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3

검은 수도사 | 우아美 vs 야성美

The Dark Monk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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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도사 | 올리퍼 푀치 | 우아한 미美 vs 야성적인 미美

“저는 비명이라면 이미 질릴 만큼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치유 쪽에 좀 신경을 쓰고 싶어서요.” (『검은 수도사』, 267쪽)

자상한 신부의 죽음으로 드러난 보물의 수수께끼

성 로렌츠 성당의 코프마이어 신부가 독살당했다. 지나친 식탐으로 유명한 신부이기는 하지만, 이 뚱뚱한 신부는 아버지처럼 친근하게 서민을 보살필 정도로 자상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독살당해야 할 만큼 원한을 살 위인은 되지 못했다. 처음으로 신부의 시신을 살핀 지몬과 지몬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숀가우(Schongau)의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Jakob Kuisl)은 신부가 죽으면서 남긴 작은 메시지를 통해 지하에 오랫동안 숨겨져 왔던 납골당을 발견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신부의 유일한 가족인 여동생 베네딕타를 통해 신부가 성당 개축 공사 중 발견한 납골당에 대해 아우크스부르크의 주교와 베네딕타에게 편지를 보내 알렸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베네딕타는 오빠의 편지를 받자마자 말을 타고 달려왔지만 살아있는 오빠를 만나지는 못했던 것이다. 납골당의 먼지 쌓인 옛 무덤에는 템플기사로 보이는 유해가 담긴 무거운 석관이 있었고, 지몬과 야콥뿐만 아니라 검은 수도복을 입은 낯선 세 사람도 템플기사의의 비밀을 추적하고 있었다.

한편, 코프마이어 사건으로부터 사형집행인을 떼놓으라는 뇌물을 받은 숀가우 서기 요한 레흐너는 때마침 극성을 부리고 있던 강도단 토벌을 위해 결성한 토벌단의 대장으로 사형집행인을 임명한다. 야콥을 빼앗긴 지몬은 베네딕타와 함께 코프마이어 신부의 독살 사건을 추적하고 지몬의 민첩한 두뇌가 곧 두각을 나타내면서 놀라운 사실들을 하나둘씩 발견하게 된다.

한 때 템플기사단은 교황에게까지 돈을 빌려주었을 정도로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 부에 눈이 먼 프랑스 국왕 필립 4세의 음모 때문에 템플기사단은 모조리 소탕당했다. 그러나 기사단의 재산은 일부만이 발견되었을 뿐, 나머지는 종적을 감추었다. 지몬은 이 나머지 보물, 세상의 어느 나라 왕좌든 사들일 수 있을 정도의 보물이 숨겨진 장소에 대한 수수께끼의 시작이 납골당에서 발견한 템플기사의 유해라는 것을 깨닫는다.

Die Henkerstochter und der schwarze Moench by Oliver Pötzsc

야성적인 막달레나, 우아한 강적을 만나다

전작 『사형집행인의 딸(The Hangman s Daughter)』에 이은 시리즈 두 번째 소설 『검은 수도사(Die Henkerstochter und der schwarze Moench)』의 주 미스터리도 보물찾기다. 약탈의 시대 ‘중세’와 보물찾기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일지 모르겠지만, 아직 읽지 않은 세 번째 이야기 『거지왕(Die Henkerstochter und der Koenig der Bettler)』에서도 보물찾기를 들고 나온다면 글쎄, 조금은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기우도 든다. 기우는 기우일 뿐, 간만에 발견한 색다른 추리소설을 어디 그리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특히 아버지 사형집행인처럼 한 성격 하는 막달레나와 뜨거운 학구열만큼이나 최신 유행에 겉멋이 잔뜩 든 땅딸막한 지몬 사이의 줄타기처럼 위태위태한 사랑이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편을 안 읽고는 배길 수가 없을 것 같다. 『검은 수도사』에서는 투박하고 거친 야성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막달레나의 강적으로 프랑스적인 우아함에 라틴어도 술술 외우는 지성미까지 갖춘 베네딕타가 등장함으로써 지몬과 막달레나의 사이는 예측불허의 위기로 치닫고, 두 사람의 관계는 가시밭을 걷는 것처럼 끊임없이 위기가 닥쳐온다. 지몬처럼 호기심의 갈증을 해갈시키고자 온몸을 위험 속에 던질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호기심을 자랑하는 나로서는 다음 편에서 이 불협화음 연인이 또다시 어떤 운명의 시련을 맞이하고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해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사회적 최하층인 사형집행인의 딸과 앞날이 창창한 의사 지몬의 결합은 당시에는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최악의 궁합이지만, 신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두 사람의 신분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할지, 아니면 결국 높은 장벽을 통과하지 못하고 사회적 요구에 순응하며 각각 다른 운명을 걷게 될지. 그래도 흐름을 놓고 보면 어떻게든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질 것 같기는 하지만, 뻔한 결말의 통속극을 보는 시청자들처럼 결말이 불을 보듯 분명할지라도 눈으로 기필코 확인해야 속이 후련한 것이 우리네 인지상정 아닌가.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사형집행인의 딸』 후기에서도 언급했지만, 저자 올리퍼 푀치(Oliver Pötzsch)는 실제로 존재했던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의 후손 중 한 사람으로서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 작품의 배경을 매우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으며, 그 디테일 속에는 올리퍼 푀치(Oliver Pötzsch)가 상당한 자부심을 품는 가문의 조상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검은 수도사』를 포함한 시리즈의 중심이 되는 숀가우를 중심으로 한 경제, 문화, 사회, 정치에 대해 광범위한 묘사는 독자가 17세기 숀가우의 한 시민이 된다면 하루일과를 어디서 어떻게 보낼지 상상하는 데 전혀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정확하고 세밀하며, 만약 중세를 갈망하는 모험가 기질이 다분한 독자라면 이만한 작품을 쉽게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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