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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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HDD 속에 묻힌 젊은 날의 선율, 그리고 PikPak

방치된 HDD 속에 묻힌 젊은 날의 선율, 그리고 PikPak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생성

방치된 HDD에 묻힌 내 젊은 날의 잔향

얼마 전, 오랫동안 잊고 있던 하드디스크를 정리할 기회가 있었다. 대략 13년 된 하드디스크엔 500GB 분량의 음악 파일이 동면에 들어간 달팽이처럼 알루미늄 외관을 집으로 삼은 채 고이 잠들어 있었다. 소리바다 시절부터 차근차근 모아온, 내 젊은 날의 추억이 잔흔처럼 느껴지는 음악들이다. 오래된 사진 앨범 같은 그 노래들은 시간의 캡슐처럼 그때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해준다.

갑자기 아득한 회한이 먹구름처럼 몰려온다. 그때 그 시절 나는 무슨 생각 하며 이 음악을 들었을까? 어떤 감정에 젖어 들었을까? 무엇을 꿈꾸며 들었을까? 어떤 슬픔을 위로하고자 들었을까? 지금의 나와는 너무도 다른, 젊은 날의 나를 마주하는 기분이다. 그 시절의 열정, 꿈, 사랑, 아픔, 희망 등 그 모든 것이 그 음악들의 운명처럼 세월의 야속함 속에 영영 묻혀버린 것 같아 비애가 미치도록 사무친다. 마치 오래된 편지를 읽는 것처럼 한 곡 한 곡 곱씹으며 오래전 그날 그때 그 순간, 지금으로선 다소 낯설지만 생생하게 되살리고 싶은 추억을 몽땅 떠올리고 싶다. 잘근잘근 씹으면서 쓴맛 단맛 신맛 모두 음미하고 싶다. 그것은 0과 1의 무궁무진한 조합으로 만들어진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산산이 부서진 삶의 조각들이자 시간 여행의 동반자이다.

윙윙 가벼운 모터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하드디스크 위에 손바닥을 올려놓으니, 군고구마 파는 아저씨가 막 건네준 종이봉투를 안은 것 같은 온기가 느껴진다.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살짝 시릴 정도로 바깥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기계 장치의 온기마저 포근하게 느껴진다. 휴대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된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옛 노래를 들으며 에어프라이어로 만든 군고구마를 먹는다. 그 음악이 처음 발표되었을 땐 상상도 못 했던 광경. 시대는 이다지도 크게 변했지만, 음악이 선물하는 감미로운 감동과 에코처럼 울려 퍼지는 여운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비록 몸은 늙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억지 같은 위안을 챙길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묻혀 있던 선율, 묻혀 있던 감동, 「우리들의 죽음」

오래된 HDD를 정리하면서, 무덤 같은 HDD에 참을성 있게 갇혀 있던 음악들을 다시 듣다가 우연히 발견한 정태춘의 ‘우리들의 죽음’. 이 노래 때문에 요 녀석들을 이대로 묻혀두어선 안 될 것 같은 양심의 가책에 짓눌리는 바람에, 그래서 PikPak에 저장해 놓고 야금야금 들어야겠다는 충동의 불길이 웅덩이처럼 고인 휘발유에 빨갛게 숨죽인 담배꽁초가 떨어졌을 때처럼 확 일어났다.

HDD와 함께 밀려난 음악 파일들

책을 읽을 때, 글을 쓸 때, 심지어 잠잘 때도 내 방은 언제나 음악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도 그들이 내 일상에서 도태된 이유는 SSD의 등장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보편화 때문일 것이다. 물리적으론 SSD 때문에 노트북/PC 메인 저장 장치에서 밀려나고, 활용성 면에선 넷이즈 뮤직(넷이즈 뮤직은 멜론이나 벅스와는 달리 노래 청취는 무료)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밀려난다. 여기에 넉넉하지 않은 SSD 공간에 500GB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용량이다. 한편으론 넷이즈 뮤직이 내 취향에 맞추어 매일매일 추천해 주는 (거의 다 처음 듣는) 노래들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내 고막은 기쁨에 겨워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HDD에 저장된 노래들은 집을 잘못 만난 불운에 주인의 무심함이 더해지면서 완전히 잊힌 것이다.

