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It, 2017) | 풍선처럼 떠다니는 두려움의 발목을 잡아라!
“같이 놀자, 에디. 너도 떠다니게 될 거야. 거기선 모두가 떠다녀.” - 광대
호러 작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열여덟 번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그것(It, 2017)」. 이미 오래전에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피의 피에로(Stephen King's It, 1990)」라는 TV 영화가 나왔었고, 2017년도 작품에 비해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2017년에 출시한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빌의 동생 죠지가 실종된 시점, 즉 주인공 7명의 어린 시절만을 배경으로 삼은 데 반해 1990년에 출시한 영화는 주인공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아직도 제 버릇 고치지 못하는 광대를, 그들이 과거에 맹약한 대로 확실하게 처리(?)하는 내용까지 다루고 있다. 고로 「그것(It, 2017)」의 후속작은 주인공들이 어른으로 성장하여 데리로 돌아오는 시점부터 시작할 것 같다. 한편, 이 영화에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1(Stranger Things, 2016)」에서 마이크 휠러 역으로 인상적인 열연을 펼쳤던 핀 울프하드(Finn Wolfhard)가 리치 역할을 맡아 아역배우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영화 「그것(It, 2017)」가 시작하고 잠시, 노란 비옷을 입은 죠지가 빗물이 강물처럼 넘실대는 빗속으로 달려나간다. 죠지의 얼굴에는 장난스러운 기쁨이 잔뜩 서려 있었고, 작은 손에는 다정다감한 형 빌이 손수 만들어 준 종이 요트가 곧 있을 대항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죠지의 손에서 떠난 종이 요트는 미친 소처럼 날뛰는 파도 위에 투우사처럼 용감하게 올라탄 채 보란 듯이 내달린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보기 좋게 하수구에 빠지고, 죠지는 하수구 아래에서 불쑥 솟아난 낯선 광대 '페니와이즈'와 마주친다.
그날 이후로 죠지는 행방불명되고, 시간이 지나 죠지의 부모조차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며 찾기를 포기하고 있을 때, 아직 동생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 빌은 데리 시의 하수도 지도까지 꼼꼼하게 살펴보며 동생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그에게는 간혹 팀워크가 삐걱거리는 일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결국에 가서는 의리와 용기를 보여주는 ‘루저 클럽’이라 부르는 6명의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광대가 선물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환영에 압도당한 친구들은 죠지를 찾는 일에 함께해 달라는 빌의 요구가 무섭고 못마땅하다. 잠시 ‘의리’와 ‘보신’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그들. 하지만, 늘 그러했듯, 결국엔 친구들은 빌과 함께 죠지, 그리고 행방불명된 다른 친구들을 찾아 이미 오래전부터 아무도 살지 않는 어둡고 음침한 폐가로 들어선다.
광대에게 납치된 아이들은 풍선처럼 떠다닐 수 있다는 광대의 유혹에 쉽게 굴복한다. 아직도 난 공중을 붕붕 떠다니는, 혹은 슈퍼맨처럼 날아다니는 꿈을 자주 꾼다. 내 전생이 새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하늘을 나는 것이 인류의 원시적 욕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자주 혼동하는 (아마 이런 이유로 비현실적인 광대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현실의 외로움을 상상 속 친구와 우정을 나누는 것으로 달래는 것처럼 나 역시 비정하고 갑갑한 현실 세계를 어떻게든 벗어나고픈 무의식적 욕망의 발로로 그런 꿈을 자주 꾸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직 원작을 읽지는 못해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것(It, 2017)」은 최소한 원작이 지닌 명성에 걸맞은 재미 정도는 충분히 보장하는 영화. 풍선처럼 떠다니는 두려움의 발목을 확실히 붙잡아 두기에는 좀 부족한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마음에 간절하게 와 닿았다면, 상당히 볼만했던 'It(miniseries, 1990)'를 감상하며 속편을 기다릴 것을 추천한다. 7명의 아역 배우들도 꽤 괜찮았는데, 과연 누가 그들의 뒤를 이을지도 자못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한) 영혼을 먹고 사는 악마가 있다면, (「그것(It, 2017)」 속 광대처럼) 두려움을 먹고 사는 괴물도 충분히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일부러 두려움이나 공포심을 조장하여 대중을 지배하려는 그릇된 지배욕을 가진 사람은 숱하게 많지만 말이다. 그런데 ‘두려움’은 어떤 맛일까? 위대한 독재자들은 그 맛을 알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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