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무제한 폐지와 중국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장
<알리바바가 대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1TB 클라우드 서비스, MetaNote(사진 출처: sina.com)> |
학교에 제공하던 구글 무제한 폐지, 우리만 야단법석일까?
구글이 2019년부터 대학교에 제공하던 무제한 저장공간을 2년 만에 회수하기로 한 것은 전형적인 ‘공짜 = 미끼’ 전략일 수도 있다. 공짜로 사용자를 유혹한다. 발을 빼기 어려울 정도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울며 격자 먹기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든다. 그렇게 사용자를 빼도 박도 못하게 한 다음 빨대를 꽂는다. 작년에 STACK 클라우드는 (공개 가입이 아닌) 초대 코드를 받은 소수 사용자에 대한 ‘1TB’ 약속도 지키지 못해 빈축을 샀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이고 섣부른 일반화지만, 정치인이 선거 공약을 밥 먹듯이 번복하는 것처럼 서구 기업은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도 양심도 없는 것 같다. 한마디로 상도덕(商道德) 같은 개념이 없다고 할까나? 철저하게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주주들은 쌍수를 들겠지만, 소비자들은 간간이 뒤통수를 가격당하는 씁쓸함을 맛봐야 한다.
이런 기업의 속성은 중국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바이두 넷디스크는 초심을 잃은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던) 늘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을 개발하고 이벤트를 준비하느냐 부산하다. 그런데도 한국에선 단진 중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면당한다. 물론 바이두 넷디스크는 한국 등 해외 사용자를 겨냥한 서비스가 아니라 우리로선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만약 그랬더라면 세계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판도는 꽤 달라졌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구글이 대학생에게 제공하던 무제한 저장공간을 회수하려는 이때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새로운 개인용 클라우드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인 元笔记(MetaNote)를 대학생에게 1TB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엔 바이두, 알리바바, 天翼云盘(중국 차이나 텔레콤에서 제공하는 톈이 클라우드), 쉰레이 등 테라급 용량을 무료로 제공하는 개인 클라우드 회사가 많으므로 구글이 학교에 제공하던 무제한 제도를 폐지해도 한국의 대학처럼 야단법석까지 떨 정도는 아닐 것 같다. 또한 중국인의 성향상 애초에 구글 정책을 신용하지 않았을 공산이 크므로 우리가 바이두 넷디스크에 개인 자료를 저장하는 것을 꺼리듯 구글 드라이브를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크다.
<세계 클라우드 IaaS 시장 점유율(사진 출처: cloud.ofweek.com)> |
또다시 시작되는 중국의 개인 클라우드 전쟁
2016년이었던가? 한때 과열되었던 개인 클라우드 시장을 단호하게 정리했던 중국에서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개인 클라우드 전쟁이 다시 시작되는 듯하다. 작년엔 누군가의 눈치를 보듯 쉰레이가 조심스레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올해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은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시정 점유율 3위, 아시아 태평양에선 1위인) 알리바바가 누군가에게 선전포고하듯 개인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들었다(참고로 4위는 구글, 5위는 놀랍게도 화웨이다. 「Gartner Says Worldwide IaaS Public Cloud Services Market Grew 40.7% in 2020」). 이어서 내겐 Quark Browser로 알게 된 夸克가 저렴한 가격으로 3TB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고, 위챗도 채팅 기록을 위한 유료 클라우드 서비스(「微信推付费云存储服务,网盘市场又要火了?」)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개인 클라우드 시장이 과열될 조임을 보이면 지난 2016년 때처럼 중국 정부가 단호하게 개입할 것인가?
내 사견으론 이번엔 그럴 것 같지는 않다. 2016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의 멈출 줄 모르는 경제 성장, 대용량 정보 전송이 더욱 쉬워진 5G 시대, 그리고 13억이라는 비약적으로 증가한 휴대전화 사용자 등등 중국의 개인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지난 몇 년 사이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것은 바보라도 알 수 있다. 오죽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중국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하고자 데이터 센터 4개를 추가하는 결정까지 내렸을까(「微软或将在华扩张云业务).
