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그리고 일상적인 생각을 쓰고. 이 모든 것을 음악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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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30일 수요일

[책 리뷰] 광기에서 출발한 괴물 같은 사랑 ~ 워더링 하이츠(에밀리 브론테)

Wuthering Heights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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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에서 출발한 괴물 같은 사랑

원제: Wuthering Heights by Emily Brontë
“내겐 연민이 없다! 연민이 없어! 벌레가 꿈틀거리면 창자가 터지도록 더 짓뭉개고 싶단 말이야. … .” (『워더링 하이츠』, 241쪽)

그것은 광기에서 출발한 괴물 같은 사랑이었다!

‘폭풍의 언덕’이란 제목으로도 알려진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의 『워더링 하이츠(Wuthering Heights)』는 원작을 각색한 동명의 영화 덕분에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막상 원작 『워더링 하이츠』를 읽고 나니 로맨스 영화 같은 낭만적인 사랑보다는 폭풍에 갈가리 찢기고 부러진 가련한 나무처럼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그 개운치 않은 뒷맛에서 스멀스멀 발효된 책을 확 찢어발기고 싶은 반감은 바로 히스클리프에의 피도 눈물도 없는 복수극에서 온다. 애초 사랑을 품지 않았더라면 시작되지도 않았을 그의 복수극은 사랑은 아름답고 낭만적이어야 한라는 우리의 순진한 기대와 상상을 무참히 짓밟는다. 사랑의 실패로 말미암은 슬픔이 단지 슬픔으로만 그치지 않고, 더불어 눈물과 회한으로만 그치지 않고 분노의 증기를 피어오르게 하는 사악한 에너지가 될 때, 이 모든 것이 증오로 발효하여 복수심으로 치닫는 인간의 나약하고 사악한 감정은 인간의 집념과 집착이 불러올 수 있는 파괴적인 결말의 좋은 예시일 것이다. 그러나 히스클리프의 복수심의 가장 큰 지류가 캐서린에 대한 사랑에서 왔다면, 사랑의 표현과 방법이야 어찌 되었든 그만큼 큰 사랑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잔인은 복수의 길과 처참한 결말에서 느꼈듯 그것은 광기에서 출발한 괴물 같은 사랑이었다.

사랑과 증오, 그 아찔한 종이 한 장만큼의 차이

칠고 쓸쓸한 거리에서 자란 히스클리프의 사랑은 그의 성격만큼이나 거칠고 투박하다. 반면에, 정상적인 부모 밑에서 사랑과 교육을 받고 자란 캐서린은 신경질적일 정도로 민감한 감정을 가졌다. 겉으로는 무덤덤한 히스클리프는 오로지 캐서린만 열 수 있는 튼튼한 강철 금고 속에 사랑을 안전하게, 그러나 타인은 쉽게 알 수 없도록 은밀하게 품고 있었다면, 주변 상황에 신속하게 녹아들고 반응하는 민첩하고 쾌활한 캐서린은 자루 속에 보관된 화약처럼 언제 어디서든 꺼내 폭발시킬 수 있는 빠르고 강렬한 사랑을 품고 있었다. 히스클리프의 사랑은 금고 속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설령 문제가 생기더라도 쉽게 내색하지 않지만, 그의 사랑이 만족하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 병이 들면 금고는 조금씩 썩어들어간다. 그렇게 부식된 금고는 그의 마음마저 오염시키며 결국엔 복수심으로 강렬하게 표출된다. 캐서린은 인형을 다루듯 사랑을 즐기고 지배하려는 섬세한 감정과 쉽게 꺾이지 않는 자존심에 신경질적인 오만함이 위험하게 섞여 있다. 그래서 그녀는 에드거와 히스클리프가 자신의 섬세하게 분리된 사랑을 이해해 주려고 하지 않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치욕을 견디느니 자신이 가진 모든 열정과 사랑을 폭발시켜 두 남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잔인하게 증명한다. 이렇듯 히스클리프와 캐서린과의 기이한 관계와 융화되기 어려운 두 사람의 성정에서 점화된 섬뜩한 사랑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고 기대하는 통속적인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애증과 집념의 아우라로 점철된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두 사람에게 선물하는 괴물 같은 사랑이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못 이룬 사랑은 단지 두 사람의 불행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오랫동안 구박받고 천대받아옴에도 집요하게 참아온 히스클리프에게 유일한 희망은 캐서린이었다. 그러나 홧김에 내뱉은 캐서린의 말이 씨가 되어 히스클리프가 무던히 살아온 인고의 세월을 하루아침에 깨트려 버린다. 그는 집을 뛰쳐나가 무대에서 잠시 사라지지만, 다시 나타났을 땐 악마도 울고 갈 정도로 잔인하고 냉정한 복수의 화신이 된다. 그는 자신의 사랑을 허락할 수 없는 사회를, 자신의 진실한 사랑을 외면한 채 다른 남자에게 시집간 캐서린을 응징한다. 이쯤 되면 캐서린에 대한 히스클리프의 순수한 사랑은 애증과 집념에서 발효한 복수심에 짓밟힌 상태다. 그는 차마 캐서린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못하지만, 그녀와 관계된 두 집안을 철저하게 몰락시킴으로써 간접적으로나마 캐서린의 비극적인 결말을 완성한 장본인이 된다. 그가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했다면, 어찌 되었든 그녀의 가족에게 최소한의 인정은 남겨두었어야 했다. 다르게 보면, 사회와 두 집안에 대한 그의 증오는 천 년 묵은 나무의 뿌리처럼 깊게 마음속에 박혀 있어 캐서린이란 존재도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던 것이다.

