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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2일 월요일

[책 리뷰] 프레드 싱거에게 속지 마라! ~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프레드 싱거에게 속지 마라!

원제: Unstoppable Global Warming : Every 1,500 Years by S. Fred Singer
과거 대규모로 어떤 종들이 멸종했던 것은 사실 지구 자체의 온도 변화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소행성들이나 혜성의 충돌 등 외부적인 요인들에 의해 생긴 대기먼지들이 수년 동안 태양을 가렸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60쪽)

레드 싱거(Fred Singer)는 대표적인 기후변화 회의론자이고, 공동저자인 데니스 에이버리(Dennis Avery)는 칼럼니스트다. 그런데 문제는 심히 의심스러운 이 두 사람의 배경이다.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의 박상표 연구위원 논문 『몬산토는 독극물을 판매하는 ‘죽음의 상인’인가, 기아로부터 인류를 해방할 ‘구세주’인가?』를 보면, “Avery는 과학자가 아니라 극우파 논리를 설파하는 칼럼리스트에 불과하다.”라고, 그리고 싱거에 대해서는 “Singer는 담배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엉터리 주장을 대놓고 말하기 힘들어질 무렵 잽싸게 다른 분야로 옮겨가서 기업들을 대변해 지구 온난화를 부정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프레드 싱거는 프레더릭 사이츠(Frederick Seitz)와 함께 담배업계를 위해 일한 청부 과학자로 악명이 높다. 현재 프레드 싱거가 몸담은 ‘과학과 환경정책 프로젝트(Science & Environmental Policy Project)’의 기금 역시 엑손(Exxon)과 쉘(Shell), 유노칼(Unocal), 그리고 애틀랜틱 리치필드(ARCO) 같은 대형 에너지(석유) 기업에서 받았음을 1994년 텔레비전 심야 방송에 출연해 인정했다.

또한,

엑슨 모빌의 공식 문서에 실린 자료들을 모아 올려놓는 웹사이트(www.exxonsecrets.org)엔 이 회사로부터 돈을 받거나 돈을 받는 사람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124개 단체명이 열거되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일치된 견해를 보여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학이 모순되며 과학자들은 분열되어 있고 환경운동가들은 협잡꾼이거나 거짓말쟁이, 나아가 미친 사람이며 정부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행동을 취한다면 정당한 이유 없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단체들은 자기네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연구결과엔 ‘쓰레기 과학’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들이 환영하는 연구에는 ‘정통 과학’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CO2와의 위험한 동거』, 조지 몬비오, 정주연 옮김, 홍익출판사)

그러하니 이런 점을 고려해서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를 읽어야 한다. 쉽게 말해 ‘프레드 싱거에게 속지 마라.’이다.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에서 주장하는 핵심은 간단하다. 그린란드의 빙하 코어를 조사해서 발견한 ‘단스가르트-오슈가 주기’에 따라 지구의 기후는 평균 1,500년 주기로 온난화와 한랭화가 반복되는 것이고, 지금의 온난화는 이런 주기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는 빙하 코어에서 추출한 겨우 25만 년의 자료를 가지고 6억 년 생명의 역사를 가진 지구 기후를 아주 간단하고도 속 편하게 판단 예측하고 있다. 정말 이렇게 지구의 기후가 매우 규칙적인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면 ‘5대 멸종’과 기타 크고 작은 멸종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특히 2억 5,100만 년 전에 종의 90퍼센트 이상을 멸종시킨 페름기 말 대멸종은 더더욱 말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는 이러한 멸종의 원인은 오로지 운석 출동과 인간의 사냥과 농경작, 그리고 외래종 탓으로 돌린다. 설령 페름기 말 멸종이 운석 때문이라고 해도(마이클 벤턴의 『대멸종』에서는 운석 충돌보다는 시베리아 트랩과 메탄 트랩에 비중을 두고 설명하고 있지만) ‘5대 멸종’ 중에서 공룡을 절멸시킨 백악기 말 멸종까지 포함해봐야 운석 충돌이 주원인으로 작용한 대멸종은 두 번뿐이다. 나머지 멸종 즉, 오르도비스기 후기는 대규모 빙하기, 데본기 후기는 해저의 무산소화와 연관된 기후냉각(또는 운석 충돌), 트라이아스기 후기는 대륙이동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5대 멸종을 제외한 크고 작은 멸종들의 주원인도 기후변화가 대부분이었다.

