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혜옥란(慈禧秘密生活, 1995) | 구숙정의 관능미!
<청초해 보이는 소녀가 궁중 암투 최후의 승자가 될 줄이야> |
구숙정(邱淑贞) 그녀는 개구쟁이 같은 발랄한 외모에서 발산되는 독특한 미모로서나, 배우로서의 장점이 외모만이 아니라는 것을 능히 인정하게 하는 연기력으로서나 임청하 같은 주연배우로서의 자질을 갖춘 것은 분명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를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킥킥 웃게 된다. 그것은 그녀가 웃기게 생겨서가 아니라 멀쩡하게 생긴 그녀를 웃음보따리의 제물로 삼은 코미디의 제왕 주성치 때문이다.
<토사구팽당하는 쓴 맛을 보는 공친왕(양가휘)> |
한국인에겐 구숙정은 주성치 영화의 막무가내식 코믹 분위기를 깜찍한 외모로 가라앉히거나 환기하는 사뭇 진지한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이판사판 격으로 주성치가 맡은 캐릭터 못지않게 뻔뻔하고 짓궂고 변덕스러운 코믹 캐릭터를 재치 있게 소화해낸 배우로서 더 알려져 있다(최소한 나에게는 그렇다).
그런 그녀가 생각보다 일찌감치 배우 생활을 접었으니 많은 팬의 억장을 무너트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혜옥란의 정적들, 이 중 한 명은 육수 재료가 된다> |
한마디로 나에게 구숙정은 주성치 영화를 보면 따라오는 깍두기 같은 배우였다. ‘기분도 우울한데 오랜만엔 주성치 영화나 다시 볼까?’ 하는 생각은 여러 차례 경험했지만, 이 문장에서 ‘구숙정’이 ‘주성치’를 대신한 적은 없었다. 왠지 모르게 그녀는 주성치란 거장이 드리운 거대한 그늘에 숨어버린 듯했다. 오늘 글도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외전혜옥란(慈禧秘密生活)」은 오직 구숙정을 보고 싶어 찾은 첫 번째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라는 이 한 마디를 그럴싸하게 내뱉기 위한 사전 공작이 오늘 리뷰의 절반을 차지하고 말았으니 위소보 못지않게 뻔뻔한 글이다.
<이보다 수위가 좀 더 높은 장면도 기대할 수 있다> |
「외전혜옥란(Lover of the Last Empress)」은 미스 홍콩에 참가할 정도로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지만, 그 미모로 어필하기보다는 장난기 가득한 재기 넘치는 연기로 우릴 즐겁게 했던 그 친근한 여동생 같던 구숙정의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연기를 만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품일 것이다.
영화는 혜옥란(훗날 서태후가 되는 여인)이 철부지 소녀 같은 궁녀에서 야심에 눈을 뜨고 수렴청정이라는 명분으로 권력을 독차지한 서태후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극이다. 막 궁녀가 되는 영화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가 아는 그 여동생 같았든 그녀가 후반엔 연적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끓는 물에 삶아 죽이는 악독한 여자가 되어 있는 모습이 역겹기보다는 오히려 당당하게 보일 정도로 궁궐의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엔 한 치의 양보도 자비란 있을 수 없다.
<이로써 48년 철권 통치의 서막이 열린다 > |
역사는 서태후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함풍제의 관심을 끌었다고 나오지만, 영화에서 혜옥란은 창녀로부터 비밀리에 전수 받은 방중술로 함풍제의 승은을 입게 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구숙정의 치명적인 교태와 농염한 자태는 필설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구숙정을 그리워하는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느 여배우가 어느 영화에서 벗었다더라!’ 같은 원색적인 입소문으로 관객 수를 채워보려는 감독의 음흉한 야심이 훤히 보이는 고만고만한 영화일 수도 있다.
끝으로 함풍제보다 먼저 옥란과 인연을 맺는 행운(?)을 누리는, 그래서 함풍제가 죽은 후 옥란과 뭔가 결실을 보지 않을까 했다가 끝내 토사구팽당하고 마는 함풍제의 이복동생 공친왕 역은 우울하고 쓸쓸한 미소가 매력적인 양가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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