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6

, ,

신 의천도룡기(2022) | 쿵후 스타의 부재

영화 리뷰 | 신 의천도룡기(2022) | 쿵후 스타의 부재
review rating

신 의천도룡기(2022) | 쿵후 스타의 부재

영화 리뷰 | 신 의천도룡기(2022) | 쿵후 스타의 부재
<1993년도 '의천도룡기'의 두 주인공, 이연걸과 구숙정>

올드팬들은 ‘의천도룡기’하면 떠오르는 것은 장편 드라마보다는 구숙정과 이연걸이 주연한 왕정(王晶) 감독의 1993년 영화 「의천도룡기(倚天屠龍記之魔敎敎主)」일 것이다. 왕정 감독 특유의 잔잔한 코미디 색을 입힌 이 영화는 아쉽게도 완결 짓지 못했는데, 영화는 조민이 무당산으로 데리고 온 현명이로와 대결을 마친 장무기가 수하들을 데리고 대도(大都) 만안사(萬安寺)에 갇힌 6대 문파 사람들을 구할 차례에 끝난다.

그 당시 왕정 감독이 왜 바로 후편을 제작하지 않았는지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30여 년이나 지난 지금에서 영화 「의천도룡기」를 2부작(1편은 구양신공圣火雄风, 2편은 성화웅풍圣火雄风)으로 기어코 내놓은 것을 보면 그 당시 후편을 제작하지 못한 것에 약간은 한이 맺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김용(金庸) 골수팬이라면, 평가야 어찌 되었든 안 보려야 안 볼 수 없는 것이 바로 김용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 드라마이다.

영화 리뷰 | 신 의천도룡기(2022) | 쿵후 스타의 부재
<1993년도 작품에서 장삼봉 역을 맡은 홍금보>
영화 리뷰 | 신 의천도룡기(2022) | 쿵후 스타의 부재
<2022년도 작품의 장취산 • 은소소 부부와 소년 장무기>

왕정 감독이 나이를 먹어서인지 2022년도 ‘의천도룡기’는 1993년 작품과는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코믹한 연출은 온데간데없고, 중원의 안위를 심히 걱정하는 협객들처럼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한다(왕정 감독의 발랄한 무협 영화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대뜸 실망하고도 남겠다).

장취산 • 은소소 부부가 등장하는 이야기 시작 부분은 개작의 흔적이 역력히 보이는데, 그 이후부터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크게 엇나가는 것 없이 무난하게 흘러간다. 원작을 한 번이라도 탐독한 사람이라면 전체적인 흐름 정도는 어렵지 않게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리뷰 | 신 의천도룡기(2022) | 쿵후 스타의 부재
<무협 장르가 액션에서 특수효과에 의존하는 판타지로 크게 기운 것 같아 실망스럽다>
영화 리뷰 | 신 의천도룡기(2022) | 쿵후 스타의 부재
<상상력의 비약이란>

생각 외로 중국인의 평가가 매우 가혹한데, 아마도 그 이유 중 하나는 무술가 출신 액션 배우의 대가 끊기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소룡, 성룡, 원표, 이연걸, 홍금보 등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부터 명성을 누려온 무술가 출신의 액션 스타들이 펼치는 화려한 쿵후 액션은 중국의 또 다른 자부심이다. 하지만, 견자단 정도를 제외하곤 이들의 뒤를 이을 만한 재목이 눈에 띄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견자단조차 100세 노장 장삼봉 역할을 맡아야 할 정도로 나이를 먹었다.

