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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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666 | 악마와 로큰롤, 헤드폰 필수

영화 리뷰 | 스튜디오 666(STUDIO 666, 2022) | 악마와 로큰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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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666(STUDIO 666, 2022) | 악마와 로큰롤, 헤드폰 필수

영화 리뷰 | 스튜디오 666(STUDIO 666, 2022) | 악마와 로큰롤
<이 가녀린 아가씨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부러진 종아리뼈가 빼꼼히 벌어진 피부 밖으로 우죽부죽 삐져나온 여자가 누군가로부터 사냥당하는 잔혹하고 소름 돋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 「스튜디오 666(STUDIO 666)」. 시작 장면의 범상치 않은 수위는 이후 벌어질 본격적인 이야기에서의 도륙 수위를 예상하고도 남는다. 보면 알겠지만, 그건 ‘살인’이라는 인간적인 단어보다는 ‘도륙’이라는 짐승적인 단어가 더 적합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창조적이고도 잔인한 참살 장면들이다.

신나는 로큰롤 음악에 맞추어 볼품없이 들썩거리는 엉덩이를 급살맞은 무당처럼 일순간 창백하게 질리게 하는 도살 장면은 로큰롤만큼 흥이 나지는 않지만, 로큰롤처럼 자극적인 것이 한여름 밤의 찜통더위를 식히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영화 리뷰 | 스튜디오 666(STUDIO 666, 2022) | 악마와 로큰롤
<새 앨범 녹음을 위해 회의 중인 푸 파이터스>
영화 리뷰 | 스튜디오 666(STUDIO 666, 2022) | 악마와 로큰롤
<겉보기엔 썩 괜찮은 집 같은데...>

사냥꾼에게 무참히 도륙당한 아가씨를 위해 묵념할 시간도 주지 않고 영화는 전설적인 록 밴드 푸 파이터스(Foo Fighters)가 매니저로부터 앨범을 빨리 녹음하라고 닦달당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전환된다.

영감이 도통 떠오르지 않는 밴드 리더 데이브 그롤(Dave Grohl)은 이 모든 역경이 평범한 녹음 장소 때문이라고 투덜거리고, 매니저는 이럴 줄 알고 미리 준비했다는 듯 록 앤드 롤의 역사가 살아 숨 쉰다는 유서 깊은 저택을 소개해준다.

한때 음악계 거물 매니저가 살던 집에 도착한 그롤은 대뜸 집의 음산한 기운에 매료되는 반면 밴드 맴버 중 누군가는 주변을 으스스하게 감도는 죽음과 파멸의 기운에 오싹한다.

이후 영화는 그롤의 상서로운 직감과 멤버의 불길한 직감 모두 적중시키는 악마의 장난 같은 짓궂은 본성을 드러낸다.

영화 리뷰 | 스튜디오 666(STUDIO 666, 2022) | 악마와 로큰롤
<밴드 푸 파이터스의 신들린 듯한 연주도 감상 포인트>
영화 리뷰 | 스튜디오 666(STUDIO 666, 2022) | 악마와 로큰롤
<깜짝 출연해 저작권 경고 먹이고 가는 라이오넬 리치>

멤버들의 연주 장면을 보고 음악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푸 파이터스는 너바나(Nirvana) 드러머 출신의 데이브 그롤이 1994년에 결성한, 그리고 지금도 활동 중인 미국 록 밴드이고, 밴드 멤버들이 실제 이름 그대로 영화에 등장한다. 그래서 몇몇 멤버의 연기와 대사가 조금 어설프기도 하지만, 대신 음악과 잘 맞아떨어지는 실제 연주 장면을 볼 수 있어서 박진감 넘친다. 신들린 듯한 연주와 강렬한 사운드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조금 덥더라도 헤드폰을 착용하고 감상하자.

실제로 활동 중인 록 밴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색적인 배역에 맞추어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가 카메오로 출연해 발라드 올드팬들의 간당간당한 추억을 새록새록 상기시키기도 한다.

영화 리뷰 | 스튜디오 666(STUDIO 666, 2022) | 악마와 로큰롤
<녹음 시작하기 전부터 뜻밖의 감전사가? 이것은 우연인가? 저주의 서막인가?>
영화 리뷰 | 스튜디오 666(STUDIO 666, 2022) | 악마와 로큰롤
<로큰롤만큼 시끄러운 전기톱의 활용도는 생각보다 넓다>

영화 「스튜디오 666)」의 들을 거리가 로큰롤이라면, 볼거리는 당연히 가감 없이 보여주는 현실감 있는 도륙 장면들이다. 그중 압권은 전기톱으로 케이크를 자르듯 사람을 쪼개는 장면. 이 순간만큼은 뇌 신경들이 완벽히 방전된 것처럼 아무 생각도 아무 감흥도 떠오르지 않았다. 푹푹 찌는 더위에 벌겋게 익지만 않았더라면 그 순간의 내 얼굴은 백지장만큼은 아니더라도 누렇게 질렸을 것이다.

그런 절절한 사연이 있는 고로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피해야 할 영화지만, 색다른 공포영화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썩 괜찮은 영화다. 거기다가 약간의 조크와 약간의 반전까지 곁들여 있으니 그렇게 불쾌하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로큰롤의 파괴성은 종종 ‘악마성’에 비유되곤 하고, 악마와의 거래로 창의력의 변비를 해결하는 예술가 이야기도 종종 영화의 소재가 되곤 한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그 때문에 주변 몇 사람이 희생되었지만, 그 피와 죽음의 대가로 인류에 길이 남을 예술 작품을 남겼다면 이것은 나름 유익한 거래인가? 아니면 미친놈의 만행일 뿐인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악마는 사람을 괴롭히는 재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인 능력도 뛰어나니 이것은 몇몇 천재가 뛰어난 재능에 비해 실망스러운 인성을 보여주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엔 완벽하게 선한 자가 없듯 완벽하게 악한 자도 없다.

끝으로 악마와 로큰롤(정확히는 메탈) 조합의 또 다른 공포영화로는 「더 데빌스 캔디(The Devil's Candy)」가 있다. 내가 장수돌침대처럼 별 다섯 개를 주었을 정도라면 매우 괜찮은 영화였다는 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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