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바다 콩팥 | 호머 W. 스미스 | 내 안의 우주의 균형을 유지하는 작은 쌍둥이 행성 콩팥
모든 생리적 기제는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작동한다. 왜냐하면, 적대적 외부환경에 맞서 살아 있는 세포나 생명체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바로 내부 환경이기 때문이다. (『내 안의 바다, 콩팥』, 194쪽)
생긴 건 콩, 색깔은 팥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 ‘콩팥’은 인체의 장기 중에서 유일하게 두 개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고, 망가지면 회복도 안 된다. 콩팥이 하는 일은 몸속 체액의 양과 이온 농도 조절, 노폐물 제거, 간과 더불어 뼈를 만드는 내분비 기능, 적혈구를 만드는 조혈 기능, 인슐린. 글루카곤. 부갑상샘호르몬. 칼시토닌 등 여러 호르몬을 분해하거나 대사시킨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한다면 이 중 하나라도 소홀히 여길 수 없을 정도로 콩팥은 생명체가 성장하고 유지할 수 있는 안정된 내부환경을 책임지고 있다. 민물 혹은 바다에 사는 어류가 육지로 상륙하여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 진화의 계통수를 계속 뻗어나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척추동물에게 안정된 상태의 체액, 즉 ‘내 안의 바다’를 유지하고 공급할 수 있었던 콩팥이 진화한 덕택이다. 『내 안의 바다, 콩팥: 물고기에서 철학자로, 척추동물 진화 5억 년(호머 W. 스미스 지음, 김홍표 옮김)』은 콩팥이 어떻게 일을 하느냐에 관해 이야기하고, 한편으로는 아주 먼 과거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콩팥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게 되었느냐는 척추동물의 진화 이야기로까지 확장된다. 또한, 척추동물의 진화는 지구의 환경 변화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기에 이 책엔 지구 이야기도 담겨 있다.
가족, 친척, 친구 등 주변에 신부전을 앓았던 환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그 사람은 콩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마땅히 깨우쳤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공산당의 대장정만큼이나 혹독하고 고단한 치료 과정에 몸서리를 쳤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예전의 키우던 강아지가 신부전을 앓았었다. 어려운 형편에 나름 온 정성을 다해 강아지를 보살폈지만, 신부전으로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5개월이 조금 못 되어 다롱이는 결국 가족 곁을 떠났다. 주지 말았어야 했을 간식이나 질 낮은 사료 등 신부전의 원인을 반려 동물에 대한 지식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던 가족의 부주의로 생각했던 난 자책감과 함께 음식을 잘 먹지 못해 처방 사료를 절구에 빻아 가루로 만든 다음 꿀물이나 옥수수수염 차 등에 살짝 개어 먹인 일, 빈혈 때문에 주사기에 철분제를 담아 방울방울 혓바닥에 떨어트려 주던 일, 혹시나 좀 나아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크레아틴 수치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일 등 투병 생활의 아련한 단편들이 아직도 머리와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잠시나마 호전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가족이나 다롱이를 치료하던 수의사도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처럼 놀라워하며 기뻐했었고,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시력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되었을 땐 세상이 곧 멸망이라도 할 것처럼 침울하고 슬펐다. 뜻밖에 『내 안의 바다, 콩팥』이라는 콩팥 책을 읽고 콩팥 이야기를 하니까, 콩팥에 병이 생겨 세상을 떠난 우리 집 강아지 다롱이가 생각나서 몇 자 적었다.
<'작은 우주', 인체의 신비로움이란...> |
아무튼, 종(種)적 차원에서 진화사를 설명한 책들은 많이 봐왔지만, 한 장기(臟器)의 진화사를 조명한 책은 아마도 호머 W. 스미스의 『내 안의 바다, 콩팥』이 처음일 것이다. 『내 안의 바다, 콩팥』이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듯 콩팥이 없었으면 척추동물의 진화는 턱도 없을 것처럼 보인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같은 이유로 폐, 심장 등의 진화사도 분명히 흥미로울 것이다.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내 안의 우주’, 즉 생명체가 지닌 조화와 균형, 질서는 경이로운 우주만큼이나 여전히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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