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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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황, 이것만은 알고 먹자 | 중금속 오염

강황, 이것만은 알고 먹자 | 중금속 오염

지나가는 결에 아침 방송에서 ‘강황’에 대해 설교하듯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을 보았다. 사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먹고 말건 내 상관할 바 아니지만, TV에서 몸에 좋다고 언급한 식품은 그날 마트에서 동이 난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유난히 TV에 나오는 정보를 과대평가하거나 과하게 신임하는 경향이 있는 한국 사람 특성상 TV에서 말하지 않는, 혹은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역시나 놓치고 지나칠까 봐 하는 노파심에 몇 자 적어 보고자 한다.

사실 내가 볼 땐 강황은 대표적인 중금속 오염 식품 중 하나다. 그것은 강황이 문제라기 보다는 그것을 생산하는 국가, 즉 인도의 토지 오염과 그 나라의 식품 산업 환경의 문제지만, 아무튼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강황이 인도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먹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손수 설립한 식품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들을 검사하는 마이크 애덤스(Mike Adams)가 집필한 책 『음식의 역습(Food Forensics)』에는 강황 보조제에 납 3OOppb 이상이 검출되었다고 나온다. 마찬가지로 다른 인도산 향신료에도 중금속이 다수 검출되었다. 강황(혹은 강황의 뿌리줄기를 말린 심황) 가루의 중금속 오염 문제를 다룬 기사는 구글링하면 꽤 찾을 수 있다.

Ground Turmeric as a Source of Lead Exposure in the United States」 문서를 보면 심황에 과다하게 포함된 납 문제로 리콜이 된 제품들이 다수 있으며, 미국 어린이의 납 중독 문제도 언급되고 있다.

Tests Reveal Heavy Metals in Organic Turmeric Powder」 문서에는 인도의 경우 품질 기준이 아예 없으며, 충격적이게도 중금속 검출 결과에서 비소까지 검출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금가루처럼 생긴 이 수퍼푸드에 중금속이?>

아이러니하게도 강황의 주요 성분인 커큐민(curcumin)은 신체 내부에서 납의 킬레이트제 역할을 하며 뇌를 포함한 여러 기관에서 납으로 인한 부담을 상당히 줄여준다. 이런 이유로 설령 강황에 납이 포함되었더라도 강황의 킬레이트제 역할로 중화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참으로 모험적인 발상이다. 자신의 건강을 담보로 그것을 실험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그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판단이며, 그로 인한 결과 역시 본인의 책임이다.

만약 인도산이 아닌 강황을 구할 수 있다면 강황은 누구 말대로 수퍼푸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난 죽어도 인도산 강황을 먹어야 하겠다면 납 킬레이트제 역할을 하는 마늘 기름이나 참깨씨 기름과 같이 먹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카레를 즐겨 먹어왔고, 얼마 전까지 인스턴트 카레 라이스 가루로 직접 조리해서 먹기까지 했던 나로서는 강황이 중금속에 오염되었다는 보고서는 큰 충격이었다. 때론 내가 앓는 만성질환이 나에 대한 카레의 복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될 수 있는 대로 ‘강황’ 섭취를 약간은 자제하고 있다. 꼭 먹어야 할 음식도 아니고 내 식탐이 그렇게 강한 것도 아닌 데다가 아무거나 잘 먹는 나로서는 어떤 음식을 금하는 문제는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 다만, 이러한 사실을 매우 늦게 알게 된 것은 심히 유감스럽고 찝찝한 일이다.

그렇더라도 인스턴트 카레 식품에 함유된 강황의 양은 매우 적은 편이다(재밌게도 값이 비쌀수록 함유량은 늘어난다). 설령 이런 카레에 첨가된 강황이 중금속에 오염되었더라고 하더라도 (카레를 링거 꽂듯 달고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성인이라면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중금속이나 각종 화학물질에 가장 약하고 민감한 시기인) 성장기에 있는 아이나 (특히 아토피나 감기 등을 달고 사는 허약 체질이라면 더더욱) 오랜 기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카레를 섭취할 때 킬레이트제 역할을 하는 해산물 등과 함께 섭취하는 등 주의할 필요는 있다.

<언제봐도 먹음직스러운 카레>

중금속 오염은 체내에 축적되고 그로 말미암은 피해는 대부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증상 또한 원인을 확실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호하고 은은하게 우리의 몸을 갈아먹는다는 점에서 매우 무섭다. 분명 중금속 오염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지만, 이상하게도 식품에는 중금속 검사 결과가 표기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의도적인 방관일까? 아니면 모든 가공을 거쳐 최종적으로 우리 식탁에 오르는 식품에 포함된 중금속은 거론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미미한 양이기 때문일까? 혹은 식약청에 의해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기 때문일까? 더불어 우리가 철석같이 믿는 유기농 마크가 중금속에 대한 안전까지는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언급하고 싶다. 이렇게 놓고 보면 식품 안전에서 중금속은 완전한 이방인이거나, VIP라도 되는 것 같다.

노파심에 몇 자 적었지만, 이 글을 진지하게 읽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뭐, 그래도 상관은 없다. 나 또한 많은 사람의 먹거리 문제에 심히 간섭하고 싶지도 않거니와 내가 아는 얄팍한 정보로는 강황이나 심황이 첨가된 모든 식품이 중금속에 오염되었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또한,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하지 않는가? 그냥 아는 것만큼 잘 먹고 잘살다가 죽으면 그만이다. 고로 그냥 알고 있는 몇 가지 어줍잖은 사실에 대해, 그리고 그에 대한 내 생각을 시시한 의무감에 몇 자 적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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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1. 앗, 시중에서 파는 인스턴트 카레 종류가 그럼 모두 중금속에 오염된 상태라는 건가요?
    저와 막내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남편과 큰애는 정말 좋아하는데 큰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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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스턴트 카레 식품에 함유된 강황의 양은 매우 적기 때문에 설령 그 강황이 중금속에 오염되었더라고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주의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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