마치면서...

스클리프를 사랑에 미친 남자로 보든 아니면 복수에 눈이 먼 악마로 보든 이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독자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살아온 인생길에 따라 판단은 얼마든지 달리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정도로 에밀리 브론테의 『워더링 하이츠』는 다의적이고 다각적인 해석이 가능한 진솔한 문학의 정수이다. 그러므로 ‘오독’이란 있을 수 없으며 그 ‘오독’조차 개인적 감상의 한 의견일 뿐이다. 읽을 때마다 매번 다른 감동과 느낌, 해설을 끌어낼 수 있는 작품이야말로 진정한 문학이기 때문이다.

이 리뷰는 2016년 11월 30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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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4일 목요일

[책 리뷰] 30년 동안의 고도성장이 남긴 흔적들 ~ 중국을 읽다(카롤린 퓌엘)

The 30 years that changed China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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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의 고도성장이 남긴 흔적들

원제: Les 30 ans qui ont changé la Chine(1980-2010) by Caroline Puel
이 이야기는 중국인들의 경험, 그들의 꿈, 그들이 미래를 보는 시각을 설명해준다. 독자들은 이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중국이 지닌 복합적인 성격과 중국이 세계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을 읽다, 37쪽)

‘대약진(大躍進 運動)’,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등 마오쩌둥(毛澤東)의 망상적인 사회주의 실험의 늪에서 겨우 벗어난 중국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두 번째 영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주도로 개방 • 개혁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공산당의 정당성을 경제 성장에 접목시킨 덩샤오핑의 개혁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만들었고, 이에 힘입어 중국은 인류사에서 볼 수 없었던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성공적으로 베이징 올림픽, 상하이 세계 박람회 등 굵직한 세계적인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안정되고 경제력 있는 대국으로 성장하며 세계화 흐름에 무사히 유입된 중국은 더는 고립된 대륙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서구 열강과 일본에 느꼈던 피해의식과 열등감을 떨쳐버리고 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야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었던 중국은 이제는 세계화 흐름의 변화를 주도하는 명실상부한 대국이 되었으며 이미 세계 언론들은 무분별, 위협, 인권을 들먹거리는 대신 중국을 ‘또 다른’ 강대국으로 대우하고 있다 .

