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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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ALIVE) | 98분짜리 라면 광고?

영화 리뷰 #살아있다(#ALIVE, 2020) | 98분짜리 라면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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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ALIVE, 2020) | 98분짜리 라면 광고?

영화 리뷰 #살아있다(#ALIVE, 2020) | 98분짜리 라면 광고?
<좀비들의 특이한 퍼포먼스도 볼거리>

「#살아있다(#ALIVE)」라는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영 마뜩잖다.

좀비 영화라고 해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시대는 지나도 한참 전에 지났는데, 좀비 영화라고 해서 막무가내로 이야기를 밀어붙여도 되는 시대도 한참 전에 지났는데, 좀비 영화라고 해서 개연성 논란에서 면제되는 시대도 한참 전에 지났는데, 등등 이런 걱정들이 한국 영화에 대한 사랑으로 똘똘 뭉친 날 실망과 안타까움과 아쉬움의 나락으로 몰아붙였다.

이젠 정말이지 좀비를 향한 끔찍한 애정만으로 좀비 영화에게 무작정의 호의를 베푸는 맹목적인 시대는 지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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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인간은 좀비나 다름없다?>

그런데 의외로 평이 좋다.

네이버야 알바를 깔았다고 할 수 있으니 그렇다 쳐도 IMDB와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등의 영화 사이트에서 「#살아있다(#ALIVE)」는 내가 예상한 바를 장대높이뛰기 하듯 훌쩍 뛰어넘는 후한 평점을 받았으며 용케도 살아있었다!

이것은 나의 식견이 수준 미달이던가, 아니면 평점 조작 알바의 뜨거운 손길이 해외로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던가, 둘 중 하나가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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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상황에선 관음증도 약간은 도움이 된다>

내가 볼 때 이 영화의 숨은 가치는 98분짜리 라면 광고였다는데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 라면이 등장하는 논박의 여지를 불허하는 그 매우 시기적절하며 타이밍은 그렇지 않아도 인기가 있는 라면들인데, 이 영화 덕분에 최소 몇 봉지는 평소보다 더 팔렸을 것이라 쉽게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군침을 돌게 한다. 이뿐만 아니라 라면은 생수와 함께 비상식량으로의 위치를 굳건히 다지는 계기도 될 것이다.

고로 혹시 모르니 라면과 생수는 두세 상자 정도는 쟁여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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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하이라이트, 라면 끓이기!>

나 역시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허함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며칠 굶은 주인공들이 라면 앞에서 환장하는 모습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아무튼, 갑자기 밀려드는 공복감을 견딜 수 없어 결국엔 라면 봉지 하나를 먹잇감을 사냥하는 야수라도 된 것처럼 유감없이 뜯어 젖히고 말았다. 나 역시 규칙적이지는 않더라도 너무 늦지는 않게 밥을 먹어줘야 살아갈 수 있는 미천한 동물인지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그래도 교양을 좀 가진 사람인지라 좀비가 살아있는 사람에게 달려드는 것처럼 허겁지겁 먹지는 않았다. 봉지에 친절하게 적힌 설명서대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4분 30초를 끓여주는 인내심과 결단력을 발휘할 정도로 굶주리지도 않았으며, 남은 국물에 적당하게 밥 반 공기 정도만 말아먹을 정도로 체통도 지켰다.

그런데 한국의 좀비들은 왜 그렇게 빠른지 모르겠다. 평소 걷기 운동도 별로 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좀비가 되니 겁나게 달려간다. 저러다 심장 마비나 관절염이라도 오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민첩한 좀비들을 상대해야 하는 주인공들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거지 같은 분장에 음침한 소리를 내지르고 기괴한 퍼포먼스를 뽐내며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녀야 하는 엑스트라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외국 좀비처럼 느긋하게, 좀비다운 기품을 유지하며 주인공들을 쫓아도 매우 재미있는데 말이다. 막무가내로 뛰어다니기만 하는 좀비는 보는 사람 정신만 사납게 만든다. 여러모로 마음이 편치 않은 영화다.

내가 이런 영화를 보면서까지 살아야 하는, 혹은 너무 오래 살아 이런 영화까지 보고 말았나 하는 자책감이 문득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굳이 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살아있다는 것이 좋다는 것은 당신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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