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미션 | 크리스 임피 | 열한 개 우주탐사 밀사들의 흥미진진한 모험담
Original Title: Dreams of Other Worlds: The Amazing Story of Unmanned Space Exploration by Chris Impey, Holly Henry
하버드대학 천문대가 시리즈로 제작한 라디오 토크 프로그램에서 섀플리는 “우리는 별을 이루고 있는 것과 똑같은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 『스페이스 미션』, p273)
우주를 미숙한 사람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할 때, 아니면 까만 밤하늘에 점점이 박혀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감상에 잠겼을 때 쉽게 연상되는 단골 단어들이 있다. 바로 ‘경이로움’,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콤비처럼 따라붙는 ‘막연함’이다. 장미의 매혹적인 붉은색을 인지할 수 있기에 장미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노래할 수 있다면, 손오공의 머리에 씌워진 긴고아처럼 종교가 인류의 상상과 호기심의 틀을 압박한 덕분에 우주에 대한 과학적 인식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고 보이는 것이 전부였던 과거에는 우주를 바라봄에 ‘경이로움’보다는 ‘막연함’의 비중이 압도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 시대 이후, 특히 허블 우주 망원경이 인류에게 선물한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그 아름다운 영상들은 과거 지식의 한계를 대변하기도 했던 ‘막연함’의 베일을 조금씩 허물어뜨리고 있다. ‘막연함’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남으로써 조금씩 밝혀지는 우주가 간직해 온 경탄할만한 이야기에 인류는 더더욱 감탄해 마지않으며 경외심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인류에게 우주는 더는 막연하지 않다.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해진 빅뱅 이론으로 우주 탄생 비밀에 바짝 다가간 인류는 우주의 크기와 나이를 가늠하며 별과 은하의 생애를 이야기한다. 그뿐만 아니라 언젠가 인류의 새로운 안식처가 될지도 모르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기도 한다.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이유로 수많은 과학자의 지대한 노력과 그 공로를 말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지난 40년간 인류를 대신해 험난하고 외로운 미지의 탐험을 묵묵히 수행한 행성탐험 인공위성들과 우주탐사 로봇, 그리고 우주 망원경들이 이룬 업적에 딴죽을 걸 사람도 없을 것이다.
<Parker Solar Probe, NASA/Johns Hopkins APL/Steve Gribben / Public domain> |
지난 40여 년간 우주과학과 천문학에 혁혁한 공헌을 한 우주탐사 밀사들의 탄생 배경과 그들이 발견한 놀랍고 오묘한 사실들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은 책 『스페이스 미션: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찾아 떠난 무인우주탐사선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Dreams of Other Worlds)』(크리스 임피, 홀리 헨리 공저)에는 우주에 있을 미지의 지적생명체에게 보낼 인류의 메시지를 담은 황금 레코드로 유명한 보이저 형제, 우리 은하의 지도를 그린 히파르코스 탐사 위성, 차가운 우주의 베일을 벗긴 스피처 적외선 망원경, 우주가 난폭하고 폭력적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낸 찬드라 엑스선 망원경, 최첨단 과학실험을 다국적 협력을 통해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한 소호 태양 관측 위성, 혜성의 꼬리를 잡은 스타더스트 무인우주탐사선 등등 총 열한 개 우주탐사 밀사들의 모험담이 우주 탐험에 안달이 난 독자들을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다. 또한, 별들 너머에 무엇인가가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원시 시대를 시작으로 관찰한 하늘을 논리학과 수학으로 설명하려는 철학-과학자들이 등장한 고대 그리스 시대를 지나 우주 안에 생명이 거주하는 다른 세상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지금은 지극히 당연한) 개념을 이단으로 처단했던 중세 시대를 거쳐 우주에 인류를 대신할 다양한 우주탐사 밀사들을 보내는 오늘날까지 인류의 우주 탐험 역사를 망라한 『스페이스 미션』은 두려움과 무지가 미묘하게 뒤섞인 ‘막연한’ 감상에서 탈피하여 좀 더 지적이고 고차원적인 인식에서 비롯한 우주의 우아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경이로움을 만끽시켜 줄 믿음직스러운 동료이다.
모두가 인상 깊었던 이야기였으나 굳이 그중에서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보이저가 찍은 ‘가족사진’을 꼽고 싶다. 보이저가 지구로부터 59억 킬로미터 (당신은 이 거리가 감이 잡히나?) 떨어진 거리에서 여섯 개의 행성을 촬영한 이 사진은 저명한 과학자 칼 세이건이 명명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으로서의 지구의 모습이 분명하게 찍혀 있다. 꺼져가는 생명처럼 이 창백한 별 하나에 60억 인류와 더불어 수많은 생명체가 동고동락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동고동락’이라는 표현은 좀 에둘러 말한 것이고, 인류 외에 다른 생명체들을 제외한다면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지구를 무대로 펼쳐지는 인류 역사는 아귀다툼 그 자체다. 만약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창백한 푸른 점’의 발견이 왜 우리 시대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성과 중 하나인지를 깨달을 수밖에 없다. ‘창백한 푸른 점’의 발견은 우주의 역사가 밝혀질수록 그동안 인류가 우주에 대해 품었던 무지에서 비롯한 ‘막연함’은 지속적으로 해체되리라는 것을 예견하면서도, 그 빈자리에는 우주의 비밀을 밝혀냈다는 지나친 자부심에서 곰팡이처럼 피어나는 ‘오만함’이 아니라 우주에서 지구와 인류가 차지하는 자리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겸허함’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을 경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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