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에프오(Extraterrestrial, 2014) | 외계인 납치 생존자가 없는 이유
<오랜만에 보는 마이클 아이언사이드(Michael Ironside) 그는노땅들의 추억 드라마 ‘V(브이)’에서 햄 타일러로 활약했다> |
로즈웰 사건 후 미국 정부와 외계인 사이에 비밀리 체결된 비공식 조약을 공식적으로 다룬 (내가 본 영화 중) 최초의 영화다. 그 조약의 내용인즉슨 외계인이 시민을 납치해 무슨 짓을 해도 미국 정부가 눈감아줄 뿐만 아니라 그 뒤처리(신뢰할만한 납치 생존자들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다!)까지 해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조약으로 미국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2차대전 후 미국이 731부대(속칭 마루타) 관련자들이 생체실험으로 얻은 자료를 미국에 넘겨주는 대가로 처벌을 받지 않은 것처럼 외계인의 생체실험 자료를 공유받는 것일까?
당연히 외계인 광신도의 헛소리나 음모론처럼 들리는 이 모든 것은 믿거나 말거나.
<하늘로 솟은 전화부스를 상상하며...> |
한국에서만 매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는 4천~5천 명의 실종자들은 어딘가에서 쥐도 모르게 (사고, 자살, 살해 등으로) 죽었거나, 인신매매, 장기매매 등의 범죄에 희생되었거나 등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것만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영화가 잘 만들어져서 그렇다기보다는 영화의 소재가 실종자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환기시켰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그들은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
정말 오랜만에 보는 외계인 납치 소재지만, 대략적인 흐름은 스펀지 같은 뇌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얼추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다소 평범하다.
혈기 왕성한 젊은 커플들이 외계인들에 납치당하기 딱 좋은 한적한 시골에 우연히 놀러 갔다가 우연히 불행스러운 일을 당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외계인 납치 문제를 미국과 외계인의 비밀 조약으로 상정한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할까나?
특별히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정부와 외계인이 체결한 비밀 조약 같은 음모론을 다룬 기삿거리나 소설은 인터넷에 널렸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든다.
<두 사람만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았지만...> |
외계인이 사람으로 생체실험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소문은 일본의 731부대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인류도 DNA가 가지고 장난할 정도인데 인류보다 지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더 뛰어난 존재가 그런 미련하고 무식한 방법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변태적인 취미 삼아 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발견의 시작은 역시 발자국> |
그런데 왜 외계인은 나쁜 존재로만 등장하는 것일까? 또한, 왜 외계인에게 끌려가는 것은 최악으로만 끝나는 것일까?
외계인을 사악한 존재로 표현하는 심리에는 미국인의 미련하고 낡은 종교관이 한몫했을 것이다. 미국인은 죽으면 영혼이 하늘로 간다고 믿는데 그곳에 외계인이 있었으니 놀랍고 당황스러울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에서 외계인은 천국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괘씸한 존재다. 여기에 이방인을 경계하는 사람의 본성까지 더해지면 끝장 다 본 셈이다.
한편 외계인에게 납치당하고 나서 암, 고질병, 불치병이 나았다던가, 초능력이 생겼다던가, 힘이 부쩍 세졌다던가, 이도 아니면 젊음을 되찾았다던가, 예뻐졌다던가 등등 외계인에게 납치당했더니 이런 좋은 일이 생겨 사람들이 너도나도 외계인에게 납치당하고자 야단법석을 일으키는 바람에 벌어지는 촌극을 다룬 코미디 영화도 괜찮을 것 같지 않은가? 아니면 벌써 만들어졌나?
이렇게 소가 풀 뜯어 먹는 한가한 생각은 외계인에게 납치당한 남자가 K-1 챔피언도 꼬꾸라트릴 것 같은 똥침으로 비명횡사하는 꼴을 보는 순간 쏙 들어가고 만다.
아무튼, 외계인 영화는 약간은 흐지부지하게 마무리되어야 그 나름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데, 「유에프오(Extraterrestrial)」 같은 경우는 볼 장 다 봤다는 듯, 아니면 관객의 상상력이 미덥지 못하다고 여겼는지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마치 아슬아슬한 섹시로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고 생각한 평범한 외모를 가진 여자가 최후의 수단인 나체로 남자의 시선이라도 잡아보겠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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