HDD를 외장으로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으나, 가뜩이나 부족한 노트북 USB 포트에 혹 하나 더 다는 것은 거추장스럽고, 결정적으로 음악은 스마트폰으로 감상하므로 용량의 압박은 노트북보다 더 심하다. 스마트폰으로 감상하는 이유는 항상 전원이 ‘ON’ 상태라는 것, 그리고 「미니 앰프 TPA3116D2」를 활용한 블루투스 스피커 때문이다. 잠잘 때나 책 읽을 때나 노트북으로 듣는 것보단 스마트폰으로 듣는 것이 여러모로 절약이다. 음질도 스마트폰이 더 좋고.

HDD에서 클라우드로, PikPak을 활용한 음악 스트리밍

저 구형 HDD가 내 생활 반경에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을 땐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음악 스트리밍 서버로 활용할 생각을 못 했고, 그럴 만한 클라우드도 없었다. 바이두 넷디스크, 테라박스 등 그동안 무료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가 꽤 등장했지만, WebDAV 같은 범용성 높은 기능을 지원하는 무료 클라우드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PikPak을 활용할 수가 있다. PikPak 프리미엄 사용자는 WebDAV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PikPak을 젤리핀(Jellyfin)과 결합하여 동영상 스트리밍 서버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같은 이치로 음악 스트리밍 서버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PikPak WebDAV 사용법은 다음 글 참고, 「PikPak, WebDAV 지원」).

‘음악 스트리밍 서버’라고 해도 젤리핀처럼 거창한 그런 것은 아니다. 그저 PikPak에 MP3, FLAC, M4A 같은 음악 파일을 저장하고 스마트폰의 멀티미디어 앱으로 재생하면 그만이다. 필요한 것은 WebDAV를 지원하는 음악 재생 앱이다. 알뜰폰 요금 중에 저렴한 LTE 무제한 요금제가 흔하므로 와이파이가 없는 곳에서도 스트리밍이 가능하다. 트래픽이 부담스럽다면, FLAC를 MP3나 M4A 같은 저용량 파일로 인코딩하면 된다. 아마 PikPak 프리미엄 사용자 중 많은 분이 이렇게 활용하고 있을 것이다. 단점은 배터리가 조금 더 빨리 소모되는 느낌?

그래서 몇 가지 앱을 테스트해 봤는데(목록은 아래), 이 중에서 AIMP가 가장 괜찮은 것 같다. 무료이고 광고도 없고, PikPak 연결도 잘 된다. JetAudio는 연결은 되는데 폴더 목록이 안 뜬다. CloudBeats도 나름 쓸만한데 ‘랜덤 재생‘이 없다.

테스트에 사용한 안드로이드 앱

AIMP, CloudBeats, Ease Music Player, Neutron Music Player(유료), Soumi Music Player(개발 중단), JetAudio(유료 버전만 WebDAV 지원), Symfonium Music player & cast(유료), Oplayer(유료 버전만 WebDAV 지원), Nplayer(유료)

AIMP, 스마트폰에서 WebDAV 연결

AIMP에서 PikPak 같은 WebDAV 저장소를 추가하는 과정

AIMP에서 PikPak 같은 WebDAV 저장소를 추가하는 과정은 위와 같다.

PikPak은 http와 https 모두 지원한다. 그리고 AIMP에 사용할 PikPak WebDAV 계정은 새 계정으로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꼭 그럴 필요는 없지만, 계정 관리 면에서 편리하다.

[저장소 추가] 버튼이 안 보일  때

하지만, 일부 스마트폰에선 위 사진 맨 좌측처럼 [저장소 추가] 버튼이 안 보일 수 있다. 이럴 땐 [설정] → [인터페이스] → [레이아웃]을 [태블릿]으로 변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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