다른가?
색다른 ‘유령의 집’, 그리고 ‘유령의 집판 막장 드라마’ 등은 제쳐두더라도 우리의 진짜 모습 일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탁월한 성격 묘사와 시시각각 변하는 복잡한 인물 관계,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탁월한 캐스팅과 탁월한 연기력 등 잘 만든 미국 드라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감탄은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1」에서도 여전하다. 이것이 가능했기에 고무찰흙 만지듯이, 그리고 악마가 유혹하듯 시청자의 감정을 유린하고 영혼을 혼란스럽게 하는 횡포가 가능할 것이다.
죽으면서 받은 고통과 상처를 산 사람에게 그대로 갚으려는 복수심으로 가득 찬 유령과 그런 악의 순환을 끊으려는 조금은 선량한 유령이 공존하는 집에서 파국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조금은 유쾌하지 않을뿐더러 보는 사람도 조금은 미칠 것 같은 드라마, 이것이 고통스럽다면 그냥 놔 버리자. 그러나 파탄 직전의 한 가족이 ‘유령의 집’에서 대단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화목을 되찾는다는, 포복절도할만한 엔딩 때문이라도 약간의 시련을 극복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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