전히 공산당 일당 체재지만, 덩샤오핑 이후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권력 계승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으며 되찾은 정치적 안정성은 권력 투쟁에 소요되는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고 경제 성장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21세기 중반까지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이 될 것이라는 중국의 자신만만한 야심은 충분한 가능성을 갖춘 듯하다. 그러나 이 놀라운 성장과 함께 나타난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역대 중국 왕조들처럼 민중 봉기에 시달릴지도 모르고 의식이 조금씩 깨어가는 인민들에 의해 중국 공산당이 부정되는 최악의 사태도 올 수도 있다. 2005년에만 중국 전역에서 8만 오천 건의 시위가 집계되었을 정도로 중국 성장의 모순들은 점점 더 극렬하게 드러났다 . 부패한 지방 관료들의 부정 • 부패는 베이징 정부의 확고한 결의에도 사그라질 기세를 보이지 않으며, 자본주의적인 변화와 함께 사회주의 덕목이 사라지면서 인플레이션, 실업, 유동 인구, 불평등, 부패, 범죄, 도덕적 가치 상실, 세대 간 단절 같은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했다. 특히 극심한 소득 격차와 그로 말미암은 삶의 질적 차이는 인민 내부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

베이징 정부 역시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자본주의적 기쁨을 충분히 누리는 중산층들의 세력과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시킬 사회주의 정책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앞으로 중앙 정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또한, 자유 언론과 보편적 인권의 부재, 부실한 사법제도 등 여전한 전제주의적인 경찰국가 이미지는 경제 발전과 함께 성숙해 가는 인민의 의식 속에 잠자는 화약고 같은 정치 개혁과 충돌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불어 티베트와 신장 자치구의 독립 문제 등 넓은 대륙을 지배하는 데 따르는 문제점 역시 한둘이 아니다. 후진타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사람을 기본으로 삼고,전반적 • 협력적 • 지속 가능한 발전 개념을 구축하고,경제 • 사회 • 인간의 전반적 발전을 촉진하자’라는 내용이 강력히 반영된 ‘과학적 발전관’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내세웠었고, 뒤를 이은 시진핑 주석은 ‘중국몽(中國夢)’과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 등을 내세우며 앞으로 당내 민주화와 공민(사회) 민주화를 동시에 강화해 나간다는, 모호하지만 정치 개혁의 뉘앙스를 풍기는 이데올로기를 내세웠다. 지난 30여 년간 이룩한 경제 성장을 그대로 이어가 그들의 목표인 세계 최강대국을 이룩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과거 중국의 왕조들처럼 인민들의 거센 항의에 발목이 잡히면서 중국 공산당 존재가 위협당할지 윤곽일 서서히 잡혀갈 앞으로의 30년은 지난 30년만큼이나 중국과 중국 공산당에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

롤린 퓌엘(Caroline Puel)의 『중국을 읽다 1980-2010: 세계와 대륙을 뒤흔든 핵심 사건 170장면』은 중국의 지난 30년의 성장 과정을 주요 사건 위주로 일목요연하게 기술되어 있다. 카롤린 퓌엘의 명쾌한 설명을 따라 펼쳐지는 중국의 놀라운 성장 궤적은 압도적이고 위협적이다. 세계 제1의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거대하고 야심 찬 나라를 마주한, 그리고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엄청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중국은 간혹 예상치 못한 대륙적인 호인 기질을 발휘하여 서구 국가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고, 삼국지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계략인 이간질을 사용해 협상국을 고립시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도 한다.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평화롭게 우뚝 일어선다는 뜻의 ‘화평굴기(和平屈起)’라는 표현으로 그들의 정책을 설명하면서도 중국 방식의 세계 평화라는 또 다른 뜻을 숨겨둔다.

마오쩌둥 시절의 변덕스러움 만큼은 아닐지라도 여전히 종잡기 어려운 변화무쌍한 대내외 정책을 구사하는 중국을 알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지정학적상 중국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받는 우리로서는 중국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지속적인 경제 발전과 더불어 평화적인 북한 핵 문제 해결, 더 나아가 평화 통일을 위해서라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의 정치적 속성과 그 변천 과정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중국 현대정치사』(로드릭 맥파커 지음, 김재관 • 정해용 옮김, 푸른길)가 더 좋은 선택이지만, 이 책은 정치 • 외교에 집중한 학술적 성격이 짙은 책이기에 일반 독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중국을 읽다(Les 30 ans qui ont changé la Chine(1980-2010))』는 사회, 경제, 문화 등 일반 독자가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하고 폭넓은 분야를 통해서 중국의 격변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따분하지 않게 중국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리뷰는 2016년 11월 24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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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9일 토요일

