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을 함께 한 미니 컴포넌트를 밀어낸 미니 앰프 TPA3116D2
<이렇게 큰 것이 '미니'도 아닌 '미니미니' 컴포넌트였던 시절> |
<그래도 3CD 체인지!> |
신승훈과 삼성 미니 컴포넌트 Mq-380
나와 같이 26년을 보낸 전자제품이 있다. 아니, 조금 전에 미안함과 씁쓸한 마음을 꿀꺽 삼키면서 쓰레기장에 남겨 놓고 왔으니 ‘있었다’라고 말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키우던 동물을 유기하는 천벌을 받을 짓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이렇게 글을 쓰며 그 녀석을 회상하니 가슴 한쪽이 먹먹해지는 것이 급하게 물을 마시다 체한 것 같다. 하필 이다지도 추운 날 버리고 왔으니 무척이나 몹쓸 짓을 저지른 것 같아 불편하고 미안하다.
그 녀석으로서는 고작 2만 원도 안 되는 담뱃갑만 한 녀석에게 지금 가격으로 환산하면 백만 원 가까이 나갔던 자신이 밀려난 격이니 버려진다는 두려움보다 자존심이 더 상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모든 고통을 혼자 삭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성능(음질)에서 한참 떨어진다는 현실을 외면할 정도로 무지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리라. 낡은 것을 뒤로 보내고 새로운 것으로 채우는 지금의 시대는 우리를 버리는 것에 대해 무감각해지도록 강요한다. 그래서 한때 가족처럼 애지중지했던 동물을 버리고도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할 수가 있으리라.
아무튼, 이 미니 컴포넌트 덕분에 최초로 CD 음반을 감상하게 되었고, 그 최초의 CD는 발라드 가수 신승훈이 1994년도에 발표한 앨범 「그 후로 오랫동안」이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했던 나이에 이 음악을 들으며 남몰래 흘린 눈물은 조그만 강을 이루고도 남았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엔 CD 재생기 렌즈 클리너로 수시로 청소해야 겨우 재생이 되었던 미니 컴포넌트의 CD 재생기는 군대를 제대하고 오니 아무런 언급 없이 무심하게 종적을 감춘 주인에게 앙심이라도 품은 듯 아예 작동불능이 되어버렸다. 많은 이들의 외롭고 쓸쓸한 밤을 다독여줬던 이문세 씨가 「별이 빛나는 밤」 DJ에서 하차한 이후로 라디오와는 영영 작별을 고했고, MP3 등장 이후 테이프는 알아서 자취를 감추었다.
<터줏대감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TPA3116D2> |
그렇게 그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녀석이 되었다. 한동안 미니 컴포넌트는 가격에 비하면 부당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법한 계륵 취급을 받다가 스마트폰 구매 후 나의 수면을 책임져주는 호법으로 신분이 급상승했다. 스마트폰이 좌호법이라면 미니 컴포넌트는 우호법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인가 오로지 앰프로서만 기능하기엔 쓸데없이 부피만 차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또한, 옛 가전제품 대부분이 그러하듯 토라진 아이 달래주듯 툭툭 쳐주지 않으면 좌우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 이제 너도 보낼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순간 뭉클한 기운이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눈가에 뜨뜻미지근한 눈물 한 방울을 남겨 놓았다.
생명이 없는 미물이지만, 26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한결같이 내 곁에 머물러 주었던 녀석을 보내야 한다니 감정을 가진 사람인 이상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늘의 긴 글은 며칠 후부턴 어느 쓰레기장에서 남은 세월을 비와 눈과 바람을 맞으며 허송하게 보내게 될 미니 컴포넌트에 보내는 감사와 미안함의 편지다. 곧 마주치게 될 동지들에게 보잘것없는 나를 실컷 욕하면서 기분이라도 풀 수 있다면 천만다행이다.
그랬던 미니 컴포넌트를 처분하고 ─ 대부분 중국산 제품이 그렇듯 ─ 가성비가 뛰어난 미니 앰프 TPA3116D2로 교체했다.
<조립한 TPA3116D2의 전우좌우 모습> |
<같이 구매한 어댑터, 돼지코가 잘 맞지 않으니 미리 준비하자> |
<SBC 코덱만 지원하지만 음질은 만족스럽다!> |
작은 고추가 맵다! TPA3116D2 앰프
자세한 제품 설명은 알리익스프레스 「블루투스 5.0 TPA3116D2 오디오 전력 증폭기 스테레오」 링크로 대신하고, 간략하게 소감만을 말하자면 좋다. 26년 동지를 배반한 죄책감을 개운하게 가시고도 남을 만큼 음질이 좋다.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한 평은 어렵지만, 조립 후 처음으로 청취 테스트할 때 마루에서 신기한 구경거리에 언제 끼워주나 하고 호기심 반 섭섭함 반으로 서성이고 있던 어머니께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을 만큼 좋다. 무엇보다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해 잠잘 때 머리맡을 뱀처럼 구불거리고 있던 징그러운 오디오 선이 하나 사라진 셈이니 좋다.
만약 집에서 할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패시브 스피커가 있다면 이 미니 앰프로 기사회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진즉에 알았더라면, 아파트 재활용품 수거장에 심심치 않게 나왔던 스피커를 웬 떡이냐 하고 모셔왔을 터인데, 이미 버릴 사람은 다 버렸는지 요즘은 버러진 스피커를 통 못 본 것 같다. 이로써 천추의 한으로 남을 일이 또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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