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자본주의의 종말 | 조너선 포릿 | 지속가능한 자본주의의 타당성과 가능성을 가늠하다
모든 것은 지구 시스템과 그 한계 안에서 생존 가능하게 사는 법에 따라 결정된다. 생물 물리학적인 생존 가능성의 추구는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전제조건이다. (『성장 자본주의의 종말』, 37쪽)
자연을 무자비하게 착취하며 GDP 상으로 부자가 된 나라들은 지구행복지수 HPI(Happy Planet Index)는 매우 낮은 수치를 기록한다. HPI 리스트에는 경제적으로 서유럽보다 뒤떨어졌다고 생각되는 많은 남미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한 데 비해 경제 성장과 더불어 인류 문명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고 자부해왔던 서구권 국가들은 그렇지 않았다. 경제성장이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는 자본주의 예찬론자들의 주장은 이미 망상임이 드러났으며, 사람의 불만족과 불행을 먹고 사는 자본주의적 경제성장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기에는 생태계의 한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인간적 삶을 위한 최소한의 물질적 혜택을 보장받지 못하는 전 세계의 수십억 명에게 경제성장은 여전히 중요하다. 급진적인 사람들은 행복을 가져오기는커녕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기후변화, 빈부 격차, 경제적 착취, 환경 파괴, 자연의 고갈 등에 책임이 있는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반면에 보수적인 사람들은 경제가 성장하고 기술의 진보가 이루어지면 모든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예전의 믿음을 고수한다.
이처럼 극과 극을 오가는 치열한 대립 상태에서 조너선 포릿은 여전히 자본주의를 지지하면서도, 앞에서 언급한 고질적인 문젯거리를 해결하려면 현재의 성장 제일주의 자본주의를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혁신해야만 긍정적인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고 『성장 자본주의의 종말: 자본주의 환경의 손을 잡다』에서 말한다.
기후변화, 빈부 격차의 확대, 경제적 착취, 환경 파괴, 자원의 고갈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부작용을 양산하는 현대의 성장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현재로선 자본주의를 대체할 마땅한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으며 설령 있다고 해도 사람들은 혁명과도 같은 시스템 전환의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도 안 되어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을 고려해도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기후변화 앞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는 남은 시간도 얼마 없을뿐더러 부담도 크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단기적인 역동성과 창의성, 효율성이라는 장점이 있고 이를 지속 가능한 발전의 원동력으로 전환한다면 자본주의는 충격적이고도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이행할 수 있을 만한 자율적인 조정시스템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쉽게 말해 스탠퍼드 대학교 생물학 교수인 그레천 데일리와 퓰리처상을 받은 언론인 엘리슨의 말처럼 ‘게임의 규칙’을 변경하는 것이다. 이 또한 자본주의지만, 지금까지의 자본주의와는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유형인 ‘지속가능한 자본주의’이다.
그리고 성장 맹신주의에서 벗어나듯 기술 맹신주의에서도 벗어나야만 한다. 기술이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한 것도 사실이다. 기술만이 우리를 구해낼 것이라는 종교적인 맹신과 무책임한 환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우리의 사고방식도 바꾸어야 한다. 정치가와 기업가는 사람의 경제활동이 본질적으로 생태계에 속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모든 정책에 이 점을 깊이 연관시켜 사람의 모든 활동이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어 더는 미래의 후손들이 사용할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는 현실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것은 어렵더라도 탄소 소비와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지혜로운 소비가 필요하며 허영적 과소비와 오직 소비를 위한 소비의 늪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붕괴로 말미암은 재앙 앞에서 ‘돌파냐? 몰락이냐?’, 이에 대해 이미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선택의 기회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도 있고, 아직은 일말의 희망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도 있다. 조너선 포릿은 자본주의의 대안적 모델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성장에 대한 생물 물리적인 한계를 설명하고 억제되지 않는 물질주의를 통해 인간 영혼이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자본주의를 선택한다. 하지만, 그가 『성장 자본주의의 종말』에서 제시한 대안적 자본주의는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 기술 • 생각 • 행동의 혁신을 요구한다. 이러한 변화 중 우리가 아는 자본주의와 가장 큰 차이점은 생물 물리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그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다.
조너선 포릿은 『성장 자본주의의 종말』에서 지속가능한 자본주의의 타당성과 가능성을 입증하고자 정치, 사회, 경제, 기후변화 등 매우 폭넓은 분야를 상호연관성에서 통합적이고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이런 복잡한 역학 관계를 세밀하게 파고든 점은 사전지식이 풍부하거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추구하는 독자에겐 지식의 범위를 확충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거나 간략함을 선호하는 독자에겐 너무 학술적이고 지나치게 포괄적인 내용이 지루하게 느껴져 자칫하단 설득력을 잃을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기후변화를 제쳐놓고라도 레이첼 카슨이 걱정했던 ‘침묵의 봄’을 반갑게 맞이하고픈 사람이 아니라면, 조너선 포릿의 책 『성장 자본주의의 종말』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고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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