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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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퍼 후각수사관 | ‘킁킁’하면 범인은 ‘낑낑’

드라마 리뷰 | 스니퍼 후각수사관(スニッファー 嗅覚捜査官, 2016) | ‘킁킁’하면 범인은 ‘낑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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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퍼 후각수사관(スニッファー 嗅覚捜査官, 2016) | ‘킁킁’하면 범인은 ‘낑낑’

드라마 리뷰 | 스니퍼 후각수사관(スニッファー 嗅覚捜査官, 2016) | ‘킁킁’하면 범인은 ‘낑낑’
<듣는 것이 아니라 킁킁거리고 있다>

순전히 아베 히로시(阿部寛) 때문에 선택한 드라마. 아마도 그것은 드라마 「트릭(Trick)」에서 보여준 모델 출신 다운 멀끔한 허우대와 준엄한 용모에서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 없는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가 남겨준 모순된 인상이 무의식 속에서 용의주도하게 나를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니라.

드라마 주인공이 아베 히로시라는 것을 인지한 순간, ‘아, 이것은 기필코 한 번쯤은 봐야겠구나.’ 하는 의무감에 가까운 감상 욕구가 전기충격기의 전류 부하처럼 내 신경 중추를 자극했다고나 할까나?

드라마 리뷰 | 스니퍼 후각수사관(スニッファー 嗅覚捜査官, 2016) | ‘킁킁’하면 범인은 ‘낑낑’
<어림 반푼도 없지만 텐(Ten) 팀이 생각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스니퍼 후각수사관」은 「The Sniffer(2013)」라는 우크라이나에서 제작한 세계적으로 대단히 유명한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것이라고 한다. 과거 한때엔 일본 태생의 콘텐츠를 다른 나라, 특히 한국이 베끼는 판국이 대세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일본이 리메이크할 정도로 원작의 인기가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 하는 생각이 절로 나기도 하고, 그래서 그 엄청난 원작도 한번 봐야겠다는 욕심이 솟구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막상 일본판을 보고 난 지금은 이상하게끔 원작에 대한 흥미가 사정(射精) 직후처럼 숙지고 있다.

아마 원작에 대한 토라짐 비슷한 흥미 상실은 일본판에 대한 고만고만한 감흥이 남긴 후유증 때문이리라.

드라마 리뷰 | 스니퍼 후각수사관(スニッファー 嗅覚捜査官, 2016) | ‘킁킁’하면 범인은 ‘낑낑’
<미소가 한없이 아름다운 그녀>

일본 영화 • 드라마를 특별히 찾아보지 않는 나조차도 눈에 익은 배우들이 두루 나올 정도로 캐스팅된 배우들은 나름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고, 특히 이가와 하루카(井川遙)라는, 일본에서 ‘미인’이라는 평판을 얻은 여자들 얼굴에서 한두 개쯤 찾아볼 수 있는 이목구비 간의 어색한 조화를 발견하기 어려운, 그래서 ‘이 정도면 일본인치고는 훌륭한 미모를 갖춘 배우다’(알고 보니 역시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라고 감히 평가할 수 있는 심쿵한 배우를 만나는 행운을 얻기는 했지만, 역시 범죄 • 미스터리 드라마는 ‘추리’가 살아 있어야 제맛인데 이건 개처럼 ‘킁킁’하면 범인이 ‘낑낑’하고 기어나 오니 무슨 재미가 있을쏘냐.

키 큰 사람치곤 싱겁지 않은 사람 없는 것처럼 리메이크 작품치곤 싱겁지 않은 작품은 없는 것일까?

드라마 리뷰 | 스니퍼 후각수사관(スニッファー 嗅覚捜査官, 2016) | ‘킁킁’하면 범인은 ‘낑낑’
<냄새만으로도 범죄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신의 혀를 가진 남자 란마루」가 질량분석기를 입에 달고 다니듯 후각수사관 하나오카 신이치는 코가 질량분석기인 셈이다. 이 두 사람만 있으면 질량분석 수수료로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다는 말이다. 고로 돈 안 되고 위험 부담이 큰 범죄 수사에 굳이 참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 이라고 말해놓고 보니 이만한 개소리도 없다.

수많은 범죄물을 읽고 보고 들어오면서 범인이 범죄 현장을 은폐하고자 방향제를 뿌렸다는 기억은 바다에 빠진 시체처럼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원래 없었던 것인지, 있었는데 뇌세포의 퇴화로 말미암아 온데간데없어진 것인지 지금의 나로서는 판단할 길이 없지만, 엄밀히 따지면 ‘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분자 수준의) 물적 증거라는 점에서, 그리고 질병 특유의 입 냄새를 맡은 강아지 때문에 암을 조기에 발견했다는 실례에서 알 수 있듯 후각수사관의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다. 다만, 바람 따라 공기 따라 정처 없이 떠도는 줏대 없는 성질과 지문처럼 누군가를 특정할 수 없는 범용함 때문에 증거물로써 법정에 서기는 어려울 것 같고 프로파일처럼 용의자 범위를 축소하는 정보 정도로 수사에 적용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드라마 리뷰 | 스니퍼 후각수사관(スニッファー 嗅覚捜査官, 2016) | ‘킁킁’하면 범인은 ‘낑낑’
<시체를 앞에 두고 잘도 먹는 그는 천성 형사다>

똥 냄새처럼 코를 찌르는 악취나,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스테이크가 유혹하듯 발산하는 육즙 냄새에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코를 둔 보통 사람은 냄새만으로 친자판별을 하고 나아가 감정까지 판별하려는 예민한 후각을 가진 사람을 상상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점에서, 그리고 음식 • 요리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후각’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호기심 삼아 한 번 정도는 볼만하다. 나처럼 아베 히로시 팬이라면 두말하면 잔소리다. 하지만, 횡설수설의 범람에서 익사할 것만 같은 내 리뷰가 대변하듯 큰 기대는 말자. 내 글을 고지식한 시청자의 별스러운 감흥에서 비롯된 탐탁지 않은 감상평으로 치부해도 되지만, 원작은 시즌 4까지 제작되었는데, 리메이크작인 일본판은 시즌 2 소식조차 없다는 냉정한 현실은 내 감상평만큼이나 이 리메이크작도 횡설수설한 것이다.

끝으로 후각수사관을 돕는 형사 코무카이 역은 배우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은 낯익은) 카가와 테루유키가 맡았다. 그는 후줄근한 외모처럼 범죄 현장에서도 항상 뭔가를 후줄근하게 먹고 있다. 한 사람은 킁킁거리며 범죄 냄새를 맡고 있을 때 다른 한 사람은 그 옆에서 쩝쩝대며 뭔가를 먹고 있다. 이 무슨 불화인가. 끼니를 제시간에 때울 수 없는 형사의 고단함은 동료의 수사를 방해하는 것도 나 몰라라 할 정도로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제작진의 의지일까? 아니면, 그저 형사 코무카이는 ‘간식을 좋아합니다’라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속성을 연출했을 뿐인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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