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부조화의 대표적인 실례, 흡연자들의 모순
<그들도 흡연과 금연 사이에서 갈등을 겪을까> |
이 글은 「인지부조화 이론 | 레온 페스팅거 | 심리학의 '오컴의 면도날’」에서 생략된 글입니다
인지부조화의 대표적인 실례, 흡연자들의 모순
만약 흡연자가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지식을 인정한다면, 흡연이라는 하나의 선택은 담배를 피우는 행동(인지요소)과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 보통은 정보라고 불리는 ─ 인지요소 사이에 모순, 즉 부조화가 발생한다.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이 사람은 부조화를 회피하거나 감소시키려는 동기를 일으킬 것이다. 부조화를 감소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 즉 담배를 끊는 것이다. 금연하면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인지요소가 더는 부조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금연에 실패한다. 그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설명하자면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인지요소가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인지요소보다 ─ 금연이라는 행동이 너무 고통스럽거나 건강하게 살아야 할 동기가 별로 없거나 등등의 이유로 ─ 가중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어떻게 부조화를 감소시킬까? 행동 변화(여기선 금연)가 어렵다면, 부조화를 감소시킬 수 있는 새로운 인지요소를 추가하면 된다. 이 경우에는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정보를 무시하거나 새로운 인지요소로 흡연의 좋은 점을 대량 추가하여 흡연과 관련한 인지요소 중에서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인지요소의 상대적 비율을 감소시킴으로써 부조화를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이유가 흡연을 옹호하는 프레드 싱거 같은 사이비 과학자가 활동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다른 방법은 같은 부조화를 겪는 다른 사람들과 맞장구를 주고받는 사회적 의사소통으로 흡연의 부정적인 정보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흡연의 긍정적인 정보를 강화하는 사회적 영향과정을 행한다. 그래서 같은 취미, 같은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동호회 활동이나 같은 믿음을 공유하는 종교 활동도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설명된다. 이들은 취미, 제품, 신에 대한 긍정적인 인지요소를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서로 강화함으로써 이것들과 부조화를 이루는 인지요소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언가에 대해 긍정적인 인지요소와 부정적인 인지요소가 1:1 정도의 비율로 서로 엇비슷하게 있을 때는 강한 부조화를 느낄 것이다. 이때 긍정적인 인지요소를 추가하면 추가할수록 부정적인 인지요소는 영향력이 감소한다.
흡연자가 부조화를 줄이는 나름의 방법에는 이런 일도 있다.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인지요소가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면, 운동이나 산책으로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인지요소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공원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짜증 나는 사람들의 면상과 심심치 않게 마주치게 된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앞에서 언급한 부조화뿐만 아니라 ‘금연구역’이라는 인지요소와 ‘금연구역에서 흡연한다’라는 인지요소 사이의 부조화도 발생한다. 하지만, 공원에서 흡연할 정도로 몰염치한 사람들에겐 이 정도의 부조화는 흡연과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부조화와 비교하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을 것이다. 비슷한 예로 수많은 범죄자가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을 회피하고자 스스로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경우다.
<우리는 부조화를 겪지 않고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
‘폭력’을 정당화시키는 동기를 유발하는 인지부조화
지난 2019년 유럽 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의 약진이 있었다. 이로써 ‘반EU • 반난민’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뉴스를 우연히 접하고서 바로 떠오른 생각은 ‘홀로코스트’다. 나치가 저지른 만행과 그것을 묵인한 독일인들은 ─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닌 ─ 보편적 도덕성이라는 인지요소와 이것에 반하는 ‘살인’, ‘학살’, ‘강탈’이라는 인지요소 사이에서 상당한 부조화를 겪었을 것이다. 나치는 유대인을 개 • 돼지보다 못한 짐승으로 격하시키거나 스스로 그런 권리를 가졌다고 합리화함으로써 부조화를 제거하려 했다. 하지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선택과 그 선택이 낳은 결과 이후의 부조화가 아니라 이들이 유대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폭력’을 사용하게끔 추인한 동력으로서의 부조화다 (비슷한 사례로 가증스러운 아시아 민족의 적 후쿠자와 유키치 옹은 일본 군인들을 다른 아시아인을 개돼지만도 못하다고 세뇌함으로써 난징대학살 같은 전쟁 범죄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개돼지만도 못한 벌레라고 여겨지는 사람을 짓밟아 죽이는데 양심의 가책이 아닌 기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유럽연합에 금이 가고, 반난민화 세력이 득세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난민은 희망, 기대, 선택, 정책, 질서, 안락에 부합하지 않는 부조화적인 요소다. 이들이 난민을 거부하는 선택을 하게 되면 다른 선택, 즉 난민을 받아들이는 선택과 부조화를 이룬다. 이 경우 부조화의 크기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선택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중요한지에 따라 달려있다. 여기에는 인도적, 도덕적, 경제적, 민족적, 정치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양심의 문제도 포함된다. 또한, 난민을 거부하는 선택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 수위가 높을수록 부조화의 크기는 증가한다.
예를 들어 난민을 거부했다는 반인도적인 인지요소는 자신들이 ‘인도적인 국가에서 사는 매우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믿어 온 인지요소와 대립한다. 그렇다고 이들은 자신들은 원래 못돼먹은 사람들이라고 시인하면서 반인도적인 인지요소와 조화를 이룰 것인가? 아마 이보다는 ‘난민은 인도적인 대우를 받을 필요조차 없는 인간 이하의 짐승이다‘라는 새로운 인지요소를 추가하는 편이 더 쉬울 것이다. 한편으론 어떤 선택 후에 발생할 부조화가 두려워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 자체를 없애려고 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난민을 ‘제거’하면 상황은 깔끔하게 해결된다.
이로써 또 하나의 ‘홀로코스트’가 펼쳐질 수 있는 배경 요소가 추가되는 셈이다. 여기에 만약 기후변화로 유럽 정세가 급격하게 악화하면 이들이 난민 문제를 해결하고자 ‘폭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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