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I Know What You Did Last Summer, 2021) 시즌1 | 도리도리 누가 범인일까요?
<졸업 후 1년 만에 집에 왔는데….> |
제목이 상당히 긴데도 불구하고 자주 찾는 식당 이름처럼 쉽게 기억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음흉한 쪽으로???) 의미심장한 뜻을 지닌 것 같은 뉘앙스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지난여름에 한 일은커녕 어제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얼마나 엄청난 일이길래, 그것도 자기 일도 아닌 남의 일을 1년이 지나서도 기억하는 것일까, 하는 오지랖 넓은 호기심이 팔딱 고개를 쳐든다. 그렇게 공상력을 음흉스럽게 자극해서인지 긴 제목임에도 기억하기는 직장 상사 전화번호 외우는 것보다 쉽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는 로이스 던컨(Lois Duncan)의 1973년 작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기본 줄거리는 고등학교 졸업식 파티 날 밤 벌어진 비극적인 사고로 엮인 다섯 명의 10대 친구들이 1년 후 다시 마을에 모였을 때, 갑자기 누군가 팍 나타나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고 모종의 협박장을 남긴 후 연쇄살인을 일으킨다는 썩 나쁘지 않은 복수극(혹은 치정극)이랄까?
<죽은 친구를 유기한 장소를 묵묵히 바라본다, 그런데 무슨 생각으로?> |
하지만, 이번 드라마는 원작 소설과도, 그리고 기존 동명의 영화와도 크게 다른 점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첫째는 ‘일란성 쌍둥이’라는 곡절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동성애, 섹스, 마약, 사랑, 우정, 질투 등으로 얽히고설킨 10대들의 복잡한 감정 및 인간관계에 일란성 쌍둥이의 등장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만, 저마다 배경을 가진 인물들의 섬세한 묘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견딜 만하다.
둘째는 범인의 의외성인데, 이것은 호불호가 가릴 것 같다. 추리소설처럼 물적 • 정황 증거로부터 어느 정도 논리적으로 유추가 가능한 개연성 있는 미스터리를 원하는 사람은 실망스러운 ‘범인의 의외성’이고, 그런 것 따지지 않고 그저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그런 뜻밖의 반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무더위를 잊게 할만한 결말이다.
막판에 등장인물 중 누가 범인이 되어도 어떻게든 이야기를 짜 맞출 수 있을 것 같은 '완전 범죄' 같은 사건 구성으로 인해 찜찜함을 영 지울 수가 없다. ‘누가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냐?’가 아닌 ‘누가 왜 범죄를 저질렀냐?’에 중점을 두고 잔머리를 굴리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더 재미있는 감상이 될 것이다.
물론 ‘범죄 맞추기’가 다는 아니다. 이 드라마 역시 여타 미국 드라마처럼 인간 본성의 어둡고 복잡한 심연을 헤아리는 진지한 면을 보이고 있으니 이런 심리적인 요인도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선 감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아, 맨발로라도 달려보고 싶은 멋진 풍경을 옆구리 낀 멋진 도로다> |
이야기는 하와이 제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오아후섬에서 진행된다. 정말이지 한여름을 시원하고 유쾌하게 보내기엔 안성맞춤인 장소로서 이렇게 화면으로만 만족해야 한다는 현실이 한스러울 따름이다.
드라마로 만나는 오아후섬은 죽은 사람을 음침한 장례식장이 아닌 태양이 능글맞게 내다보는 해변의 폭신한 모래 침대 위에 안치하는 것, 그리고 시체를 지옥불 같은 화장장으로 보내지 않고 불붙은 배로 강물에 띄워 보내는 등 독특한 화장 문화가 인상적인 마을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답지 못한 마음으로 아름답지 못한 연쇄살인이 일어나다니 참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배은망덕한 자이다.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을까?> |
일란성 쌍둥이 자매인 앨리스와 레넌(1인 2역, Madison Iseman). 안타깝게도 둘 중 하나는 희생되고, 또한 그 희생이 이번 연쇄살인의 씨앗이 된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도 성격과 정신 건강 상태와 자존감 등에서 비슷한 것이 일란성 쌍둥이의 고유한 특성인데 앨리스와 레넌은 이런 유전자적 특성을 과감히 타파하고 제각각 어디서 주워온 아이라도 되는 것처럼 판이한 성격을 보여준다. 한 명은 또래에 안 자본 남자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 나가는 여자, 다른 한 명은 친구 하나 없는 우울증 환자.
그렇더라도 피는 물보다 진한 것. 평소에 사이가 안 좋았다고 죽은 자매를 위해 복수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면도한 츄바카 같은 인상?> |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 브루스(Bill Heck).
억울하게 죽은 자식을 위해 아버지가 복수에 나선다는 것은 크게 당황할 것 없는 아주 자연스러운 진화의 유산이다. 그렇다면, 그가 범인일까?
<평소 말이 없고 생각이 깊은 듯한 사람이 진짜 무서운 사람?> |
사고 이후 1년 동안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나타난 딜런(Ezekiel Goodman).
연쇄살인범은 지능이 높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MIT 대학생인 딜런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그는 1년 전에 죽은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 짝사랑했던 사람을 위한 복수라, 짠하지 않을 수가 없다.
<빼빼 마른 몸매와는 달리 무시무시한 폭식 먹방의 주인공> |
연쇄살인범은 정신병자일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밥 먹듯이 심리치료를 받는 것도 모자라 발작 때문에 입원 치료받을 정도로 심각한 정신병을 앓는 마고(Brianne Tju) 역시 용의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마고 같은 갑부집 공주님들은 막돼먹은 행동으로 종종 물의를 빚지 않았던가?
<미국에서 마약은 범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
아니면 약물 판매상 라일리(Ashley Moore)가 범인?
친구 중 이틀 연속 같은 옷을 입었다는 놀림을 들어야 할 정도로 가장 빈곤한 가정 형편을 가진 그녀는 작은 마을에 다양한 약물을 공급하는 부업으로 용돈을 번다. 약물 중독, 약물 판매, 그리고 빈곤은 미국의 높은 범죄율을 유지하는 아이콘 중 하나이지 않았던가?
<유일한 목격자? 그런데 왜 그(그녀)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던 것일까?> |
이도 저도 아니면, 1년 전 사건 당일 다섯 명이 시체를 은폐하던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던 이 사람이 응징의 철퇴를 내리찍던 정의의 사도?
특히 그(그녀)가 세간으로부터 사이비라고 불리는 어느 종교의 광신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그녀)를 용의자에서 진범으로 승격시키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끝으로 어느 중국인이 농담처럼 남겼지만, 농담 같은 않은 다음 시즌 예상 제목으로 끝을 맺는다.
시즌 2: “나는 당신이 지난여름에 한 일을 여전히 알고 있다”
시즌 3: “나는 항상 당신이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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