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조추월야 – 달빛연가(花朝秋月夜) | 또다시 IMDB 평점 無?
바오샹겐(包上恩) 첫 주연 드라마
감상하기에 앞서, 내 모자란 팔자에 무슨 희희낙락할 만한 즐거움이 있어, 혹은 꽃길을 걷듯 꽃향기에 취할 만한 흥취가 있어 로맨스 드라마를?, 이런 자기혐오 같은 생각도 깜빡 들었지만, 「김용무협세계: 사조영웅전(金庸武侠世界·铁血丹心)」에서 개구쟁이 미소년 황용 역을 맡은 바오샹겐(包上恩)의 깜찍하면서도 풋풋한 외모에 반해 그녀가 출연한 다른 작품은 뭐가 있나, 하고 굶주린 늑대가 무리에서 홀로 떨어진 어린 양을 찾듯 걸걸거리다 「화조추월야 – 달빛연가(花朝秋月夜)」를 보고 안광을 번뜩이게 되었다. 살짝 침도 흘렸다.
더우반(豆瓣) 정보를 보면, 그녀가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이 바로 「화조추월야(花朝秋月夜)」다. 그때 그녀의 나이 고작 20살, 10대 특유의 발랄하고 청순한 외모가 후광처럼 남아 있는 한창 좋을 나이에 맡은 첫 주연!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으로도 살짝 기대되었던 드라마! 한편 신기하게도 「물귀신(Bottom of the Water, 2023)」 때처럼 IMDB 평점이 없었던 드라마!
줄거리는 별거 없다. 21세기 현대에서 잘 나가는 비파연주자 이사사는 어느 날 무대에서 비파를 연주하다가 뭔가에 홀리듯 음악이 융성했던 오래전 과거로 타임슬립 한다. 그곳에서 남편에게 버림받은 비파연주자 이여랑이 된 이사사는 이여랑의 소원, 즉 이여랑이 자신을 구해준 남자와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소원을 이뤄줘야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불여우와 늙은 여우
경이로운 비파연주 실력만큼 남자를 다루는 솜씨도 빠삭하고, 번개처럼 훑는 눈치도 일가견 있는 불여우 이사사는 도성 여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미남자이자 소문난 바람둥이로 유명한 늙은 여우 육경년(배우 吴崇轩)을 만나게 된다. 황제 밑에서 음악을 관장하는 기관인 우교방을 담당하는 육경년은 곧 다가올 정월 대보름 축제 때 황제 앞에서 공연할 악공을 모집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짠’하고 등장한 이사사의 경국지색이 아닌 경천동지할 비파 실력에 눈독을 들이게 된다.
이사사는 이여랑의 연인도 찾고 머무를 곳도 찾을 겸 육경년에게 접근하게 되는데, 나이에 비해 실전 경험이 풍부해 보이는 이사사의 엑스레이 같은 관찰에 의하면, 육경년은 첫인상처럼 ‘늙은 여우’도 ‘바람둥이’도 아니라 이론만 빠삭하고 실전 경험은 제로인 ‘숙맥’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게 된다.
로맨스 장르를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연애 박사’인 척하는 옛 시대 남자와 21세기의 베테랑 ‘연애 박사’와의 밀고 당기는 애정 싸움이 볼만할 것이다.
소소한 ‘먹방 콘셉트’
‘이사사 • 육경년’이 메인 커플로 등장한다면, 세컨 커플로 등장하는 것이 ‘우사걸(배우 蒋熠铭) • 흔아(배우 潘玥同)’ 커플이다.
