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책 리뷰'에 대해서
사전에서 ‘리뷰’에 대해 살펴보면 ‘전체를 대강 살펴보거나 중요한 내용이나 줄거리를 대강 추려 냄’이라고 나온다.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전문가 입장에선 어떤 글에 대한 비평, 논평, 서평이라 할 수 있고, 나처럼 취미로 책을 읽는 평범한 사람이나 수능을 대비하는 학생에겐 독후감 같은 것이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제쳐주고 내게 (책을 읽고 쓰는) ‘리뷰’는 그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들의 집합체다. 그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거나 느낀 생각이나 감흥이나 의견일 수도 있고, 그런 자리를 빌려 마음속에 꾹꾹 눌러왔던 말들을 솔직하고 뻔뻔하게 투덜대는 자리일 수도 있으며, 이 둘을 칵테일처럼 적당히 섞은 뭔가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내 ‘리뷰’는 그 책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가끔은 괜찮은 서평이 될 수도 있고 좀 더 단순한 독후감이 될 수도 있으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잡담으로 끝날 수도 있다.
마음속의 책, 세상과 나누기, 그 시작은 리뷰
나 혼자에게는 묘하게 마음이 끌리는 책인데 그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다가 끝내 갈피를 못 잡고 오늘날 같은 허접한 글로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내 블로그에 강제로 소개되는 책이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그 책을 읽으면 나를 제외한 주변 전체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공상에 사로잡히는 일탈적이고 기묘한 경험을 선사하는 그런 책이 이 세상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 그 책을 펼치면 나만의 시간 속에 갇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고, 그 순간만큼은 해탈한 스님이라도 된 것처럼 속세의 번민과 불안과 두려움의 잡다하고 짓궂은 헤살도 날 어찌하지 못한다.
그것은 소설의 한 페이지일 수도 있고, 시의 한 줄일 수도 있으며, 수필의 한 문단일 수도 있다. 각자에게 그런 책은 다르게 다가오겠지만, 그 책 속에서만큼은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발견한다. 그 특별한 공간에 날 가두고 암흑 같은 시커먼 배경에 구더기처럼 굼실거리는 새하얀 글자들을 마치 성찬을 앞에 둔 미식가처럼 흡족하게,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먹어 치우는 황홀한 꿈에 빠지면, 몽마가 한 부대 몰려와도 나의 준엄한 의식을 깨지는 못한다. 그런 책이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책이 주는 매력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할지 몰라 답답한 마음에 혼자 끙끙 앓다가, 결국에는 내 간절한 마음을, 내 절절한 감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초라한 잡글로 전락한 리뷰를 블로그에 올리게 된다. 그런데도, 가끔은 내 글이 누군가에게 향기처럼 다가가 그 책의 가치를 맛집처럼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작은 희망을 품게 된다.
번역가 김은모 분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역자 후기를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 다른 번역가들의 후기를 보고 기가 확 죽듯 나 역시 마찬가지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리뷰를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보면 기가 확 죽는다. 그래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결국 내 안에서 솟구치는 글쓰기 충동을 억제할 길 없어 다시금 키보드를 두드리게 된다. 비록 다른 이들의 유려한 표현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따라갈 수는 없을지라도, 그 책이 내게 준 황홀한 경험과 깊은 감흥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간절하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있는 그대로의 진솔한 감정으로 ‘책 전도사’가 되려고 한다. 비록 그 글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속에는 내가 느낀 진정한 감동과 느낌이 솔직담백하게 담겨 있다. 그 책을 읽으며 느꼈던 특별한 인상들과 그로 인해 얻은 소소한 깨달음들을 차근차근 풀어내며, 그 책이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표현하고자 한다.
이렇게 쓰인 글이 누군가에게 닿아, 그 책의 가치를 알아보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나의 부족한 글이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독서 욕구를 불어넣어 주고 새로운 독서의 여정을 시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큰 보람이 될 것이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그렇게 해서 제2의 한강이 탄생할지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나는 글을 쓴다.
AI 책 리뷰
개인적으론 영영 읽을 것 같지 않은 책 중에서 다른 분들에겐 유용할 것 같은 책들을 AI 글쓰기 능력이 어느 정도 되나 테스트 삼아 「AI와 같이 읽고 쓰는 세상」 블로그에 게시했다. AI가 얼마만큼 책을 잘 읽고 글을 잘 쓰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몇 권을 작성해 보니 AI가 생각보다 책을 잘 읽고 분석 및 요약을 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대로 가면 다른 국가는 모르겠고 OECD 국가 중 독서율 바닥을 기는 한국 같은 경우 앞으로 AI보다 책도 못 읽고 글도 못 쓰는 (특정 면에선) ‘인간 실격’ 부류가 사회를 점령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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