[책 리뷰]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 갈 ‘책’과 ‘독서문화’ ~ 책의 문화사(데틀레프 블룸)

From authors, books and pirates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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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 갈 ‘책’과 ‘독서문화’를 가늠하다

원제: Von Autoren, Büchern und Piraten: Kleine Geschichte der Buchkultur by Detlef Bluhm
지적 소유물을 강탈하는 성향은 호모 사피엔스 유전자에 잠재해 있다. (『책의 문화사』, 235쪽)

리는 책의 역사에서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파급 효과를 일으킬 매체혁명의 과도기에 살고 있다 . 그것은 바로 전자책의 대중화인데, 전자책은 지금까지 책의 역사에 있었던 어떠한 매체혁명과도 다른 성격과 특징을 띄고 있다. 점토판을 시작으로, 파피루스, 양피지를 거쳐 지금의 종이 등 매체혁명의 주인공들은 물질적인 매체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양피지든 종이든 지금까지의 책은 사람이 손으로 직접 만져 재질감을 느낄 수 있는 물질적인 매체에 인쇄됐다. 그러나 전자책은 지금까지 생산된 책의 재질과는 전혀 다른 매체인 전자 잉크 패널, LCD 패널 등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사용한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복제라는 종이책에 비하면 가히 혁명적인 생산과 판매 방식을 사용하는 전자책은 비용과 자원도 그만큼 적게 든다.

전자책의 장점은 우선 책의 부피와 무게의 제한에서 완전히 탈출했다는 것 이다. 더는 가방 속에 참고서나 수험서, 또는 여러 권의 책을 무겁게 넣고 다닐 필요가 없다. 전자책은 전자책을 볼 수 있는 태블릿, 스마트폰 등의 기기에 저장 용량이 허용하는 만큼, 혹은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다면 필요한 만큼 책을 보관하거나 내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책장을 한 손에 들고 다니는 격이 된다. 이렇게 가볍고 휴대가 편리한 전자책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컴컴한 곳에서도 볼 수 있으며, 빠르고 간편한 색인 기능으로 본문 검색도 가능하다. 또한, 전자책 기기의 추가 기능으로 전자 사전과 인터넷 검색, 그리고 TTS(텍스트 음성 변화) 기능으로 기기가 전자책을 읽어주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인간의 눈은 반사된 빛을 감지하는데 맞추어 진화해 왔기 때문에 직접 조명으로 책을 읽는 전자책은 눈을 쉽게 피로하게 만든다. 그리고 전자책으로 출간한 책의 수는 종이책과 비교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고, 인터넷 서점에서 산 전자책은 타인에게 대여할 수 없어서 친구나 가족 등 지인끼리 책을 서로 권유하며 돌려보는 기존의 독서 문화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아쉬운 점은 종이 특유의 부드럽고 편안한 재질감이다.

이런 단점에도 전자책 시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한다면 『책의 문화사: 우리는 어떻게 책을 쓰고 읽고 소비하는가?』의 저자 데틀레프 블룸(Detlef Bluhm)도 지적했듯 앞으로 종이책의 운명은 ‘소멸’보다는 ‘소외’로 전락할 듯싶다 . 그렇게 된다면, 종이책은 중상위층의 허영을 만족시켜줄 고상한 장식품으로서의 옛 영광을 다시 찾고, 전자책은 보편적인 독서 문화의 주 매체로 자리 잡을 것이다.

틀레프 블룸(Detlef Bluhm)의 『책의 문화사』는 지금까지 발견된 역사 기록 중 책을 최초로 거래한 것으로 알려진 《사자의 서》부터 현재의 ‘아마존’과 ‘구글’에까지 약 4,500년 동안 ‘책’이 거쳐온 문화를 다루고 있다. 더불어 책을 문화적이자 산업적으로 뒷받침해온 동반자로서 함께 변화를 겪어 온 출판과 서점 산업의 발전 과정도 세심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책하면 빼놓을 수 없는 표절과 지적재산권 개념의 역사적 진화 과정도 담겨 있다. 특히 저작권 시비나 논란이 호메로스나 호라티우스 시대부터 존재했었음에도 성문법으로 자리 잡기까지에는 무구한 시간이 흘렀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모든 내용이 독일 중심의 유럽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독일 중심의 ‘책의 문화사’만을 기술함에도 이만한 분량이 쓰였으니 지면의 한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구성일 수도 있겠지만, 유럽보다 무려 천 년이나 넘게 일찍 종이를 사용한 동양의 유구한 역사적 가치를 무시한 것 같아 동양인으로서 좀 씁쓸하다고 말한다면 억지 일려나.