아래 그림에서 페름기 말 멸종 시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산소 농도를 보자.

(『진화의 키, 산소 농도』, 피터 워드, 김미선 옮김, 뿌리와이파리)

름기 말 대멸종의 원인이 운석 충돌이었다고 해도 운석 충돌 하나만으로 저렇게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와 90퍼센트 이상의 멸종률을 설명할 수는 없다. 여기에 시베리아 트랩이나 메탄 트랩 등이 첨가되어야 전체적인 멸종 시나리오가 완성될 수 있고, 당시 어떠한 이유였건 이산화탄소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지구 기온은 6도가 상승했고 이로써 지구의 정상적인 되먹임(feedback) 과정은 망가지고 지구는 무산소화의 지옥으로 변해 멸종은 완성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페름기 후기의 생명다양성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1억 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기후학자들이 염려하는 것은 설령 지구가 어떤 주기를 가지고 기후변화를 일으킨다고 해도 인위적으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민감한 지구 기후시스템에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조그만 가능성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 기폭제가 한 번만 제대로 작동하면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는 이런 모든 가능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1,500년 주기로 일관한다. 그런데 이 1,500년 주기와 태양 진동을 관련시킨, 이 책에도 자주 등장하고 인용된 지질학자 제라드 본드는 사망하기 전에 매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으나 이 책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어 다른 책에서 인용했다.

사망하기 전,과거 1만 년에 걸친 대부분의 기후변화가 태양진동에 의해 가동되고, 얼음 형성과 해양 컨베이어의 강도 변화 같은 피드백을 통해 증폭되었다고 확신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것을 통해 혹시 지구온난화가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하게 될까 봐 걱정했다. 그는 사망 직전에 행한 인터뷰에서 “그러나 그것은 자료의 오용이 될 것”이라며 오히려 자기 연구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 시스템 자체의 민감성에 대해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구의 기후 시스템은 극단적으로 약한 태양에너지 출력의 섭동(攝動)에 대단히 민감하다”고 말해 만약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태양의 강제로 인한 약한 변화에 민감하다면, “인간이 대기에 온실가스를 보태서 초래되는 것 같은 다른 강제에도” 역시 민감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데드라인에 선 기후』, 프레드 피어스, 김혜원 옮김, 에코리브르)

본드가 걱정했던 일이 프레드 싱거와 데니스 에이버리에 의해서 그대로 실현되고 있으니, 2005년에 세상을 떠난 본드가 저세상에서 이 사태를 지켜본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회의론자들의 주장처럼 기후변화를 예견하는 과학자 중 일부 주장은 대중들에게 과장된 공포감이나 두려움을 조장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고, 과학자들의 기후 예측이 종종 주장되는 것보다 훨씬 더 불확실한 것이 현실적인 문제이고 현재 과학의 한계일 수도 있다.

대재앙을 불러올 그런 연쇄적인 사건들이 정말로 일어날 수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를, 또한 일어나질 않기를 원하는 전쟁에 대비하여 우리는 엄청난 자금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그것은 한 번만 일어나면 굉장히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수천만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탄소를 캐내서 태울 때,우리는 불장난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우리가 정확한 결과에 대해 모른다고 해서 절대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데드라인에 선 기후』, 프레드 피어스, 김혜원 옮김, 에코리브르)

과연, 호모 사피엔스의 운은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누구도 낙관할 수 없다.

이 리뷰는 2014년 05월 12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특별한 수정 없이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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