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 리거모티스(强屍, Rigor Mortis, 2013) | 인생의 마지막 영사기가 작동하는 그 찰나
"안돼! 내가 그걸 한다고 해도 자네는 확실히 죽어"
"저는… 첫날 여기 왔을 때, 죽었어야 합니다…"
한 때 유명한 영화배우였던 남자, 그에겐 남부럽지 않은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들로 있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허름한 아파트의 2442호로 이사 올 땐 혼자였다.
사연이 어찌 되었든, 가족과 영화를 잃은 상실감 때문이었을까. 그는 2442호로 안내한 아파트 관리인이 현관을 나서자마자 천장에 목을 매단다.
사정없이 목을 죄어오는 냉정한 밧줄의 압력, 남자는 곧 닥칠 죽음 앞에서 본능적으로 몸부림치고 때마침 같은 층에 사는 퇴마사 유씨가 이웃의 갑작스러운 소음을 듣고 다급하게 방안으로 뛰어들어온다.
영화는 제목에 충실하게 분명히 강시를 등장시킨다. 그리고 보너스로 원한에 사무쳐 죽은 묘령의 여귀신 자매도 등장한다. 그러나 그것이 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인간은 죽는 순간에 일생(一生)의 모든 장면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 평범한 시계로는 잴 수도 없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생각의 속도는 매우 빠르기 때문에 찰나일지라도 생전에 보고 느끼고 경험한 매우 많은 것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의 늪으로 가라앉은 사람이 마지막으로 무엇을 볼지는 인생의 경험이 인간마다 다 제각각이듯, 아무도 알 수 없으며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생명의 마지막 불꽃을 쓸쓸히 태우며 재생되는 인생의 마지막 영상은 오직 그 당사자만이 볼 수 있고 조용히 무덤으로 가져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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