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읽다 | 카롤린 퓌엘 | 30년 동안의 고도성장이 남긴 흔적들
이 이야기는 중국인들의 경험, 그들의 꿈, 그들이 미래를 보는 시각을 설명해준다. 독자들은 이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중국이 지닌 복합적인 성격과 중국이 세계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을 읽다, 37쪽)
‘대약진(大躍進 運動)’,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등 마오쩌둥(毛澤東)의 망상적인 사회주의 실험의 늪에서 겨우 벗어난 중국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두 번째 영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주도로 개방 • 개혁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공산당의 정당성을 경제 성장에 접목시킨 덩샤오핑의 개혁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만들었고, 이에 힘입어 중국은 인류사에서 볼 수 없었던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성공적으로 베이징 올림픽, 상하이 세계 박람회 등 굵직한 세계적인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안정되고 경제력 있는 대국으로 성장하며 세계화 흐름에 무사히 유입된 중국은 더는 고립된 대륙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서구 열강과 일본에 느꼈던 피해의식과 열등감을 떨쳐버리고 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야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었던 중국은 이제는 세계화 흐름의 변화를 주도하는 명실상부한 대국이 되었으며 이미 세계 언론들은 무분별, 위협, 인권을 들먹거리는 대신 중국을 ‘또 다른’ 강대국으로 대우하고 있다.
여전히 공산당 일당 체재지만, 덩샤오핑 이후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권력 계승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으며 되찾은 정치적 안정성은 권력 투쟁에 소요되는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고 경제 성장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21세기 중반까지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이 될 것이라는 중국의 자신만만한 야심은 충분한 가능성을 갖춘 듯하다. 그러나 이 놀라운 성장과 함께 나타난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역대 중국 왕조들처럼 민중 봉기에 시달릴지도 모르고 의식이 조금씩 깨어가는 인민들에 의해 중국 공산당이 부정되는 최악의 사태도 올 수도 있다. 2005년에만 중국 전역에서 8만 오천 건의 시위가 집계되었을 정도로 중국 성장의 모순들은 점점 더 극렬하게 드러났다. 부패한 지방 관료들의 부정 • 부패는 베이징 정부의 확고한 결의에도 사그라질 기세를 보이지 않으며, 자본주의적인 변화와 함께 사회주의 덕목이 사라지면서 인플레이션, 실업, 유동 인구, 불평등, 부패, 범죄, 도덕적 가치 상실, 세대 간 단절 같은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했다. 특히 극심한 소득 격차와 그로 말미암은 삶의 질적 차이는 인민 내부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베이징 정부 역시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자본주의적 기쁨을 충분히 누리는 중산층들의 세력과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시킬 사회주의 정책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앞으로 중앙 정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또한, 자유 언론과 보편적 인권의 부재, 부실한 사법제도 등 여전한 전제주의적인 경찰국가 이미지는 경제 발전과 함께 성숙해 가는 인민의 의식 속에 잠자는 화약고 같은 정치 개혁과 충돌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불어 티베트와 신장 자치구의 독립 문제 등 넓은 대륙을 지배하는 데 따르는 문제점 역시 한둘이 아니다. 후진타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사람을 기본으로 삼고,전반적 • 협력적 • 지속 가능한 발전 개념을 구축하고,경제 • 사회 • 인간의 전반적 발전을 촉진하자’라는 내용이 강력히 반영된 ‘과학적 발전관’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내세웠었고, 뒤를 이은 시진핑 주석은 ‘중국몽(中國夢)’과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 등을 내세우며 앞으로 당내 민주화와 공민(사회) 민주화를 동시에 강화해 나간다는, 모호하지만 정치 개혁의 뉘앙스를 풍기는 이데올로기를 내세웠다. 지난 30여 년간 이룩한 경제 성장을 그대로 이어가 그들의 목표인 세계 최강대국을 이룩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과거 중국의 왕조들처럼 인민들의 거센 항의에 발목이 잡히면서 중국 공산당 존재가 위협당할지 윤곽일 서서히 잡혀갈 앞으로의 30년은 지난 30년만큼이나 중국과 중국 공산당에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카롤린 퓌엘(Caroline Puel)의 『중국을 읽다 1980-2010: 세계와 대륙을 뒤흔든 핵심 사건 170장면』은 중국의 지난 30년의 성장 과정을 주요 사건 위주로 일목요연하게 기술되어 있다. 카롤린 퓌엘의 명쾌한 설명을 따라 펼쳐지는 중국의 놀라운 성장 궤적은 압도적이고 위협적이다. 세계 제1의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거대하고 야심 찬 나라를 마주한, 그리고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엄청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중국은 간혹 예상치 못한 대륙적인 호인 기질을 발휘하여 서구 국가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고, 삼국지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계략인 이간질을 사용해 협상국을 고립시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도 한다.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평화롭게 우뚝 일어선다는 뜻의 ‘화평굴기(和平屈起)’라는 표현으로 그들의 정책을 설명하면서도 중국 방식의 세계 평화라는 또 다른 뜻을 숨겨둔다.
마오쩌둥 시절의 변덕스러움 만큼은 아닐지라도 여전히 종잡기 어려운 변화무쌍한 대내외 정책을 구사하는 중국을 알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지정학적상 중국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받는 우리로서는 중국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지속적인 경제 발전과 더불어 평화적인 북한 핵 문제 해결, 더 나아가 평화 통일을 위해서라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의 정치적 속성과 그 변천 과정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중국 현대정치사』(로드릭 맥파커 지음, 김재관 • 정해용 옮김, 푸른길)가 더 좋은 선택이지만, 이 책은 정치 • 외교에 집중한 학술적 성격이 짙은 책이기에 일반 독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중국을 읽다(Les 30 ans qui ont changé la Chine(1980-2010))』는 사회, 경제, 문화 등 일반 독자가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하고 폭넓은 분야를 통해서 중국의 격변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따분하지 않게 중국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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