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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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살인사건(Appointment With Death) | 모두가 용의자!

영화 리뷰 | 사해살인사건(Appointment With Death,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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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살인사건(Appointment With Death, 1988) | 모두가 용의자!

영화 리뷰 | 사해살인사건(Appointment With Death, 1988)
<유언장과 함께 그 안에 이름이 적힌 사람들의 희망도 불 속으로>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누가 죽을지, 혹은 누가 죽어야 할지를 대뜸 선언하듯 유산 상속을 둘러싼 음모가 완성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첫 번째 문제는 유언장이 두 개라는 것인데, 고인의 첫 번째 유언장은 전 재산을 아내 에밀리 보인턴에게 남겨준다는 것이고, 최근에 작성된 두 번째 유언장은 전 재산을 아내와 네 명의 자식에게 고루 분배한다는 것. 두 번째 문제는 모든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되어야 할 유언장이 가족 변호사와 고인의 아내 단둘이만 있는 사적인 자리에서 은밀하게 개봉되었다는 것.

재산을 독차지하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아니면 그 많은 재산을 변변치 못한 자식들에게 넘어가는 것이 탐탁지 못했는지 아무튼 보인턴 부인은 유언장을 집행하는 변호사를 반은 구슬리고 반은 협박해 두 번째 유언장을 한 줌의 재로 태워버리는 데 성공한다.

이로써 추리소설 생리상으로나 인간 본성상으로나 누가 죽는지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남은 것은 누가 무슨 방법으로 그녀를 죽이는지와 누가 어떻게 이 사건을 해결하는지다.

영화 리뷰 | 사해살인사건(Appointment With Death, 1988)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푸아로가 듣는다>
영화 리뷰 | 사해살인사건(Appointment With Death, 1988)
<용의자를 심문하는 푸아로>

「사해살인사건(Appointment With Death)」은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배우 피터 유스티노프(Peter Ustinov)가 탐정 푸아로를 연기한 여섯 번째 작품으로 원작은 너무나도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의 동명 소설이다. 가능하면 원작(한국어 번역본 제목은 『죽음과의 약속』)을 먼저 읽어보고 영화를 봐야겠다는 갸륵한 생각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쳐가기는 했지만, 역시나 번개처럼 스쳐 갔을 뿐이다. 우리네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듯 나의 소박한 계획은 게으름이라는 개인적 결점과 ‘대출 중’이라는 운명과 결부되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아무튼, 피터 유스티노프가 출연한 다른 영화를 본 기억이 없음에도 그의 풍채는 딱 봐도 ‘푸아로’다. 이렇게 말해도 어떻게 생겨 먹은 풍채가 ‘푸아로’ 풍채인지 딱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통통하고 키가 작은 카이젤 콧수염을 가진 신사가 음침하고 시큼한 ‘살인 사건’ 냄새가 풍기는 미스터리 영화에 출연했으니 푸아로가 아니면 누구겠는가!

영화 리뷰 | 사해살인사건(Appointment With Death, 1988)
<전직 간수여서 그런 것일까? 그녀의 폭군 기질은 품위가 있다>
영화 리뷰 | 사해살인사건(Appointment With Death, 1988)
<독배가 등장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인데>

원래 유산 상속을 둘러싼 살인은 많이 죽으면 죽을수록 남은 사람의 몫도 증가하는 것이니만큼 죽는 사람이 많이 나올법한데 여기선 단출하게도 단 한 명의 희생자만 나온다. 바로 앞에서도 언급했듯 비열한 수단으로 유산을 상속받은 미망인 보인턴 부인(Piper Laurie)이다. 이런 것을 두고 자업자득이라고 했던가?

보인턴 부인은 단지 탐욕스러운 여자로만 묘사되지는 않는다. 간수가 죄수 감시하듯 자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참견하는 그녀는 자식들에게 코딱지만큼의 사생활도 허용하지 않는 폭군으로 행동하면서 자식들에게뿐만 아니라 관객으로부터도 미움을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써 다수가 해방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 한편으론 주변 사람 모두에게 살인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니 얼마나 훌륭한 인품인가!

영화 리뷰 | 사해살인사건(Appointment With Death, 1988)
<가장이 죽자마자 여행을 떠나는 보인턴 가족, 익숙한 얼굴이 보이지 않는가?>
영화 리뷰 | 사해살인사건(Appointment With Death, 1988)
<푸아로 대신 당신이었다면 어떻게 사건을 설명할 것인가>

어찌 되었든 푸아로에게도 있고, 당신에게도 있을법한 그 ‘작은 회색 뇌세포’가 기지개를 활짝 펼쳐 능력을 만개하는데 필요한 추리 재료들은 제대로 준비된다. 동기, 정황, 살인 사건, 살인 도구, 그리고 다수의 용의자 등등 추리소설 대가의 원작을 각색한 작품답게 영화는 범인을 추리하는데 필요한 단서를 공평하게 제공한다. 특히 푸아로가 용의자들을 심문한 내용들을 서로 비교해보면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렇다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범인일까?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답게 푸아로와 관객의 추리 대결은 정정당당하며 장면마다 숨어있는 의미를 놓치지 않는 예리한 안목의 소유자라면 범인이 누구인지 지목하는 정도까지는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그녀)가 왜 보인턴 부인을 죽였냐는 것인데, 이것은 등장인물들에 대한 배경(과거 경력) 소개가 원작만큼 (아마도 상영시간이라는 제약 때문에?) 자세하지는 않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물론 단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끝으로 영화 「사해살인사건(Appointment With Death)」엔 스타워즈 팬이라면 매우 반길만한 배우가 등장한다. 바로 캐리 피셔(Carrie Frances Fisher). 우리의 레아 공주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그녀가 맡은 배역은 누구일까? 물론 그녀 역시 용의선상에 있으며 그녀가 범인이 아니라고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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