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촌(健忘村: The Village of No Return, 2017) | 기발한 척하는 유치함이 주는 기묘한 재미
"당신의 삶을 바꿔드릴게요. 더이상 비참함을 못 느낄 겁니다" - 티엔
자신의 아버지가 묻혀 있다는 ‘욕왕촌’이라는 마을을 차지하기만 하면 황제가 될 거라는 주술사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 ‘어르신’은 약간 모자란 욕왕촌 남자 대전을 꼬드겨 마을에 테러를 가할 계획을 꾸민다. 하지만, 대전은 마을로 돌아가고 얼마 지나서 독살된 채로 발견된다. 촌장은 빚 때문에 팔려온 다음 대전과 강제로 결혼한 추를 의심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증거도 없었다. 3년 전에 1년을 기약하고 떠난 약혼자 딘을 여전히 기다리는 추는 딘의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었다.
마을에 기차역이 들어선다는 소리에 이제야 돈을 긁어모을 수 있게 됐다며 기뻐 날뛰는 촌장과 기찻길은 풍수를 파괴해 재앙을 가져올 거라고 주장하는 학교 선생과 옥신각신 다투고 있을 때 자신의 본명을 티엔(행운아)이라고 밝힌 도사가 마을에 나타난다. 티엔은 마을 사람들이 이런저런 일로 다투는 것을 보고 조 왕조 시대의 보물이라는 ‘근심 제거기’를 소개하며, 이것으로 사람들이 모든 걱정과 근심을 제거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놀랍게도 티엔의 말은 사실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티엔이 작동시키는 ‘근심 제거기’를 통해 잊고 싶었던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게 된다. 하지만, 음흉하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던 티엔은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한 다음 머리가 텅 빈 바보로 만들어 자신을 촌장으로 숭배하고 만든 다음 과부가 된 추는 자신의 아내로 삼는다. 마을 사람들을 마음대로 부리게 된 티엔은 지금까지 해왔던 마을의 모든 일은 내팽개치고 오직 마을에 숨겨져 있는 보물을 찾으러 땅을 파는데 마을 사람들을 동원한다. 한편, 대전의 소식을 기다리던 ‘어르신’은 대전으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자 악명 높은 ‘구름파’를 마을로 파견한다.
피부에 박힌 점이나 주근깨를 빼듯 사람의 기억 속에서 근심과 걱정을 제거한다고 해서 사람이 정말 하루아침에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아무튼, 영화는 과거를 잊게 하고 희망찬 미래만을 약속하는 붉고 낯선 기억으로 세뇌시켜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 있다는 공산당의 선전을 은은하게 비꼬는 듯하다. 이념 선전처럼 과장된 언어와 동작, 이상주의적인 유토피아의 설교처럼 기발한 척하는 유치한 영상 등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우면서도 어딘가 기묘한 재미를 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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