아무튼, 책을 벗 삼고 책에 의존하는 내겐 단어와 문장의 텍스트가 아닌 물질적인 존재로서의 책, 즉 ‘내 친구가 이렇게 성장해왔구나.’ 하는 이해와 더불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 갈 책과 그 변화에 따른 여파가 앞으로의 독서 문화에 미칠 영향의 갈피를 미리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는 짧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 리뷰는 2016년 11월 19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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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2일 토요일

[책 리뷰] 과도한 지적 활동의 방관자, 빈약한 지적 활동의 이기주의자 ~ 겨울집(아베 도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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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지적 활동의 방관자, 빈약한 지적 활동의 이기주의자

원제: 冬の宿 by 阿部 知二
가몬과 마쓰코 사이의 감정의 기복, 그 승패의 관계만큼 기괴한 도착(倒錯)으로 가득찬 것은 없었다. (『겨울집(冬の宿)』, 52쪽)

‘내 기억은 모두 어떤 계절의 색깔로 물들어 있다.’

업 논문을 준비하던 주인공 M은 학교와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적한 곳에 있는 기리시마 댁(霧島家)에 하숙하게 된다. M은 기리시마 댁에서 가을부터 다음 해 봄까지 머무르지만, 기리시마 댁의 계절은 언제나 겨울이었다. 쇠락해 가는 기리시마 댁은 보통 가난한 가족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위안이자 희망이라 할 수 있는 단란한 가족애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북극의 모든 얼음을 집 구석구석에 쌓아놓은 것 같은 무겁고 차가운 분위기가 집 전체를 압도하고 있다. 간간이 부르는 찬송가 소리마저 장송곡처럼 집안을 짓누른다. 그래서 기리시마 댁은 ‘겨울집(冬の宿)’이다 .

상당한 유산을 상속받은 기리시마 가몬(霧島嘉門)은 방탕한 생활로 가사를 탕진하고 내각조사국의 경비로 근무하고 있지만, 근무복도 직장에 출근하고서야 갈아입을 정도로 내각조사국의 경비로 근무하는 걸 떳떳하게 밝히지는 않는다. 그의 아내 마쓰코(まつ子)는 중매쟁이에게 속은 부모에게 이끌려 가몬에게 시집와 남편이 여자와 술, 사업에 유산을 탕진하는 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갖은 고생을 다 겪어왔다. 그녀는 절실한 크리스천이 되어 금치산자가 된 남편을 구원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고단하고 구차한 삶을 근근이 견뎌왔다. 그리고 이 부부 밑에는 가몬을 닮아 짓궂은 데루오(輝雄)와 늘 오빠에게 괴롭힘을 당해 울보가 된 사키코(咲子)가 있다.

과도한 지적 활동이 불러온 감정의 단절

M은 학교에도 별로 가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친구들이 앞다투어 투신한 사회운동에도 관심이 없다. 감정적인 대인관계에 염증을 느껴 사람을 회피하고 있었던 고독한 M은 뭔가 재밌는 거라도 관찰한다는 호기심으로 기리시마 댁으로 들어간 것이다 . 그러나 M은 처음 다짐한 대로 냉철한 관찰자가 되기는커녕, 보통의 부부 사이에 흐르는 봄처럼 훈훈한 기운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그 대신 겨울처럼 싸늘한 냉기만이 감도는 가몬과 미치코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박쥐처럼 이리 붙고 저리 붙는 작은 악마가 되어 부부 사이의 냉기를 더 차갑게 얼어 붙이는데 일조하는 헤살꾼이 된다.