<바이두, 현재로선 이만한 무료 클라우드는 없다!(사진 출처: sohu.com)> |
개인 클라우드, 당장 돈이 안 된다고 버려야 할 사업일까?
한국에선 네이버를 제외하곤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는 전멸했다. 삼성은 한국 사용자에게 제공하던 클라우드 서비스를 폐지함과 동시에 얄밉게도 중국에선 바이두 넷디스크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사실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는 하드웨어, 전기, 대역폭, 인건비를 포함하는 데이터 센터 구축 및 운영 측면에서 수익성이 좋지는 않다. 그래서 클라우드 비즈니스는 다른 비즈니스와는 달리 사용자가 많을수록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한다. 예를 들면, 2007년에 설립한 Dropbox가 2019년에 이르러서야 첫 흑자로 겨우 330만 달러의 이익을 낸 것을 보면 (「谷歌、微软都在做付费网盘,为何只有百度饱受争议? 」 )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는 큰 돈이 되는 장사는 아니다. 그래서 알리바바는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다음에야 개인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유행 따라 개인 클라우드 시장에 섣불리 손을 댔다가 수익은커녕 다른 사업의 수익을 갉아먹는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미 바이두가 독점하다시피 한 시장에서, 그래서 수익성 있는 사업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알리바바는 왜 개인 클라우드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을까? 아마 거기엔 반드시 전략적인 속셈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의 구색을 갖추는 무언가일 수도 있고, 사물 인터넷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초석일 수도 있다. 혹은 블록체인 시대를 대비한 과감한 도전일 수도 있다.
오늘 알리바바의 선택이 기업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회심의 한수로 남을지, 아니면 수익 악화로 이어지는 물귀신이 될지는 먼 훗날에야 판가름 날 것이다.
마무리...
당장 눈앞의 이익이 아닌 비전을 가지고 착실하게, 그리고 일취월장 성장해가는 중국의 개인 클라우드 시장을 부럽게 바라보면서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망상과도 같은 사견을 아무렇게나 끄적여 봤다.
중국 IT 기업의 성장을 볼 때마다 왜 비슷한 시기에 설립한 구글과 네이버의 행보가 이렇게도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원망 비슷한 푸념이 든다. IT 서비스도 김치처럼 그냥 싸고 쓸만한 중국산을 사용하면 되는 것일까? 구글 무제한 사태에서 봤듯 클라우드 서비스는 한 번 길들면 빠져나오기가 좀처럼 어렵다. 적게는 수 TB, 많게는 수백 TB를 클라우드에 저장해 놓은 상태에서 다른 서비스로 옮기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바이두 덕분에 내 혼이 담긴 문서와 사진을 심폐 소생하듯 되살렸던 아찔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내게 믿을만한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은 그 누구보다 절실한 만큼 내 블로그의 클라우드 관련 글은 각고의 정진과도 같다.
요즘 몇몇 커스텀롬은 기기를 픽셀 시리즈로 인식하게끔 해서 구글포토 무제한을 우회하기도 하더군요.
답글삭제클라우드는 방법이 없겠지만..
삭제아직까지 구글포토나마 우회가 가능하다는게 다행이다 싶어요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도 될까 싶네요.
삭제바이두 클라우드 svip를 사용한지 시간이 꽤 되어서 그런지 용량이 14T까지 늘어나있긴 한데, 바이두 클라우드가 예전보다 좀 빨라져도 뭔가 중국 클라우드라 불안하다는 점은 왠지 항상 남아있다보니 뭔가 복잡한 느낌입니다. 그나마 7z에 암호화 걸어서 파일 보관중이니 약간은 더 안심되네요.
답글삭제알리바바 덕분에 무료 사용자도 조금 빨라졌다고 합니다.
삭제제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는 바이두 파일 동기화 프로그램인 FileGee를 사용하면 아주 간단한 조작만으로 파일 내용 및 이름 자체를 암호화해서 바이두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