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온(呪怨) 시리즈 완주 후기 | 극장판과 비디오판의 가장 큰 차이점?
<토시오는 1987년생. 살아 있다면 내 동생뻘 정도?(주온 극장판)> |
‘저주와 원한’을 소재로 한 일본산 공포영화 중에서 얼마 전에 완주한 「링(リング)」 시리즈와 쌍벽을 이루는 것이 「주온(呪怨)」 시리즈다. 아침저녁으론 아직 으스스한 요즘은 으스스한 공포영화를 찾기엔 조금은 이른 계절이지만, ‘링’을 완주했으니 내친김에 ‘주온’도 완주했다.
완주 총평은 시리즈 후반부로 갈수록 혹평이 자자한 것과는 달리 비디오판 2편을 제외하고는 (무섭기보다는) 나름 재미있게 감상했다.
<정원에 툇마루까지 있는 집, 저주받아도 좋으니 저런 집에서 살고 싶다?(주온 극장판)> |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주온 극장판)> |
내 생각엔 시리즈 후반부로 갈수록 평점이 안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은 똑같은 소재로 우려먹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주온 1편과 2편으로 가야코와 토시오의 역할과 액션에 익숙해진 관객에게 같은 방식의 공포가 또다시 먹힐 리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주온을 감상할 정도의 공포영화광이라면 ‘주온(Ju-on)’ 첫 극장판 개봉 후 ‘주온: 더 파이널’이 등장하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비슷한 종류의 공포영화를 적어도 수십 편은 감상했을 것이니 개인차는 있겠지만, 나처럼 ‘공포’에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있을 것이다.
이런 관객에게 과거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되풀이되는 이야기, 다르게 말하면 옛 명성을 등에 업고 돈이나 좀 벌어볼까 하는 심보로밖에 안 보이는 후작들이 마음에 와닿을 리 만무하다.
앞으론 공포에 면역된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날 것이므로 공포영화 감독은 꽤 애를 먹을 것 같다.
<고양이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유키의 앞날은?(주온 비디오판)> |
<비디오판의 원조 토시오!(주온 비디오판)> |
‘주온’이 나름 인기를 얻은 이유엔 창백한 알몸에 흰 팬티만 입고 나온 토시오의 변태스러운 위력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단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기존 공포영화의 스토리텔링과는 확연하게 다른 (마치 옴니버스 영화처럼) 한 인물씩 끊어가는 이야기 전개 방식이 긴장의 끈을 놓을 틈을 주지 않는다. ‘그래도 주인공 한 사람 정도는 어떻게든 살아남겠지.’하는 수많은 공포영화 감상 경험에서 비롯한 관객의 안일한 기대에 야멸치게 응수하는 무지막지한 결말은 넋을 놓게 만든다.
이 두 요소는 끝까지 유지되는데, 시간을 살짝 엇갈리게 구성한 개인 에피소드들은 다분히 미스터리적인 흥취도 있어 감상의 또다른 묘미다.
<그 집에서 ‘납량 특집 방송’ 따위를 찍고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으냐!(주온 극장판2)> |
<죽어가는 엄마를 거리에서 죽은 개 보듯 쳐다보는 딸(주온 극장판2)> |
일부 관객은 다짜고짜 죽이기만 하는 흉악한 귀신과 어떤 식으로든 저주와 연결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막다른 결말이 못마땅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공포영화들이 ‘저주와 원한’을 다분히 감상적인 소재로 다뤘기 때문이다.
‘저주와 원한’을 다룬 공포영화들 대부분이 교과서처럼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고로 시작이야 어찌 되었든 결말은 주인공이 생사를 넘나드는 개고생 끝에 원한을 풀고 저주를 해결해서 죽음의 사슬을 끊는 것으로 매듭짓기 일쑤다.
이러한 결말이 가능한 것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만능주의와 사람에게서 파생했다는 이유로 저주나 원혼을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처럼 감정을 가진 인격체로 대하는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그런 설정이 감동적이기도 하고 연출과 이야기에 따라 충분히 재밌을 수도 있지만, 때론 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에다가 감정에만 호소하는 듯해 싫증이 날 때도 있다.
<가장 낮은 평점이지만, 개인적으론 감명 깊었던 「주온 - 원혼의 부활」> |
<「주온: 더 파이널」은 오노 노노카 때문에 초집중!!!> |
만약 정말로 저주가 존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사무치는 원한이 한자리에 고이고 고여 일종의 힘처럼 응집된 에너지일 것이다. 온도, 압력 등의 기울기 차이로 만들어진 허리케인이 인정사정없듯 저주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죽어 온데간데없는 상태에서 그가 남긴 어두운 에너지인 저주는 허리케인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쓸어갈 뿐이다. 올가미처럼 조여오는 저주 앞에서 눈물 콧물 짜며 살려달라고 암만 빌어봐야 다가오는 허리케인을 앞에 두고 고사 지내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저주는 허리케인처럼 목적이 없다. 그저 힘이 다할 때까지 부수고 부술 뿐이다.
끝으로 비디오판과 극장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등장하는 여배우들의 미모다. 「주온: 더 파이널(呪怨 -ザ・ファイナル-)」 같은 경우는 토시오와 가야코 모자가 물릴 대로 물린 상태더라도 오노 노노카(小野乃乃香) 등 미소녀 배우만을 관람하는 재미만으로도 추천하고 싶다(오노 노노카가 등장하는 또 다른 공포 영화를 보고 싶다면, 「학교생활!(がっこうぐらし!)」 )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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