개인적으로 소림사 출신의 왕바오창(王寶强)을 눈여겨본 적이 있었으나 걸걸한 외모 때문인지 이렇다 할 스타성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영화 리뷰 | 신 의천도룡기(2022) | 쿵후 스타의 부재
<송청서를 혼내주는 장무기>
영화 리뷰 | 신 의천도룡기(2022) | 쿵후 스타의 부재
<린치우난(林秋楠)의 시원한 태권 돌려차기>

중국의 무협 영화 팬들은 김용 원작을 영화로 만든 작품에서만큼은 유아 수준의 손짓·발짓을 제외한 모든 액션을 대역에게 맡기는 똥폼만 가득한 양산형 영화보다는 이연걸, 홍금보 같은 진짜 무술가가 펼치는 진짜 쿵푸 액션을 보기 원했을 것이다. 나 역시 같은 심정이다. 하지만, 2022년도 의천도룡기에서 무술을 배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아는 한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견자단, 그리고 다른 하나는 린치우난(林秋楠).

소년 장무기 역을 맡은 린치우난만큼은 기대해도 될 것이다. 아버지가 전 태권도 국가대표팀 코치였던 그는 8세에 전국 태권도 전국 선수권 대회 개인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발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외모와 연기도 나쁘지 않다. 훗날 그가 액션 배우로 성공하게 되면, 아마도 그가 배운 무술은 ‘태권도’에서 ‘쿵후’로 둔갑할지는 모르겠으나 진짜 무술 액션에 갈증을 느끼다 못해 허기까지 진 많은 팬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안겨줄 재목임은 분명해 보인다.

영화 리뷰 | 신 의천도룡기(2022) | 쿵후 스타의 부재
<장무기의 세 여자, 주지약, 조민, 소소>
영화 리뷰 | 신 의천도룡기(2022) | 쿵후 스타의 부재
<소소와 장무기>

무술 배우의 부재 외에도 ‘의천도룡기’에 실망한 점은 주인공 장무기 역(성인)을 맡은 배우 린펑(林峯)의 나이가 무려 42세라는 것이다! 반대로 장무기의 상대역(조민, 주지약, 소소)들은 20대에서 30대 초반. 그리고 날렵함보다 둔중함을 연상시키는 린펑의 우람한 체격. 그와 왕정 감독은 꽌시로 맺어진 사이일까? 내가 보기엔 그에게 청년 장무기 자리는 너무 과했다.

끝으로 현재 인터넷에서 재주껏 구할 수 있는 2022년도 ‘의천도룡기’ 영상은 광둥어와 북경어로 더빙되어 있는데, 두 편중 1편 구양신공 같은 경우는 첫 번째 음성이 광둥어(아마도?)로 선택되어 있어 북경어에 친숙한 사람들에겐 다소 외계어처럼 들릴 것이다. 중국어의 ‘중’자도 모르는 내가 이러한 사실을 눈치챈 것은 ‘무기’와 ‘엄마’를 부르는 발음에서 기존에 듣던 발음과 차이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나는 ‘무지’라고 발음하고 다른 하나는 ‘무기’라고 발음한다. 엄마 같은 경우는 ‘냠’이라고 발음하고 다른 하나는 ‘얼’이라고 발음한다. 아마도 ‘무지’, ‘냠’이라고 발음하는 것이 늘 듣던 북경어일 것으로 추정되고 나머지 하나는 광둥어로 추측된다. 내가 듣기엔 북경어가 배우 음성으로 여겨지고, 광둥어는 아마도 더빙?

참고로 「촉산전기」에서 주청운 역을 맡은 재니스 맨(文咏珊)이 조민 역을 맡았다.

비록 보잘 것 없지만 광고 수익(Ad revenue)은 블로거의 콘텐츠 창작 의욕을 북돋우는 강장제이자 때론 하루하루를 이어주는 즐거움입니다

Share:

댓글 4개:

  1. 잘 봤습니다. 누누에 자막까지 올라와 있더라고요

    답글삭제
    답글
    1. 완성도를 떠나서 김용 팬으로서 안 볼 수가 없더라고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삭제
  2. 2편을 어디서 볼수 있을까요? 어제 1편을 보고 나니 2편이 있는거 같던데...

    답글삭제
    답글
    1. 1편 보신 곳에서 2편도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전 '토렌트+PikPak'로 봤습니다.

      삭제

댓글은 검토 후 게재됩니다.
본문이나 댓글을 정독하신 후 신중히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