곧 대학을 졸업하고 새로운 삶의 시작을 눈앞에 둔, 한창 꿈과 열정으로 들뜰 나이의 청년이자 나름 지성인이라고 자부하는 M이지만,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그의 태도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삶에 대한 욕구를 일으켜주는 활기 같은 적극성은 찾아볼 수 없다. 이보다 M은 공허한 방관자에 가깝다. M은 가몬으로 인해 몰락한 기리시마 가족을 동정하며 성격 파탄자이자 가정의 불화를 몰고 온 가몬의 문제점을 직시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M은 가몬에게 동정과 우정이 섞인 미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M은 가몬에게 진심 어린 충고나 조언을 해주기는커녕 가몬에게 이리저리 이끌려 다니면서 마쓰코가 남편에게 금지했던 술과 담배를 몰래 제공하는 나쁜 친구가 된다. 그렇다고 M이 일부러 술과 담배를 부추기는 건 아니다. 마쓰코가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단지 말리지 않는 것뿐이다.

끊고 맺음이 확실하지 못한 M의 우유부단하고 무미건조한 성격은 한때 사귀던 이하라 하마에에 대한 미적지근한 태도에도 드러난다. 결핵에 걸린 하마에가 최후의 생명력을 불태워 죽음도 도외시한 생애 마지막 사랑을 갈구해도 M에게는 그 마지막 불길을 한순간이나마 거대한 불꽃으로 타오를 수 있게 지펴줄 의지도 열정도 없었다. 본능이 일으키는 대로 솔직하게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활화산처럼 불타오르는 가몬의 정열적인 모습이 오히려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M은 자기 생각에 침잠하여 모든 인간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는 데 몰두한 나머지 인간의 감정을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 하지만,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고 이성의 지배는 찰나이자 잠재적 희망일 뿐, 인간관계에서 감정을 배제하면 의미를 알 수 없는 공허한 껍질만이 남는다. M이 한참 후에야 데루오의 질투를 깨닫는 것은 감정이 배제된 인간관계가 어떠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지 잘 보여준다. 지성과 이성만으로 모든 사물을 온전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믿은 M은 오만한 지식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

마치면서...

본 주지파 문학의 대표작가인 아베 도모지(阿部 知二)의 『겨울집(冬の宿)』에 등장하는 회의적이고 방관적이며 소심한 M은 탐욕적인 배금주의에 잠식당한 채 오로지 자신의 삶과 물질적 가치에만 관심을 두는 이기적인 현대인들을 떠올린다. M이 사유와 관념에 몰두한 나머지 행동할 의지를 잃은 소심한 방관자가 되었다면, 현대인은 물질과 소유에 집착한 나머지 나눔과 공유의 기쁨을 잃은 이기주의자가 되었다. 한쪽이 과도한 지적 활동의 소치라면, 또 다른 한쪽은 빈약한 지적 활동의 소치이다 . 그러므로 정신이 빈약한 이 시대에 M이 되어 살아가는 순수한 방관자가 있다면, 그자는 정말로 행복하고 부유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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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6일 일요일

[책 리뷰] 별의 탄생과 진화를 떠올리게 하는 ~ 중국 현대정치사(로드릭 맥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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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탄생과 진화를 떠올리게 하는 중국 현대사

원제: The Politics of China: Sixty Years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by Roderick MacFarquhar
모든 위대한 혁명은 천 년의 비전을 제시하지만,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을 다 얻지는 못한다. (『중국 현대정치사』, 627쪽)

별처럼 탄생한 ‘신중국’

급투쟁에 기반을 둔 반제국주의, 반봉건주의, 인민민주독재 등의 강령으로 1921년 창당한 중국 공산당에 의해 태어난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는 별의 탄생과 진화를 떠올리게 한다. 우주를 떠도는 수많은 먼지가 어느 날 밀도 높은 하나의 중심을 향해 모이듯, 넓은 대륙에 점점이 흩어져 있던 혁명가들은 ‘중국 해방’의 이상을 품은 공산당 깃발 아래 모여 놀라운 응집된 투쟁력을 보여주었다. 이제 막 탄생한 별이 중력수축으로 중심온도가 상승하면서 거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듯, 특유의 지도력과 탁월한 역량으로 당을 이끈 마오쩌둥(毛澤東)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혁명 무리는 지칠 줄 모르는 뜨거운 열정을 발산하여 중국 인민을 해방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통일된 중국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 막 탄생한 별이 지구처럼 생명이 살 수 있는 경이로운 별로 거듭나려면 그냥 기다린다고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운이 좋아 주변적 조건이 갖추어졌다고 해도 별이 안정되기까지는 끊임없는 지각변동과 무수한 기후변화라는 길고도 긴 인고와 수난의 시련을 견뎌내야 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떠한가?

