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1

드라마 천룡팔부(2021) | 나만 인물, 연기, 액션 모두 흡족?

드라마 리뷰 | 천룡팔부(2021) | 나만 인물, 연기, 액션 모두 흡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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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천룡팔부(2021) | 나만 인물, 연기, 액션 모두 흡족?

드라마 리뷰 | 천룡팔부(2021) | 나만 인물, 연기, 액션 모두 흡족?
<단예, 소봉, 허죽>

드라마로 제작된 「천룡팔부(天龍八部)」 감상은 2003년 판, 2013년 판에 이은 세 번째다. 그런데도 물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새로운 출연진, 새로운 액션, 새로운 스토리텔링, 새로운 세트, 새로운 의상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원작의 규모가 대륙만큼이나 방대하고 우주처럼 깊다 보니 마치 요술 사골처럼 우려내고 우려내도 진국의 맛은 변함이 없다.

‘몇 년마다’라고 딱히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잊을만하면 리메이크되어 무상한 세월 속에 미지근하게 식어가는 팬의 마음을 다시금 호기롭게 달궈주는 김용 원작의 드라마들. 시간이 무료하고 나날이 따분하다면 의롭고 정의롭고 호방한 대협들과 통쾌하게 술 한 잔 나누며 회포를 푼다고 해서 딱히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드라마 리뷰 | 천룡팔부(2021) | 나만 인물, 연기, 액션 모두 흡족?
<아주와 소봉(가운데), 소봉과 아자>
드라마 리뷰 | 천룡팔부(2021) | 나만 인물, 연기, 액션 모두 흡족?
<절세의 미녀 왕어언 역을 맡은 재니스 맨(文咏珊)>

김용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감상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배역인데, 2021년 판 천룡팔부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외모 • 연기력 (이 정도면) 모두 합격이다. 특히 앙증맞으면서도 악랄한 아자 역을 감질나게 연기한 허홍산(何泓姗)의 일거수일투족은 시선을 고정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것이 다는 아니다. 거란족을 연기하는 배우엔 놀랍게도 소수 민족을 고용하는 등 배역의 폭도 넓다. 감상하면 알겠지만, 흔한 양산형 드라마와는 달리 원작의 명성에 걸맞게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한편으론 「촉산전기」에서 주청운, 「신 의천도룡기(2022)」에선 조민 역을 맡은 재니스 맨(文咏珊)의 그윽한 눈망울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무엇보다 기뻤고, 「녹정기(鹿鼎记)」에서 근엄하고 자애로운 강희제 역을 맡았던 장톈양(张天阳)이 까까머리 그대로 허죽 역을 맡아 반갑기도 하다.

드라마 리뷰 | 천룡팔부(2021) | 나만 인물, 연기, 액션 모두 흡족?
<슬로우 모션의 장점을 잘 살린 쿵후 액션>
드라마 리뷰 | 천룡팔부(2021) | 나만 인물, 연기, 액션 모두 흡족?
<폭풍 전야 같은 취현장의 무거운 분위기>

무협 드라마이니만큼 ‘액션’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액션은 2003, 2013년 판보다 나아 보인다. 「신 의천도룡기(2022)」에서 이미 한 번 쿵후 스타의 부재를 통탄했고, 그렇다고 없는 쿵후 스타를 급조할 수도 없다. 이런 단점을 대부분 감독은 특수 효과와 대역으로 얼렁뚱땅 메꿀 수밖에 없고, 정통 쿵후 액션에 갈증을 느끼다 못해 기갈이 난 팬들은 다시 한번 통한의 심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수 효과가 난무하는 시대라 이번 천룡팔부도 판타지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내심 불안했는데, 다행히 기우로 끝났다.

배우들이 성룡, 홍금보, 견자단 같은 무술인 출신들은 아니지만, 슬로우 모션의 장점을 극대화한 감독의 기지 덕분에 오랜만에 박진감 넘치는 무협 액션에 다소간 취할 수 있었으며, 특히 취현장에서 펼치지는 소봉과 중원 무림인들과의 사활을 건 싸움은 압권이었다. 슬로우 모션으로 표현된 과장되지 않고 절제된 무협 액션은 카메라 각도와 편집 기술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드라마 리뷰 | 천룡팔부(2021) | 나만 인물, 연기, 액션 모두 흡족?
<양질의 야외 세트를 보여주는 '개방 본타'>
드라마 리뷰 | 천룡팔부(2021) | 나만 인물, 연기, 액션 모두 흡족?
<적진 한복판에서 통쾌하게 건배하는 세 형제>

인물, 연기, 액션, 연출, 세트, 배경 등 2021년 판 「천룡팔부(天龍八部)」는 이 정도면 만족해도 되는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점이라면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띄엄띄엄 진행된다는 것, 특히 후반부는 똥 마려운 사장이 서둘러 회의를 끝내려는 것처럼 도망치듯 마무리를 향해 내달린다는 점이다. 이것은 개작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고, ‘50회’라는 한정된 분량을 적절하게 고려하지 못한 감독의 실수일 수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마지막의 급살 같은 마무리는 제대로 정이 든 주인공들과의 시큼하고 쌉싸름한 이별의 시간을 냉큼 빼앗은 것 같아 어리둥절하고 아쉽기만 하다. 참고로 2021년 판 「천룡팔부」에 대한 나의 평가는 이렇게 후하지만, 중국인들의 평가는 역대 최저급이다.

그들의 불만은 제쳐두고 이번 판의 특징 중 하나는 (역대 리메이크 작품들보다?) 불교 철학을 설교하는 롱 테이크 장면들이 꽤 등장한다는 것이다. 원작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원작 자체가 (그 어느 김용의 작품보다) 불교적 색채가 짙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철학적 요소는 충분히 시청자들이 지루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드라마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삭제될법한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2021년 판엔 과감하게 반영됐다. 특히 마지막 50회에서 허죽 • 단예 • 왕어언이 폭풍처럼 흘러갔던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인생의 무상함과 덧없음을 절감하고 새로운 각오로 새 인생을 출발하는 마지막 장면은 석연치 않음과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뒤범벅된 혼란스러운 마무리를 적막한 깨달음의 찰나로 반전시켜주는 오묘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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