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0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 우리는 2% 네안데르탈인?

Neanderthal Man In Search of Lost Genomes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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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 스반테 페보 | 우리는 최소 2% 네안데르탈인?

따라서 우리는 아프리카 외부 사람들의 DNA 가운데 5퍼센트 이하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작지만 분명히 식별할 수 있는 비율이었다.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Neanderthal Man)』, p318)
생물권의 여러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생물권을 위협할 수 있게 되었다. 오직 인간만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과학자들이 직면한 가장 매혹적인 문제 중 하나이고, 어쩌면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Neanderthal Man)』, p337)

당신이 타임머신을 타고 4만 년 전의 지구로 돌아가 (당시로써는 꿈도 꿀 수 없는) 지성적인 외모와 매끈한 피부를 가진 당신에게 홀딱 반한 미스 네안데르탈(Neanderthal)과의 황홀하면서도 왠지 곤혹스러울 것 같은 첫날밤을 보낸다. 그러면 그 찝찝한 사랑의 결실도 볼 수 있을까? 다소 황당하면서도 흥미로운 질문이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대충 답을 추려보면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다른 종이라면 아기를 갖지 못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아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답할까? ‘미토콘드리아 이브(mitochondrial Eve)’의 발견으로 현생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을 밝힌 분자생물학은 4만여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뼛속에 담긴 DNA 분석에도 성공함으로써 아프리카를 벗어난 사람들의 DNA 가운데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약 2.5% 정도 남아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이 사실은 현생 인류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과정에서 비록 낮은 수준이지만, 네안데르탈인과 이종교배를 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과학적 증거이다. 고로 네안데르탈인은 인류에게 침팬지보다도 더욱 가까운 친척이다.

Neanderthal Man: In Search of Lost Genomes by Svante Pääbo
<재현한 네안데르탈인  여성, Bacon Cph / CC BY>

분자생물학자 스반테 페보(Svante Pääbo)가 집필한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Neanderthal Man): 네안데르탈인에서 데니소바인까지』는 미라에서의 DNA 추출이라는 고대 이집트에 대한 낭만적 매혹에서 시작된 한 과학자의 지적 호기심이 30여 년이라는 인고의 세월 끝에 마침내 네안데르탈인 DNA 복원에 성공으로 이어지는 엄밀한 과학적 탐구 과정과 그 과정에 얽히고설킨 한 개인의 인간사를 세세하게 기록한 자서전적인 과학서이다. 저자 스반테 페보(Svante Pääbo)는 자유롭고 편안한 연구 분위기 속에서도 고대 DNA 연구만을 위한 세계 최초의 멸균실을 설계할 정도로 DNA 오염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하는데, 이것이 끝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해도 결과는 같아야 한다는 과학적 엄밀함을 끝까지 고수하는 의지와 집념으로 똘똘 뭉친 진정한 과학자다. 이러한 저자의 인내와 노력, 그리고 이유 있는 고집은 네안데르탈인과 (멸종한 인류의 새로운 형태를 골격 유해 없이 DNA 서열만으로 밝힌 최초의 사례인) 데니소바인(Denisovan)의 DNA 분석 성공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로써 인류학의 최종 목표인 무엇이 인간을 다른 영장류와 매우 다른 진화의 길로 이끌었는지를 밝혀내고 이해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을 뿐만 아니라, 고대 DNA 분야에 새로운 과학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앞으로 쌓아 올릴 금자탑의 주춧돌을 다진 셈이다. 또한, 이 책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Neanderthal Man)』에는 DNA 시퀀싱, 중합 효소 연쇄 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등 DNA 분석과 해석에 필요한 기술적 변천사와 일반 독자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그 분석 과정이 비교적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어, 비슷한 분야의 과학서를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과학자(부모 모두 과학자이며 아버지는 노벨상 수상자)의 혼외 아들로 성장하면서 이집트학, 의학, 분자생물학 사이에서 행복한 진로 선택을 과정을 거친, 그리고 동성애자이자 양성애자이며 동료 과학자 아내와의 이중생활 끝에 결혼하는 특이하면서도 화려한 성장 배경을 지닌 스반테 페보(Svante Pääbo)는 자신의 업적과 능력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러나 다른 인간 사회처럼 시기와 음모, 배신 등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과학자들의 숨겨진 모진 암투와 다난한 위기를 이겨내고 눈부신 업적을 달성한 저자의 자부심은 이유 있는 정당한 자부심이며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한 자부심이다. 그러한 저자의 인생 역경이 담긴, 한편으로서는 데이비드 쾀멘 의 『도도의 노래(The Song of the Dodo)』,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Collapse: How Societies Choose to Fail or Succeed)』 같은 문학적으로 풍부하고 이야기꾼 기질이 넘쳐 나는 과학적 글쓰기와 비교해서는 약간 아쉬움이 남는 이 책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Neanderthal Man)』는 큰 비전을 품고 역경을 이겨내며 꿈을 현실로 바꾸어 가는 사람에게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으며, 필자처럼 과학적 호기심이 충만한 사람에겐 묵은 지적 호기심을 명쾌하게 해결하고 새로운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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