폭풍 성장한 중국이 앓는 병

명 1세대들은 지도자이자 우상이기도 한 마오쩌둥의 공산주의적 이상을 현실에 반영한 사회주의 노선에 따라 인류사에 없었던 거대한 대중 선동 실험인 대약진과 문화대혁명의 수난을 견뎌내야 했다. 이후 잠시 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제2대 영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 • 개방 정책으로 중국은 ‘이완과 통제’의 주기적인 방황과 그에 따르는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고, 결국 톈안먼 사태라는 거대한 지각변동을 맞이했다. 냉혹한 통솔력으로 톈안먼의 불을 잔인하게 진압한 덩샤오핑은 남순강화로 개혁 • 개방 정책에 다시 활력을 붙어 넣으면서 3대 영도자이자 문민 지도자인 장쩌민(江泽民)에게 무사히 바통을 넘겼다. ‘3개 대표론’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내세운 장쩌민은 국유기업 해체를 주도하며 대외 개방을 가속하고, 개혁으로 중국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전문직 엘리트들을 정치적으로 포용함으로써 마오쩌둥 노선의 계급투쟁을 묽게 희석시켰다.

IMF, WTO 가입 등 세계 경제에 깊숙하게 개입한 중국은 개혁 • 개방 정책에 따른 시장 경제 체제 도입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지만, 극심한 빈부 격차, 도시와 농촌 간의 발전 격차,지역 간의 불균형 발전,환경오염,수출 지향적 성장과 국내 소비의 불균형, 사회주의 복지 시스템의 해체, 청년 실업 등 각종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자 사람을 기본으로 삼고 균형적인 발전을 내세운 ‘과학적 발전관’의 후진타오(胡錦濤)를 거친 시진핑(習近平)은 ‘중국몽(中國夢)’과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 등을 내세우며 앞으로 당내 민주화와 공민(사회) 민주화를 동시에 강화해 나갈 것을 목표로 삼았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경제 발전과 정치적 안정

들은 이 모든 것을 애써 중국 특색 사회주의로 설명하려고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을 맹몽적으로 도입함으로써 많은 자본주의 국가들이 겪는 고질적인 병폐들을 그지없이 체현한 중국의 현실을 보면 순수한 이데올로기로써 인간 중심의 ‘사회주의’와 자본 중심의 ‘자본주의’, 그리고 그 둘의 어설픈 조합 역시 실패했음이 명확하다. 하나는 너무 가난해서 경제적 정의를 실천할 기본적 여건이 충족되질 못했고, 또 한쪽은 너무 부유해서 손 쓰기 어려울 정도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한번 불이 붙자 태양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부를 향한 인민의 갈망과 탐욕은 그동안 빵과 고기가 아닌 선전과 대의, 혁명만으로 인민의 배를 채우려고 고집해 왔던 알량한 사회주의 이상을 잠식해버렸다.

마르크스가 예견했듯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면 자본주의를 통해 충분한 부를 축적해야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오쩌둥은 지속적인 계급투쟁과 선동을 통해 인민을 도덕적으로 완성된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고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고, 그 공허한 믿음의 부질없음은 대약진과 문화대혁명이라는 재난을 통해 증명되었다. 이처럼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중국은 사회주의를 이룩하기 위한 경제발전의 중요성을 깨닫고는 개혁 • 개방 정책으로 세계 경제에 뛰어들었다. 중국이 시장 경제 체제를 받아들인 것은 자본주의의 길을 걷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 특색 사회주의’ 건설에 필요한 도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중국은 눈부신 성장으로 미국의 뒤를 바짝 쫓는 G2의 자리까지 올라서며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경제적 불평등과 지역 간 발전 속도 차이에 따른 내부 갈등, 만연한 부정부패로 말미암은 공산당 입지의 약화, 혁명 세대의 퇴장과 함께 퇴색해진 혁명 이데올로기 등의 부작용으로 중국 특색 사회주의 건설의 장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낙관적인 것은 덩샤오핑 이후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권력 승계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관료 경력을 쌓은 문민 간부들이 혁명 세대를 대체하여 집단영도체제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개인적 권위에 의존하던 구시대적 정치 투쟁에서 벗어나 안정적이고 제도적인 정치 체제의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뜨거웠던 별이 식으며 안정기를 맞이하듯, 중국 역시 정치적 안정을 되찾고 있다 .

