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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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으로 가는 길 | 법이 말살하고 사회가 묵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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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으로 가는 길(Road to Cheongsong Prison, 1990) | 법이 말살하고 사회가 묵인한 인간성 퇴보로 가는 길

"… 감식을 당했는디, 오늘 한번 죽을 텨?" - 감방장 "에라, 니가 죽이던지 살리던지 맘대로 해라" - 호주기

비행기처럼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교도소에서 석방되기가 무섭게 빠르게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로 비행기 이름인 '호주기'라는 별명이 붙은 이형철 노인.

청송으로 가는 길(Road to Cheongsong Prison) scene 01

거진 환갑이 다되어 출옥한 노인은 일자리도 얻지 못하고 마땅히 갈 곳도 머무를 곳도 없는 상태에서 배는 고프고 수중에 돈은 한 푼도 없고, 그래서 또다시 교도소 생각이 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마침 염소 한 마리가 눈에 띄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염소를 훔친다. 그리고 바람대로 덜미를 잡혀 경찰서로 인계된다.

청송으로 가는 길(Road to Cheongsong Prison) scene 02

그런데 새로 생긴 악랄하기 그지없는 사회보호법은 염소 한 마리를 훔친 노인을 전과 38범이라는 이유로 징역 12년을 선고한다. 객사하더라도 죽음만큼은 밖에서 맞이하고 싶은 노인의 남루한 소망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청송으로 가는 길(Road to Cheongsong Prison) scene 03

그 나라의 진짜 수준을 알고 싶으면 이따위 저따위 통계는 제쳐놓고 가장 낮은 소득 계층, 꺼리는 직업 계층, 그리고 죄수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를 보면 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날까? 돼지에게 진주목걸이를 걸어주고 양복을 쫙 빼 입히고 손에는 휴대전화기를 쥐여주고 다리에는 명품 구두를 신겨준다고 사람이 될까? 의식이 발전하지 못하면 100년이 지나도 인간성은 회복되지 못하고 인간적인 삶도 바랄 수 없다. 한국인이 경제력에 비해 행복지수가 턱없이 낮은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무튼, '한국의 피카소'이자 기인 중광 스님의 연기 자체가 설법인, 앞으로 한국 영화사에서 그 누구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명작.

이에 몇 마디 더 지껄인다면, 부자로 사는 것도, 고만고만하게 사는 것도, 감옥에서 썩는 것도, 다 사람이 사는 삶이고 인생이다. 그나마 이러한 극과 극의 부조리 속에서도 지진아 같은 불안한 질서가 그나마 유지되는 것은 부자건 거지건 권력이 있건 없건 결국 언젠가는 다 죽는다는 유일한 위안이 존재하기 때문. 그런데 미래에는 목숨도 돈과 권력에 비례하여 증가할지도 모르니, 150살을 사는 부자와 유치원도 못 가보고 굶어 죽는 아이 사이의 우주를 가로지르는 아찔한 틈새는 어찌 채워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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