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4

, , , ,

모든 것이 F가 된다(2014) | 범인 찾기가 전부는 아니다

The-Perfect-Insider-2014-drama-scene
review rating

모든 것이 F가 된다(すべてがFになる, 2014) | 범인 찾기가 전부는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재밌게 읽은 소설에서 받은 감개를 다시 한 번 더 만나는 선물과도 같은 기쁨은 모름지기 독서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 않을까 싶다. 모리 히로시(森博嗣)의 ‘S(사이카와) & M(모에)’ 시리즈 10권을 모두 섭력한 나에겐 드라마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전혀 기대하지 않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연말 보너스보다 더 반가운 선물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작가가 창조한 개성미 넘치는 인물을 어떤 배우가 어떻게 맡았는지, 그래서 작가가 묘사한 이미지와 얼마나 잘 매칭되는지 품평하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원작 소설 리뷰는 >> 「모든 것이 F가 된다 | 삼중 밀실 미스터리

The-Perfect-Insider-2014-drama-scene

사실 원작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S & M 시리즈 중간 정도 읽을 때였을 것이다. 하릴없이 인터넷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도중 우연히 드라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운이 좋게 어둠의 경로를 통해 영상과 자막을 몽땅 구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드라마는 원작 10편 전부를 영상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이 중에서 5편만 선별했다. 물론 이 5편에는 S & M 시리즈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면서도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한 『모든 것이 F가 된다』와 『유한과 극소의 빵』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두 편이 원작처럼 드라마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고 있다.

The-Perfect-Insider-2014-drama-scene

남성적이고 무뚝뚝한 이미지로 통하는 구니에다 조교(미즈사와 에레나)와 속은 지적이고 냉철한 이성으로 똘똘 뭉쳤지만, 겉은 어딘지 모르게 후줄근한 사이카와 교수(아야노 고)는 금방 익숙해졌다. 하지만, 도도하고 똘똘하고 당돌하면서도 한편으론 우아하기도 한 니시노소노 모에(타케이 에미)는 끝까지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 인정하기 싫었다고 말하는 것이 내 심정을 더 적합하게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원작을 보면서 상상한 모에는 얼굴이나 몸매 모두 갸름한 스타일일 것이라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왜소하게 느껴지는 여성일 것이라고 ─ 내 멋대로 ─ 상상하고 있었는데, 드라마에 등장한 모에는 너무 통통하다(사실 난 마른 여자보다는 통통한 여자를 더 좋아한다). 또한,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에는 그녀의 컴퓨터 같은 민첩한 두뇌 능력이 유발하는 차가운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원작을 읽으면서 상상한 등장인물들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비교 관찰일 뿐이다.

The-Perfect-Insider-2014-drama-scene

모리 히로시의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감상하는 데는 크게 부족할 것은 없어 보일 정도로 드라마의 이야기 전개 수준은 평이하다. 다만, S & M 시리즈 특유의 사고력을 발전시키는 맛은 밋밋하다. 내가 모리 히로시의 S & M 시리즈를 추켜세우는 이유는 추리와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치면서 자신만의 가설을 세워나갈 수 있는 지적 의지와 그 프로세스를 진지하게 즐기게끔 하는 최상의 여건을 소설이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즉, 범인 맞추기 같은 고전적인 게임보다는 추리와 가설의 프로세스를 진득하게 이행하고, 그 사고 과정이 스파크처럼 일으키는 짜릿짜릿한 지적 쾌감을 모리 히로시의 소설에서는 맛볼 수 있지만, 아쉽게도 드라마에서는 맛보기 어려웠다.

아마,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압축해서 보여주어야 하고, 또 영상의 연속성이라는 불변의 특성은 시청자가 짬짬이 사고할 틈(재생을 멈추고 추리에 빠지는 시청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려나?)을 허락할 수 없는 구조인 데다가, 결정적으로 드라마는 지적 수준이 균질하지 않은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매체이다 보니 이야기를 쉽게 쉽게 풀어나가야 보는 사람도 쉽게 쉽게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이래서 TV는 바보상자가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바보들이 보는 것은 모두가 이해할 수 있지만, 천재들이 보는 것은 모두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천재하는 것은 아니고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내겐 생애 최고의 추리소설 중 하나로 남을 모리 히로시의 원작을 본 사람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아이템이다. 그리고 만약 원작을 보려는 마음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드라마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원작을 보고 그 원작에 해당하는 드라마를 볼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원작 S & M 시리즈 10편에 대한 리뷰는 차후 올릴 예정이다.

비록 보잘 것 없지만 광고 수익(Ad revenue)은 블로거의 콘텐츠 창작 의욕을 북돋우는 강장제이자 때론 하루하루를 이어주는 즐거움입니다

Share:

0 comments:

댓글 쓰기

댓글은 검토 후 게재됩니다.
본문이나 댓글을 정독하신 후 신중히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