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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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촌(樹海村) | 오로지 숲만 있다?

영화 리뷰 | 수해촌(樹海村, Suicide Forest Village, 2021) | 오로지 숲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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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촌(樹海村, Suicide Forest Village, 2021) | 오로지 숲만 있다?

영화 리뷰 | 수해촌(樹海村, Suicide Forest Village, 2021) | 오로지 숲만 있다?
<여전히 포스가 느껴지는 쿠니무라 준의 매서운 눈매>

영화를 감상하고 리뷰를 쓰는 지금에서야 이 영화가 주온 시리즈와 (번득이는 이야기 전개가 돋보였던) 「강시: 리거모티스」를 만든 시미즈 다카시(清水崇)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다. 더불어 ‘공포마을’ 3부작 중 하나라는 것도.

‘울창한 숲의 마을’을 뜻하는 수해촌(樹海村), 그리고 ‘수해촌’ 전작인 ‘개가 우는 마을’의 「견명촌(犬鳴村, Howling Village)」 , 그리고 ‘수해촌’ 다음 작품이 될 ‘소머리(소 목?) 마을’ 우수촌(牛首村) 등 단조한 제목에서 꿀처럼 뚝뚝 떨어지는 원시적인 공포감이 공포 영화 팬을 은근히 유혹한다. 하지만, 감상 결과는? 인생무상이다.

참, ‘소머리 마을’하니까 소머리국밥이 생각나는데, 그렇다면 경기도 곤지암에서 촬영하면서 경기도 광주를 대표하는 공포 영화 「곤지암」과 한 판 붙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영화 리뷰 | 수해촌(樹海村, Suicide Forest Village, 2021) | 오로지 숲만 있다?
<저주가 봉인된 상자는 언제나 우연히 발견된다>
영화 리뷰 | 수해촌(樹海村, Suicide Forest Village, 2021) | 오로지 숲만 있다?
<상자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 남자는 첫 번째 희생자가 된다>

주온으로 명성을 얻은 감독의 작품답게 이야기는 (주온과 같은 전개는 아니지만) 여전히 옛날 방식이다.

저주, 저주를 전염병처럼 옮기는 부정한 것을 봉한 상자, 사람들이 초자연적 사건으로 영문도 알지 못한 채 죽어 나갈 때 한 명 정도는 진실을 보게 마련인 약방의 감초 같은 영매의 등장 등 ‘저주’를 주제로 한 영화라면 꼭 필요한 구성이 삼단 합체 로봇처럼 엉성하지 않게 갖춰져 있지만, 막상 영화는 졸작이라 확 부러지게 말할 정도는 아닐지라도 평작에는 많이 못 미치는 듯하다.

영화 리뷰 | 수해촌(樹海村, Suicide Forest Village, 2021) | 오로지 숲만 있다?
<괴담의 근원지이다 보니 1인 방송 진행자가 파리처럼 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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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하나가 되어가는 히비키, 그녀의 심정은 어떨까?>

전반부 인터넷 방송자의 (자살 숲에서의) 핸드헬드 촬영 부분과 사람들이 나무와 합체하는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무섭다’라고 말할 것은 없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와 긴장감을 북돋기보다는 혼란과 졸음을 부추기는 요소가 더 즐비하다.

마치 빈자리 채우듯이 쓸데없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연도 모호하고, 주인공 자매(메이와 히비키)와의 관계도 명확하지 않다. 주인공 히비키가 영매가 된 사연도 설득력 있게 다루어지지 않고, 저주 상자에 대한 내력도 진지함 없이 졸렬한 분장과 특수효과를 사용해 피상적으로만 보여줄 뿐이다. 한마디로 이야기가 중구난방에다가 두서가 없고 깊이도 없다. 그저 숲만 있다.

난 오로지 숲 때문에, 그리고 약간 귀여운 듯한 야마다 안나(山田杏奈, 히비키 역) 때문에 끝장을 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영화 리뷰 | 수해촌(樹海村, Suicide Forest Village, 2021) | 오로지 숲만 있다?
<숲의 먹잇감으로 끌려가는 불행한 사람들>
영화 리뷰 | 수해촌(樹海村, Suicide Forest Village, 2021) | 오로지 숲만 있다?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그녀는 영매인가? 정신질환자인가?>

평점이 그리 높지 않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할까나? 그래도 볼만한 것이 있으니 바로 ‘숲의 바다’라고 불리는, 그리고 딱 봐도 ‘수해(樹海)’라고 불릴만한 아오키가하라 원시림이다.

한낮에도 어두컴컴할 정도로 나무가 우거진 아오키가하라 원시림은 일본 수도권에서 쉽게 갈 수 있는 인기 높은 관광지라는 명성과 함께 영화처럼 자살의 명소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는 숲이다. 이 때문에 '아오키가하라 수해에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 ‘숲속에서 나침반을 사용할 수 없다’ 등의 도시 전설이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런 이상야릇한 소문을 등에 업고 「수해촌(樹海村),」처럼 이도 저도 아닌 영화도 탄생하게 된 것이니라.

영화 리뷰 | 수해촌(樹海村, Suicide Forest Village, 2021) | 오로지 숲만 있다?
<당찮은 호기심으로 수해에 들어온 자가 돌아갈 곳은 죽음뿐이다>

동물도 죽을 땐 조용한 은신처를 찾듯 자살을 마음먹은 사람들도 그런 본성에서 숲, 그중에서도 동네 뒷산처럼 불청객들이 수시로 왕래하는 야단스러운 숲이 아닌 원시림처럼 한번 발을 잘못 들여놓으면 영영 길을 잃은 것 같은 (한편으론 그러고 싶어서) 심연을 찾는 건지도 모르겠다. 자살을 마음먹을 정도로 인파와 풍파에 시달린 사람이라면 죽을 때만큼은 인적 없는 곳에서 죽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이니라.

보통 도시 사람은 사람의 손길과 기술로 길이 잘 닦인 공원 같은 안전한 숲만 경험하기 때문에 ‘숲’하면 ‘평온함’을 떠올리기에 십상이지만, 영화 배경이 된 원시림 같은 진짜 숲은 그 존재감만으로도 무섭다. 끝을 알 수 없는 원시림 한가운데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고 상상해봐라. 평온함은 개뿔, 보통 사람이라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공황 상태에 빠질 것이다.

스스로를 돕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무자비한 곳, 먹고 먹히는 생태계 사슬의 연결 고리가 현실적으로 와닿는 곳, 죽음과 새 삶이 줄기차게 교차하는 곳이 바로 숲이다. 영화는 이런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고 생태 공원을 산책하는 것처럼 평온하기 그지없다. 그저 일본의 울창하게 잘 가꿔진 산과 숲이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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