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렌디드: 다크 웹 | 호기심으로라도 얼쩡대지 마라!
"마타이어스는 살아야 하나?"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언프렌디드: 다크 웹(Unfriended: Dark Web)」은 영화 제목에서 쉽게 연상할 수 있듯 2014년 영화 Unfriended(언프렌디드)의 속편이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2014년 영화를 봤지만(하루하루 아스라이 저물어가는 나의 기억력은 믿지 못 할지라도 어떤 영화를 봤는지 기록해 온 문서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영화를 다 보고 이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기 전까진 전작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그만큼 몰입하면서 봤다고 얘기해야 할까? 아니면, 영화를 보고 나면 이야기고 나발이고 며칠만 지나면 영화를 본 것조차 잊어버리곤 하는 나의 못난 기억력을 탓해야 하나?
내 생각엔 IMDB 평점이 다소 몰인정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름 재밌게 봤다(내 생각엔 6점대 정도는 받아야 할 영화다). 컴퓨터를 끼고 사는 사람으로서 ‘컴퓨터 스크린 영화(Computer screen movie)’라는 새로운 영화 장르가 은근히 발산하는 참신함은 충분히 인정할만하다. 특히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macOS의 데스크톱 테마를 보고 있노라면, 당분간 ‘컴퓨터 스크린 영화’에서만큼은 Windows가 주연으로 등장할 일은 없어 보인다.
사건의 발단은 누군가 사이버 카페(미국에선 피시방을 이렇게 부르는가 보다)에서 잃어버린, 혹은 잊고 놔두고 간 노트북에서부터 시작한다. 노트북 사양은 누구라도 군침을 흘릴만한 Apple MacBook Pro(2014). 영화 속 시기를 2018년이라고 쳐도 4년이나 뒤처진 노트북이 뭐가 그리 탐나겠냐고 힐난할 수도 있지만, 노트북은 ‘Intel Core i7-4870HQ, Retina 해상도, 16G Ram, 1TB SSD, Geforce GT 750M’으로 2020년 현역으로 사용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사양이다. 초기 구매가 기준으로 3000달러짜리 노트북을 주슨 셈인데, 땡잡은 것이 아니고 무엇이다는 말이냐. 거기다 성능은 둘째치고 그 날씬하고 우아한 디자인만으로도 보는 사람의 기를 기어코 꺾으면서 한편으론 소유하고 싶은 충동을 확 불사르는 감각적인 제품이 바로 애플이 아니었던가?
나라도 이런 노트북이 인적 드문 곳에 방치된 것을 우연히 발견한다면 도시 한복판에서 코끼리를 보는 것처럼 그냥 못 본 척 지나가기는 불가능하다. 그 순간 흑심에 사로잡혀 짧고 긴 갈등의 늪에 빠질 것은 유난히 물욕에 약한 우리로서는 당연지사. 하물며 자신의 낮은 컴퓨터 사양 때문에 일부러 사이버 카페에서 작업하는 프로그래머 마티아스의 심정이라면 어떠하겠는가? 그런 고로 마티아스가 오랜 시간 찾아가지 않은 노트북을 슬쩍하는 일을 두고 그를 두둔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방하기도 어렵다. 누군가에겐 3000달러짜리 노트북이 껌값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어마어마한 횡재이지 않겠는가!
문제는 주워온 노트북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려고 한 마티아스의 경박함과 담방대면서 남의 일에 함부로 끼어든 점이다. 물론 1TB를 가득 채운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동영상들은 요즘처럼 연인들의 매우 은밀하면서도 원색적이고 사적인 행위를 찍은 동영상이 공공연하게 인터넷에 유포되는 시대에 관음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뿐만 아니라 위조지폐, 무기 암거래, 청부살인, 마약 거래, 아동 포르노 거래 같은 위험한 범죄가 지밀하게 거론되는 다크 웹(Dark Web)이라는 악마적인 유혹도 쉽게 물리치기는 어려울 듯싶다.
그렇다 하더라도 해서는 안 될 짓을 했을 때, 혹은 봐서는 안 될 것을 봤을 때의 결과나 대가를 생각한다면 이 모든 것이 마티아스의 부덕이다. 하지만, 마티아스가 문 미끼는 최소한 마티아스의 처지에선 단박에 물리치기는 어려운 달콤한 악마의 속사임이었다는 점에서 운명의 여신은 짓궂었다.
아무튼, 영화의 무참한 살육은 한 사람의 부덕, 혹은 한 사람의 순간적인 실수가 빚어낸 결말치곤 참으로 참혹하기 그지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원래 그런 맛에 보는 것이 공포영화이지 않겠는가? 합당한 동기를 가졌든, 합당하지 않은 동기를 가졌든, 혹은 이유가 있든 없든 간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우리의 억압된 뭔가를 다소나마 해소하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한편으론, 그런 결말은 역겹고 혐오스럽지만 그런데도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잔인한 쾌감의 극치를 선사하는 영화 「호스텔(Hostel)」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재밌는 점은 호스텔(Hostel)에선 유혹 • 납치로 시작해 감금 • 학대 • 고문 • 살인으로 연결되는 범죄의 과정 대부분이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지만, 「언프렌디드: 다크 웹」은 그 과정 중 상당수가 네트워크로 옮겨졌다는 점이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범죄에 동원되는 수법도 변할 수밖에 없겠지만, 인터넷은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범죄자들이 뿌려놓은 떡밥에 낚이는 불특정 다수도 많을 것이다. 참말로 아찔하다.
영화 「언프렌디드: 다크 웹」에서 다크 웹에서 은둔하는 범죄자들은 공격 목표가 된 사람들의 컴퓨터를 해킹하여 개인 정보를 빼내거나, 컴퓨터의 사용 권한을 탈취해 범죄에 악용한다. 영화는 이런 해킹 기술의 하나로 포트 스캐닝(Port scanning), 취약점 공격(exploit)의 일종인 drillbit를 이용해 상대 컴퓨터를 장악한다. 물론 이것들은 우리로서는 헤아릴 수조차 없는 다양하고 복잡한 해킹 기술 중 빙산의 일각이다. 하지만, 이 두 공격만큼은 방화벽(firewall)과 얼마 전에 블로그에 소개한 OSArmor 같은 무료 프로그램으로도 방어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자.
끝으로 영화는 이렇게 경고하는 듯하다. 다크 웹은 호기심으로라도 얼쩡거리지 마라, 그러다 별거 아닌 인생마저 누군가에게 ‘차단’당하는 참극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연히 주슨 노트북은 돌려줄 것 아니라면 안티포렌식(anti-forensic) 프로그램으로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깨끗하게 삭제한 다음 사용하자(이렇게 해도 해커가 추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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