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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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산전기 | 한 사람의 집념이 세상을 위협하다

드라마 리뷰 | 촉산전기(蜀山战纪之剑侠传奇, 2015) | 한 사람의 집념이 세상을 위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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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산전기(蜀山战纪之剑侠传奇, 2015) | 한 사람의 집념이 세상을 위협하다

드라마 리뷰 | 촉산전기(蜀山战纪之剑侠传奇, 2015) | 한 사람의 집념이 세상을 위협하다
<오늘의 사달은 바로 이 적혼석 때문이렷다!>

마족의 힘이 봉인된 적혼석(赤魂石)의 위력은 24년마다 발휘되는 데 그 힘은 너무나 엄청나서 가히 천하무적이라 한다. 하지만, 정신력이 약한 자는 적혼석의 강한 마력을 이겨내지 못해 이성을 잃고 악랄하게 변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천하 무림을 호령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힘 때문에 적혼석을 차지하려는 살육은 촉산검파의 태청 도사가 적혼석을 촉산에 봉인하기 전까진 끊이지 않았다.

이로부터 240년 후, 천하에 다시 존재감을 드러낸 적혼석이 또다시 무림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려는 위기일발이 아이러니하게도 백성의 안민을 근심하는 촉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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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구문’처럼 연인으로 등장하는 두 사람, 하지만 결말은 비극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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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로 돌변한 정은을 탓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았다>

특정 인물이 보고 싶어서 일부러 찾은 드라마는 아닌데, 재밌게도 최근에 본 중국 드라마 「노구문(老九门)」의 남녀 주인공이 「촉산전기(蜀山战纪之剑侠传奇)」에서도 남녀 주인공으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도 (결말은 완전히 다르지만) 똑같이 연인으로 설정되어 있다. 바로 (‘노구문’에선 장계산 역을 맡았고, ‘촉산’에선 정은 역을 맡은) 배우 윌리엄 찬(陈伟霆)과 (‘노구문’에선 윤신월 역을 맡았고, ‘촉산’에선 옥무심 역을 맡은) 배우 자오리잉(赵丽颖)이다(‘노구문’에서 야터우 역을 맡았던 위안빙옌(袁冰妍)도 단역으로 등장).

장국영을 연상시키는 훤칠한 이마를 깻잎 머리로 가린 윌리엄 찬의 어색한 얼굴만큼이나 어색한 연기는 양산형 RPG 게임을 보는 듯한 엉성한 CG만큼이나 보면 볼수록 가관이지만, 지금까지 본 중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젊은 주연 배우 중에선 남자 배우보단 여자 배우의 연기가 확실히 뛰어났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다. 아마 이 배우도 1990년대 연기 생활을 시작한 한국의 몇몇 남자 배우들처럼 드라마 • 영화 촬영 자체가 연기 수업이 될 것이다.

아무튼, 「노구문」 같은 경우는 자오리잉의 톡톡 튀는 매력이 드라마를 완주하는데 견인력 역할을 톡톡히 했다면, 「촉산전기」는 주청운 역을 맡은 재니스 맨(文咏珊)의 그윽한 눈망울이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 리뷰 | 촉산전기(蜀山战纪之剑侠传奇, 2015) | 한 사람의 집념이 세상을 위협하다
<내게 있어 ‘촉산전기’의 주인공은 바로 재니스 맨>
드라마 리뷰 | 촉산전기(蜀山战纪之剑侠传奇, 2015) | 한 사람의 집념이 세상을 위협하다
<촉산 5인방 모두 저마다의 비극으로 끝을 맺으니 인생의 무상함? 아님 잔인한 감독?>

어떻게 보면 (소오강호의) 의림처럼 청초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영웅문의) 황용처럼 약간 맹랑하면서도 장난기도 있는 주청운의 살찐 올챙이가 꿈틀대는 것처럼 약동하는 눈 연기가 일품이다. 또한, 정은을 ‘징 따거’라고 부를 때 바람 빠지는 듯 늘어지는 ‘거~’ 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몸이 녹아내릴 정도로 애교가 꿀처럼 뚝뚝 떨어지며, 뾰로통 심술 난 표정마저 귀여워 죽을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 중국 드라마를 보면서 매번 새로운 배우들만 마주친 덕분에 (고로 그들의 원래 목소리가 어떤지 알 수 없었다는 것) 알아차릴 수 없었던 것이 있는데 중국 드라마는 아직도 배우 원음이 아니라 성우 더빙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여러 드라마가 한 장소에서 동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동시 녹음 기술 문제로, 배우가 연기를 못해서 등등의 이유로 여전히 성우 더빙을 선호한다는데, 이게 배우의 표정 연기와 성우의 음성 연기가 일치하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하면 윌리엄 찬처럼 뭔가 묘하게 어색한 연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뭐, 이런 것도 중국 드라마의 특색이라면 특색이겠다.

드라마 리뷰 | 촉산전기(蜀山战纪之剑侠传奇, 2015) | 한 사람의 집념이 세상을 위협하다
<은혜와 애증으로 얽힌 두 사람 역시 비극을 벗어나지 못한다>
드라마 리뷰 | 촉산전기(蜀山战纪之剑侠传奇, 2015) | 한 사람의 집념이 세상을 위협하다
<촉산의 새 장문이 된 주청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촉산전기」는 장편이어서 그런지 조연도 많이 등장하지만, 이들의 비중이 꽤 높아 두 주인공인 정은과 옥무심 이야기 외에도 꽤 굵직한 이야기들이 곁다리로 뻗어 있어서 보는 이에 따라선 혼란스럽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론 마치 인간 세상의 다사다난한 삶과 복잡한 인간관계를 체현하려는 듯한 노고와 깊이가 엿보인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전자보단 후자의 의미가 더 와닿는 것은 드라마에선 잘 되는 사람도 없고, 원하는 걸 얻는 사람도 끝끝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한탄하고, 가진 것을 지키지 못해 통곡하는 우리의 신산한 삶을 보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씁쓸하기도 하다. 심지어 두 주인공인 정은과 옥무심마저 횡행하는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헤어지고 다시 만나길 밥 먹었듯이 반복한다.

보통은 사달이나 변고가 일어나도 흐트러지지 않는 곧은 절개를 가진 것이 무협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인데, 정은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처럼 쉽게) 증오와 집념에 집어삼켜지는 바람에 선과 악, 동료와 적, 개인과 대의 사이에서 ‘삼팔선 놀이’하듯 오락가락하니, 보는 이에 따라선 대책 없는 막장 드라마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야기의 맥락을 잘 짚어보면, 복수에 대한 집념, 강호를 제패하겠다는 집념, 치욕을 씻겠다는 집념 등 한 사람의 집념이 때에 따라선 세상마저 파멸시킬 수도 있는 멸망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음을 깨우쳐주는 듯해 섬뜩하다.

강호도 그랬고 현실도 그랬다. 히틀러처럼, 그리고 작금의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한 사람의 집념이 세상의 평화를 위협하니 참으로 사람의 집념은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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