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베트콩식 부비트랩의 재림
전부 죽었다
너 빼고 전부
널 열 번도 더 죽일 수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남겨놨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아스라이 희미해져 가는, 그리고 영화 좀 봤다하는 중년들에게 당신이 아는 영화배우 중 '우람하고 다부진 근육질'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누가 있나고 물어본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언급될 두 스타가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새로운 영화를 발표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바로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과 아널드 슈워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다.
어쩌면 그들의 잿빛 찬란한 영화 인생에서 유종의 미를 장식하게 될 수도 있는 작품으로 두 사람은 서로 최후의 경쟁이라도 펼치려는 듯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큰 명성과 인기를 가져다준 영화 시리즈를 선택했다. 바로 ‘람보(Rambo)’와 ‘터미네이터(Terminator). 하지만, 영화 내용은 지금껏 수많은 영화팬들의 지루함을 달래줬던 그들에 대한 ’의리’와 ‘경의’, 그리고 두 영화 시리즈가 한창 붐을 일으킬 당시를 추억하게 하는 ’향수‘에 약간은 어필해야 할 정도로 평범하기 그지없다.
그 누가 뭐래도 뭇남자들의 부러움과 뭇여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보디빌더를 연상시키는 듬직한 근육을 자랑하던 그들이었지만, 끝끝내 플라스틱도 분해하고 마는 인정사정없는 세월의 연륜 앞에서는 두 사람도 어쩔 수 없었는가 보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Terminator: Dark Fate, 2019)」와 「람보: 라스트 워(Rambo: Last Blood」는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그들의 연세를 고려한 듯한) 쉽게 소화해낼 수 있는 무난한 이야기에 소소한 액션으로 올드팬들의 흥심과 감개를 자극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람보: 라스트 워」의 액션 장면이 휘갈기는 충격은 가히 상상 이상이다. 그것은 액션이 화려하고 대단해서가 아니라 람보의 노익장 속에서 도살당하는 소 • 돼지처럼 무참히 썰어지는 젊은이들이 남긴 흥건한 피와 흐물흐물한 내장과 물컹한 뇌수가 고어물 같은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젊은 혈기를 믿고 함부로 날뛰다가 도축장의 소 • 돼지만도 못한 신세로 전락한 범죄자들의 신세가 참으로 가련하게 느껴질 정도로 람보의 복수는 먼지 한 톨만큼의 자비도, 오차도 없다.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낳는 불상사를 애초에 차단해버리려는 듯한 씨 말리기식의 람보식 복수가 보는 사람의 모골을 송연하게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납치, 감금, 인신매매 등의 악질적인 범죄의 무대가 되는 나라는 거의 거기서 거기인 듯하다. 구소련 국가 아니면, 중남미. 그중에서도 멕시코는 단연코 단골이다. 나처럼 그쪽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멕시코 같은 나라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마저 범죄조직의 끄나풀처럼 보일 정도로 막장 중의 막장 같다. 이런 선입관이 멕시코로선 억울할 수도 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라는 속담이 있듯, 지난해 하루 평균 80건 이상의 살인이 일어나는 멕시코로서는 딱히 변명할 말은 없는 것 같다. 멕시코에서 살아남으려면 돈을 억수로 많이 벌여 무장한 경호원을 두던가, 조직에 성실하게 상납하던가, 스스로 무장해 자신을 지키던가,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숨죽이며 살던가...
람보에겐 손녀뻘 되는 소녀가 람보처럼 훌륭한 어른의 말을 안 듣고 제멋대로 설치다가 지옥을 맛보게 된다는 진부한 이야기는 팬들의 한숨을 자아내지만, 동굴에서 펼쳐지는 베트콩식 부비트랩(Booby trap)의 재림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사방에 살점이 튀고, 뼈가 으스러지고, 옆구리 터진 김밥처럼 내장이 흘러나오고, 골수가 폭죽처럼 튀면서 관객의 숨을 찰나적으로 멎게 할 정도는 충분하다. 다만, 그 숨 막히는 긴장감이 액션 그 자체에서가 아니라 액션의 결과물에서 기인하는 점이 조금 애처로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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