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죄(罚罪, 2022) | 도시를 장악한 범죄 가문에 맞서는 경찰 이야기
탄탄한 줄거리, 겹겹의 에피소드, 복잡한 인물관계, 입체적 인물 등 전반적으로 대담한 구성과 하드코어한 스토리가 돋보이는 범죄 수사 드라마 「벌죄(罚罪)」는 경찰 및 고위당원과 결탁하여 (가상의 도시) 창우시의 권력을 독점한 범죄 가문 자오가(赵家)와 (자오가의 수장) 자오샤오셩에 맞서는 경찰들의 활약을 다루고 있다.
촬영은 주로 하이난성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드라마 내용과는 별개로 남방의 이국적인 도시 경치도 볼만하고, 내 드라마 리뷰에서 전례 없던 유튜브 링크를 추가했을 정도로 OST도 들을만하다(OST는 「지역 제한 해제된 酷我音乐 v10 VIP 크랙판 한국어」로 무손실 다운로드 가능). 또한, (주연배우들이 등장한 유튜브 동영상으로 확인) 더빙이 아닌 배우의 실제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어 연기와 음성의 ‘혼연일체’를 만끽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러모로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과 동시에 눈과 귀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진 드라마다.
<자오 가문의 수장이자 창우시의 황제, 자오샤오셩> |
<우산 속 안엔 자오 가문을 지키는 개들의 명단이 들어있다> |
웃는 모습이 신중국의 3대 황제 시진핑을 연상시키는 자오샤오셩(배우: 程煜)은 광산 회사를 기반으로 30여 년 동안 창우시에서 황제와 같은 권력을 행사해왔다.
그가 경찰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시민들조차 자오 가문 자동차의 번호판을 알아보고 알아서 굽신거리는 등 무소불위 같은 권력 행사가 가능했던 이유는 자오가를 우산처럼 보호해주는 부패한 경찰과 당원과 공직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자오샤오성의 셋째 아들, 첫째 아들, 둘째 아들> |
<곧 있을 권력 다툼에서 넷째에게 처참하게 밀리게 될 첫째와 둘째> |
자오샤오셩의 첫째 아들 자오펑잔(배우: 夏侯镔)은 잔꾀에 능하고, 셋째 아들 자오펑샹(배우: 赵荀)은 협박, 폭행, 살인 등 가문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행동대장이다. 이에 반해 둘째 아들이자 검사인 자오펑청(배우: 王阳)은 아버지와 형제들에게 자수하여 광명을 찾으라고 진지하게 권하다가 드라마 초장에 일찌감치 비명횡사하는 양심 있는 인물이다.
자오펑청은 비록 일찍 퇴장하지만, 자오가를 일망타진하는 데 있어서 핵심 인물 중 하나가 된다.
<청운의 꿈을 안고 귀국하는 자오펑차오> |
<보스이자 동료인 자오펑차오의 야심을 높게 평가하는 지녠> |
자오샤오셩의 큰 기대를 안고 귀국하는 자오 가의 넷째 자오펑차오(배우: 杨祐宁)와 호주에서 자오펑차오 밑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지녠(배우: 林一霆).
자오펑차오는 자오 가문의 온갖 불법적 기반을 청산하고 합법적으로 키워보겠다는 야심을 품고, 자오펑차오의 계획을 지지하는 지녠은 오랜만에 만나는 창정과의 만남을 기대한다.
타인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방법에는 돈으로 구워삶는 방법이 있고, 권력으로 압박하는 방법이 있고, 이해득실로 설득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런 방법들은 돈이 떨어지거나 권력 기반이 무너지거나 이해관계가 변하면 쉽게 무너진다는 단점이 있다. 자오펑차오는 위험에서 구해주는 ‘은혜 베풀기’ 식의 고단수로 자기 세력을 키우면서 첫째와 셋째의 세력을 일망타진하고 자신은 뒤에 숨어 치밀하고 주도면밀한 계략으로 회사를 확장하거나 때론 창정을 궁지에 몰아넣는 등 자오 가문을 수렴청정한다. 하지만, 그는 이상하게도 창정에 관한 일에서만큼은 약한 모습을 보인다.
