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 페스트(Hell Fest, 2018) |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비운의 살인마
<살인마보다 더 무시무시한 공포 테마파크> |
핼러윈 축제처럼 사람들이 발정 난 개처럼 흥분해 날뛰는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혹은 영화 「헌트(Haunt)」의 살인 무대가 된 유령이 집처럼 폐쇄적이고 누군가 칼을 들고 손님을 위협해도 하등 이상한 것 없는 절호의 기회를 살인마가 애용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이 아니라 수많은 영화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오늘 추천하는 공포영화 역시 비슷한 줄거리지만, 그 무대가 유령의 집 같은 콩알만 한 공간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그런 콩알들이 사이좋게 모여 있는 ‘공포 테마파크’라는 훨씬 큰 규모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사뭇 눈길을 끈다.
<그는 오늘 몇 킬이나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
규모보다 더 의미심장한 것은 ‘공포 테마파크’의 뜻밖의 우수한 품질이다.
지금까지 살인마가 애용한 유령의 집이 연출한 공포 수준은 초등학생에게도 비웃음을 사고 남을 정도로 매우 시시껄렁한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엔 나름의 고충이 있다. 유령의 집이 살인마보다 더 무서우면 살인마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꼴이 된다.
살인마가 조잡한 유령의 집만 찾는 것은 그런 곳이 손님이 드물고 한적해 살인하기 좋다는 물리적 이유도 있지만, 엉성하고 유치한 유령의 집 소품과 비교하여 자신의 살인 기술을 돋보이게 만드는 전략도 숨어 있다.
<공포 최음제 이론을 설파하는 테일러> |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영화 「헬 페스트(Hell Fest)」의 무대가 되는 공포 테마파크는 그럴싸한 것을 넘어서 살인마보다 더 무섭다. 본말이 전도된 격이랄까? (달리 말하면 살인마나 죽는 사람에게 관객을 흥분시킬만한 슬래셔 액션이 부족했다고 할까나?) 이런 테마파크가 울 동네에 들어선다면 전 재산이라도 팔아 가고 싶을 정도다. 정말이지 지금까지 공포영화에 등장한 유령의 집 중 가장 잘 만들어진 고품질 무대다.
<그녀는 잠자리에서도 '빨리 끝내요'라고 말할까?> |
생각보다 IMDB 평점이 저조한 것에 놀랄 정도로 개인적으로 매우 재밌게 본 영화다. 결과적으로 살인마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볼썽사나운 처지로 전락했지만, 번데기의 재주가 매우 훌륭했으므로 살인마에게 동정을 품을 여지는 충분하고, 더불어 감상의 묘미도 나름 찾아낼 수 있다.
지랄발광할 정도로 공포를 좋아하는 테일러는 공포는 최음제라는 유식한 말을 남긴다. 생존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공포 앞에서 사람은 유전자가 부여한 본연의 임무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즉, 죽기 전에 한 마리의 씨라도 더 남기자. 진화심리학적으로 매우 그럴 듯하지 않은가?
끝으로 테마파크 직원이 아닌 진짜 살인마가 먹잇감을 난폭하게 다루는 모습을 손님에게 겁을 주기 위한 연출로 오인한 주인공 나탈리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내뱉은 시건방진 한마디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의 죽음을 갈망하게 만든다.
“빨리 끝내요.”
살인마가 자신의 숭고한 행위를 깡그리 무시하는 이 한마디를 듣고 속으로 얼마나 원통하고 허망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내 속이 다 타들어 갈 지경이다. 그것은 마치 이제 막 여자의 뜨끈하게 축축한 몸속으로 돌한 흥이 오를 대로 오른 남자가 여자로부터 같은 말을 들었을 때 느낄법한 좌절, 분노, 비애 등 그런 것이 순서 없이 뒤범벅된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슬픈 감정이지 않을까 싶다.
비록 보잘 것 없지만 광고 수익(Ad revenue)은 블로거의 콘텐츠 창작 의욕을 북돋우는 강장제이자 때론 하루하루를 이어주는 즐거움입니다
0 comments:
댓글 쓰기
댓글은 검토 후 게재됩니다.
본문이나 댓글을 정독하신 후 신중히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