중국 앞에 놓인 또 하나의 거대한 실험

제 중국이 풀어 할 과제는 덩샤오핑이 언급한 ‘사회주의 초급단계’에서 진화하여 후진타오 지도체계가 내세운 ‘민주주의와 법에 기초하고,공명정대하고,신뢰와 우의를 가지고,열정과 활력으로 충만하고,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고,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주의 사회’인 ‘사회주의 조화사회 건설’을 이룩하는 것이다. 정치가 안정을 되찾을수록 사회 및 경제적 안정에 쏟아부을 수 있는 노력과 시간적인 여유도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인민이 현재의 부조리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부 식자들은 가속화된 개혁 • 개방 정책 때문에 중국이 소련처럼 화평연변(和平演邊)식으로 붕괴시킬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그러나 아직 중국 공산당의 개방 • 개혁 정책 뒤에는 여전히 중국 특색 사회주의 건설에 대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으며, ‘국가안전위원회(State Security Committee, 國家安全委員會)’를 설립하면서 ‘허용되지 않은 것’에 대한 통제의 고삐를 늦추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국가안전위원회는 최근의 추세에 맞게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감독과 통제를 강화해 나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2016년) 일어난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의 잇따른 폐쇄는 인터넷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제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작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다’, ‘가난한 것은 사회주의가 아니다’ 등 덩샤오핑식의 실용주의 노선이 큰 성과를 얻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이 얻은 큰 결실 뒤엔 인민의 엄청난 불평 • 불만이 도사리는 것 역시 사실이다. 작가 량샤오성(梁曉聲)이 자신의 수필 『우울한 중국인(郁闷的中国人)』을 통해 진단한 중국인의 우울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개혁 • 개방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덩샤오핑이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그는 먼저 부자가 된 자가 다른 이들을 도와 부자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문제들을 후세에게 떠넘겼다. 그런데 부자가 – 강제적인 세금 징수가 아닌 – 선의로 가난한 사람을 도와 부자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중산층이라는 경제적 지위를 어렵게 얻은 인민이 훗날 ‘사회주의 중급단계’로 도약할 기회가 왔을 때 순수히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나누어줄까? 이것은 로드릭 맥파커(Roderick MacFarquhar)의 『중국 현대정치사(The Politics of China: Sixty Years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를 배우고 이해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질문이기도 하다. (중국의 괄목할만한 현대사가 증명하듯) 공산주의 인간이 자본주의 인간으로 변하기는 물 마시듯 쉽지만, 과연 그 거꾸로도 가능할지. 대약진, 문화대혁명을 뛰어넘는 또 하나의 거대한 실험이 중국의 앞날에 놓여 있는 듯하다 .

마치면서...

화인민공화국 건립부터 후진타오가 재임한 2009년까지의 60여 년간의 중국 정치사회를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종합적 평가까지 내린 로드릭 맥파커(Roderick MacFarquhar)의 『중국 현대정치사: 건국에서 세계화의 수용까지 1949~2009』은 실제적인 사회주의 건설이나 중국 정치 • 사회에 관심 있는 독자를 위해서는 보기 드문 훌륭한 책이다. 이러한 독자들에게는 한 장 한 장이 소중한 인연으로 다가와 그동안 가려웠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줄 것이지만, 막연하게 『중국 현대정치사』를 선택한 독자는 학술서이니만큼 교과서처럼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볼 때는 읽으면 득이 되었지 절대 잃을 것이 없는 책이지만, 선택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 용기 한번 발휘해서 광명이라도 찾을지 누가 알겠는가.

이 리뷰는 2016년 11월 06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특별한 수정 없이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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