육경년과 절친이 우사걸은 한국의 ‘백종원’ 같은, 즉 요리를 좋아하고 여러 식당을 편력하며 음식 리뷰를 즐기는 부잣집 도련님이다. 육경년이 소문난 미남자면, 우사걸은 소문난 먹방 진행자라고 할 수 있으려나? 그의 한마디는 역시나 백종원처럼 식당 평판을 천국에 올리거나 지옥에 내릴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우사걸과는 다른 관점으로 음식을 대하는, 즉 ‘밥으로 해결 못 할 일이 어딨어’라는 ‘음식 낭만’을 지향하는 흔아는 준수한 몸매와는 달리 대식가인 데다가 식도락가, 그리고 도리에 어긋나는 일과 마주치면 참지 못하고 분노의 철 주먹을 휘두르는 무시무시한 무술 실력의 소유자다. 왜 그녀의 짝으로 돈도 많고 요리도 잘하는 우사걸이 배정되어 있는지 알만하다.
두 사람의 유쾌한 케미는 드라마에 다채로움을 더할 뿐만 아니라 로맨스만으론 성이 차지 않을 것 같은 시청자를 위해 소소하게 준비한 ‘먹방 콘셉트’일 것이다.
약방의 감초 같은 악역
옥골선풍에 만고절색을 갖춘 남녀가 희로애락 • 시시비비가 사납게 몰아치고 때로는 감미롭게 싸고도는 ‘로맨스’라는 장작에 불을 화끈하게 지피려고 할 때, 가장 좋은 착화탄은 뭐니 뭐니 해도 ‘진솔한 감정’이고, 이 ‘진솔한 감정’을 가장 빨리 우려내는 지름길은 두 사람을 모략과 음모 가득한 불행한 사건 속으로 욱여넣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인류의 닳고 닳은 ‘로맨스’ 콘텐츠에서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위기와 고난 속에서 피어나는 신뢰와 애정’의 재탕 삼탕 사탕이라고 할까나?
육경년과 이사사에게 ‘사랑의 십자가’를 짊어지게 하는 역할을 맡는 악당은 육경년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좌교방 우두머리 소종진(배우 向昊)과 우교방과 좌교방을 총괄하는 교방사이자 우사걸의 아버지인 우안순(배우 黄吉)이다. 순진하게 적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소종진보다 겉으론 인자하고 관대한 척하지만, 속으로 독을 품고 칼을 가는 교방사 같은 위선자가 허구와 현실을 불문하고 진짜 위험한 인물이다. 그런고로 「화조추월야(花朝秋月夜)」에서 메인 풍파를 일으킬만한 중심인물이다.
아무튼, 이 두 사람으로 인해 이사사와 육경년의 로맨스와 육경년이 비밀리에 진행 중인 개혁은 험난하고도 행복한 도전을 받게 된다.
전통 음악을 소재로 한 흔치 않은 드라마
20세 안팎의 신선한 배우들을 대거 기용해 청초하고 풋풋한 멋이 있지만, 바오샹겐의 경우 첫 주연이라 그런지 연기도 풋풋하다. 그래도 중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니 실전만큼 좋은 연기 수업은 없는가 보다. 하지만, 그 따분한 과정을 시청자와 제작자들이 얼마나 지켜봐 줄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사조영웅전(2024)」을 감상할 때 그녀의 연기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비교해 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할 것 같다.
로맨스라는 장르는 매우 흔하지만, 전통 음악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흔치 않다. 화사한 의상을 입고 화려한 무대 위에서 꽃 같은 배우들이 전통 악기를 합주하는 광경은 눈이 시릴 정도다. 또한, 전통 악기로 이런 경쾌 발랄한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하지만, 폐부를 차갑게 찌르는 삭풍이 몰아치는 겨울을 코앞에 둔 지금 쓸쓸한 사람들에게 ‘로맨스’는 역시 무리다!
참고로 바오샹겐이 지붕 꼭대기에서 비파를 연주해야 하는 장면(2편)이 있는데, 특수촬영이나 대역을 사용하지 않고 실제 지붕 위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그 삐쩍 마른 장작개비 같은 몸을 덜덜 떨면서.
0 comments:
댓글 쓰기
댓글은 검토 후 게재됩니다.
본문이나 댓글을 정독하신 후 신중히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