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크루즈(Cruise Ship Killers, 2020) | 잠못 이루는 그대에게 강력하게 추천!
<에르큘 포와로 같은 멋진 탐정이 등장할 것 같지 않은가?> |
약간은 미안한 심정으로 리뷰를 작성한다. 왜냐하면, 달랑 1편만 본 상태에서 리뷰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1편만 보고 그 뒤를 줄줄이 소시지처럼 길게 매달려 있는, 하지만 소시지처럼 맛있을 것 같지는 않은 나머지 편 감상하기를 포기했는가?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드라마 진행이 ─ 느리게 움직인다고 해서 느린 것을 좋아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 마치 거북이와 기세 싸움하듯 너무나 느리고 답답하고 지루했기 때문이다.
<실존하는 작가다> |
그래도 재밌는 것은 「미스터리 크루즈(Cruise Ship Killers)」의 지루함은 여타 지루함과는 색다르다는 것이다. 마치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것 같은 시도 자체는 흥미롭다. 그래서 감상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연출이 지루함의 색다른 차원을 만들어보기로 작심한 것인지 편집, 해설, 각본 등이 삼위일체가 되어 지금까지 경험해 온 지루함과는 격이 다른 지루함을 제공한다. 감상하면 알겠지만, 아무리 작정하고 만들었기로 이토록 지루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상이라도 주고 싶다.
<배 안에서 일어난 사건을 수사하는 의사> |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미스터리 크루즈(Cruise Ship Killers)」의 한 편 분량은 대략 42분이다. 하지만, 그 42분이 그냥 42분이 아니다. 내가 보기엔 10분 정도 촬영한 분량을 가지고 잘라내고 복사하고 붙여넣고 등등 짜깁기하여 밀가루 반죽을 얄팍하게 늘이듯 42분으로 늘여놓은 것 같다. 일례로 같은 화면, 같은 대사가 여러 번 반복될 뿐만 아니라 화면 재생 속도 또한 격을 맞추느냐 느리다.
<신혼 여행 마지막 날 남편은 왜 아내를 죽여야만 했을까?> |
그런 식으로 이야기 흐름도 느리고, 덩달아 화면도 느리게 흘러가고, 대사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반복되고, 거기에 늘어난 테이프에서 흘러나옴 직한 나른한 해설은 여태껏 졸음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눈꺼풀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결정타다. 한마디로 「미스터리 크루즈(Cruise Ship Killers)」는 졸음에 굴복하는 자만이 진정한 안식을 취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는 휴먼 드라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자여, 괜한 일에 돈과 건강과 신경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여기 이 드라마라면 잠 못 이루는 그대의 고민을 해결해 줄 강력한 한 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람선을 타고 나갔다가 집에 돌아 오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표현한 범죄 드라마지만, 앞서 말한 이유 등으로 수면제 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체질에 따라 수면제의 약발이 다르게 받는 것처럼 취향에 따라 누군가에겐 유람선에서 만끽할 수 있는 바닷바람처럼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말해 놓고 보니 왠지 모르게 켕긴다.
스무 편이 넘는 나머지를 다 봤더라면 나의 감상이 달라졌을까? 하는 의문이 들 법도 하지만, 1편의 수면 효과가 워낙 강렬해서 그런지 그런 미련은 깔끔하게 떨쳐 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일단 그만큼 시간을 절약한 셈이고, 그 절약한 시간으로 그보다 조금이라도 더 재밌는 다른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끝으로 이 드라마의 IMDB 평점이 6.5다. 그곳에도 평점 알바가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서구인들은 느긋한 걸 즐길 줄 아는 그다지 부럽지 않은 천성을 타고난 것일까?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으니 나로선 알 수가 없다.
비록 보잘 것 없지만 광고 수익(Ad revenue)은 블로거의 콘텐츠 창작 의욕을 북돋우는 강장제이자 때론 하루하루를 이어주는 즐거움입니다
0 comments:
댓글 쓰기
댓글은 검토 후 게재됩니다.
본문이나 댓글을 정독하신 후 신중히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