<자오펑샹과 죽마고우처럼 잘 지내는 창정> |
<노인네 같은 소탈한 웃음이 보기 좋은 창정> |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자오 가문의 셋째와 어울리는 등 부패한 경찰로 나오는 창정(배우: 黄景瑜).
하지만, 그의 순박한 외모 때문에 도무지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는데 알고 보니 그는 비밀 수사 중이었던 것. 하지만, 이 때문에, 그리고 그의 아버지 죽음에 얽힌 의문 때문에 그는 자오 가문과는 같은 하늘 밑에서 살 수 없는 견원지간이 된다. 자오펑차오만큼 두뇌 회전이 빠르지는 않은 그는 오로지 뚝심과 성실함으로 자오 가문을 미친개처럼 물고 늘어진다.
훈훈하고 푸근한 외모가 인상적인 황징위(黄景瑜, 창정 역)는 주짓수로 단련된 육체와 액션이 장기랄 수 있지만, 노인네 같은 편안함을 안겨주는 소탈한 웃음과 연기도 매력적이다.
드라마 「벌죄(罚罪)」에 출연하는 주연/조연급 배우 중 유독 그의 연기력을 못마땅해하는 팬들이 있을 수 있으나 수수한 인상만큼은 보기 좋다. 황징위뿐만 아니라 다른 남자 배우들의 과하지 않은 분장도 박진감을 플러스하는데 한몫 단단히 하고 있는데,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 배우들처럼 인형 같이 치장하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외모는 남국의 시원한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창정과 함께 자오 가문을 밀착 수사하는 진옌(배우: 盖玥希) 형사> |
<등대는 하이난의 완닝 선저우 반도에 있는 명소라고 한다> |
“자비로운 자는 병사를 통솔할 수 없고, 정이 많은 자는 일을 이룰 수 없고, 의로운 자는 재물을 얻을 수 없고, 선한 자는 관직에 오를 수 없다”라는 자오샤오셩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부조리한 현실을 증오해야 하는가? 아니면 말로만 공정 • 공평을 외치고 뒤로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위선적이고 파렴치한 인간들을 증오해야 하는가? 갑자기 거짓말에 거짓말을 거듭하는 거짓말쟁이에다가 무능하기까지 한 꼭두각시 대통령이 떠올라 괜히 열 뻗친다.
드라마 「벌죄(罚罪)」 대사 중에는 유심히 듣지 않아도 ‘꽌시(關係)’라는 단어가 무수히 반복된다. 이 꽌시가 없이는 중국에선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드라마의 복잡한 인물관계는 거미줄처럼 얽힌 꽌시로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경찰 같은 명령과 지휘 체계가 명확한 조직에서도 ‘사부와 제자’ 관계가 빈번하게 맺어지고, 청탁하고 뇌물을 주고받는 일은 일상처럼 대수롭지 않게 행해진다. 드라마는 꽌시 문화가, 그리고 경제성장 지상주의가 중국의 법치주의에 대한 의지와 꿈을 어떻게 한 줌의 물거품으로 만드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놀라운 사실은 「벌죄(罚罪)」에서와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 바로 「하이난 황홍 사건」이 그렇다. 링크한 기사를 보면 황홍파가 이끄는 조직은 보호받기 위해 많은 당과 정부 기관 간부와 (대략 109명의 당원, 공무원, 공안, 검사) 결합했고, 대략 30년 동안 58건의 범죄를 저지르며 2건의 사망과 다수의 부상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한다. 드라마가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해서 만들어진 사실도 놀랍지만, 도저히 수사가 안 될 것 같은, 아니 수사해선 안 될 것 같은 엄청난 규모의 부정 • 부패 사건을 드라마처럼 일망타진했다는 것이 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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