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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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 오맹달의 타래자강호(他來自江湖, 1989)

주성치, 오맹달의 타래자강호(他來自江湖, 1989)

드라마 리뷰 | 타래자강호(他來自江湖,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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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황금 콤비

드라마 리뷰 | 타래자강호(他來自江湖, 1989)

1990년대 전후 황금 콤비로 활약했던 주성치(周星驰)와 오맹달(吴孟达) 콤비를 TV 드라마로 즐기는 것은 「타래자강호(他來自江湖)」가 처음이다. 아마도 이 두 사람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올드팬들의 향수와 기대는 애드벌룬처럼 부풀어 오르고, 이 두 사람과의 만남을 한시라도 앞당기고자 지금 감상 중인 드라마를 기꺼이 포기하고도 남을 성싶은데,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드라마.

주인이 불러주기만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기억 속에 얌전히 가라앉아 있던 한창때의 황금 콤비를 다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눈에 익은 홍콩 배우들을 다시 보는 것도 즐겁다. 그뿐만 아니라 ‘80 • 90년대 홍콩’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범죄조직 이야기도 적당히 가미되어 있고, 통속극을 좋아하는 시청자를 위해 로맨스도 적적하지 않게 준비되어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주성치 • 오맹달 두 사람이 주연은 아니라는 것!

무명의 강호인, 밍톈

드라마 리뷰 | 타래자강호(他來自江湖, 1989)

드라마 「타래자강호」의 주인공 밍톈(明天) 역은 여유와 관용이 철철 넘치는 푸근한 미소가 매력적인 완쯔량(万梓良, Alex Man)이 맡았는데, 옛 홍콩영화를 즐겨 본 사람이라면 ‘아, 이 사람!’이란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낯익은 얼굴이다. 그는 「열혈남아」(유덕화 주연), 「인지구」(매염방, 장국영 주연), 「지존본색」(유덕화 주연), 「강호정 2」(주윤발 주연) 등 유명 영화에서 주연급은 아니지만, 당시 홍콩을 대표하던 스타들과 열연을 펼쳤다. 그래서 이름까지는 기억하지 못해도 얼굴은 충분히 낯이 익다.

신신마작관 사장으로 등장하는 밍톈은 한때 범죄조직에 몸담았던 어둡고 슬픈 과거가 있는, 그래서 총도 맞고 칼도 맞아본 험난한 인생을 살아본 한 사람으로 이제는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방정맞은 사촌 동생 때문에 결국 손 씻은 ‘강호’에 다시 개입하게 된다.

드라마 제목 ‘他來自江湖’을 직역하면 ‘그는 강호(江湖) 출신이다’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밍톈은 ‘범죄조직’ 세계에 몸담았던 사실을 ‘강호’로 표현하면서 종종 자신을 ‘강호의 무명인’이라고 소개한다. 평범한 사람이 보기엔 ‘범죄조직’이나 ‘강호’나 그게 다 그거 같음에도 그의 단어 선택이 유별난 이유는 아마 ‘의리’를 중시하는 밍톈의 기질 때문인 듯하다. 그의 굳건한 ‘의리‘는 그가 한때 몸담았던 조직에 새 두목으로 올라선 존슨의 인정사정없는 잔악무도함과 대비된다.

참고로 돈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냉혹하고 잔인한 두목이자 밍톈을 앙숙처럼 생각하는 존슨 역은 「무간도」 하면 떠오르는 황추생(黄秋生)이 맡았다.

촐랑이 허신먀오

드라마 리뷰 | 타래자강호(他來自江湖, 1989)

밍톈을 다시 강호의 무명인으로 활약할 수밖에 없게 만든 방정맞은 사촌 동생이 바로 주성치가 맡은 허신먀오(何鑫淼)이다.

주성치가 전성기에 맡은 배역 대부분이 그렇듯 허신먀오는 빈정대고 까불고 능청스럽고 뻔뻔하고 뺀질대고 의리까지 없는, 한마디로 버릇없는 젊은이이다. 당연하게도 그는 아버지 허잉뱌오(오맹달)조차 동네 똥개 취급한다. 그렇게 막돼먹은 허신먀오조차 사촌 형 밍톈만큼은 영웅처럼 떠받드니 강호 무명객의 포스는 대단한 것이다.

아무튼, 허신먀오는 ’약삭빠르기‘ 능력치만큼은 평범하기 그지없어서 그런지 하는 일마다 되는 일이 없다. 그렇다 보니 그는 한탕으로 큰돈 벌겠다는 과욕으로 밍톈의 충고를 무시한 채 존슨에게 접근하고, 이게 화근이 되어 밍톈을 다시 강호에 불러들이는 활극을 유발하게 된다.

동네북 같은 처량한 신세의 아버지, 허잉뱌오

드라마 리뷰 | 타래자강호(他來自江湖, 1989)

홍콩과 중국 영화계에서 가장 많은 출연금을 받은 황금 조연배우이자, 주성치와의 황금 콤비로 홍콩 코미디의 새 지평을 개척한 오맹달은 이 드라마에서도 팬들의 기대를 버리지 않고 주성치의 아버지 역을 맡았다. 도저히 피를 나눈 아버지와 아들 사이라고 볼 수 없는 두 사람의 후안무치한 다툼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기 그지없다.

양과는 소용녀를 16년 기다렸지만, 자신은 아내를 18년 동안 기다렸다면서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는 허잉뱌오는 18년 전에 떠난 아내가 다시 자신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며 쓸쓸하게 물리치료실을 지키고 있다.

재밌게도 영화 「도성(賭聖, 1990)」에서 ’삼촌‘이라고 불리면 발정하는 것 같은 특이 기질이 여기서도 설정되어 있는데, 특정 곡을 들으면 태극권을 펼친다는 것이 그러하다.

참고로 오맹달은 2년 전인 2021년에 간암으로 별세했다고 한다.

근면·성실한 아가씨, 다이위

드라마 리뷰 | 타래자강호(他來自江湖, 1989)

밍톈의 두 번째 연인으로 등장하는 부지런하고 자립심 강한 여성 다이위(阮黛玉) 역은 마오순쥔(Teresa Mo, 毛舜筠)이 맡았다. 그녀 역시 「첩혈속집」(주연발 주연), 「신격대도」(주성치 주연), 「도성타왕」(주성치 주연), 「가유희사」(주성치, 장국영) 등 1990년대 전후 홍콩영화사의 한 부분을 장식한 유명 배우다.

어느 네티즌에 따르면 장국영이 TV 프로그램에서 그녀를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성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고 했을 정도로 마오순쥔은 장국영과 특별한 관계였다고 한다. 만약 두 사람이 결혼했다면 장국영은 여전히 스크린에서 활약하고 있지 않았을까?

마치면서

조폭 • (시트콤 분위기 같은) 가족코미디 • 도시 연애 • 청년 취업 등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된다. 그래서 그런지 줄거리가 단단하기보다는 분산되는 형편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주성치 • 오맹달 콤비와 두 사람의 정신 사나운 코미디에 있을 것이므로 그따위 단점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본다.

알란 탐의 주제곡도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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