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감 메그레(Maigret ,2016) | 빈티지한 도시 풍경도 볼만한 본격 추리 드라마
<코믹 연기가 아닌 묵직한 경감 역으로 돌아온 로완 앳킨슨> |
인류 문명이 멸망될 때까지 숱하게 등장할 그 어떤 명배우도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미스터 빈(Mr. Bean)이라는 불후의 캐릭터로 샴페인 병에서 코르크 마개 뽑아내 내듯 인류의 배꼽을 ‘뻥’하고 따버린 로완 앳킨슨(Rowan Atkinson)을 오매불망하는, 한편으론 광신도들이 신의 재림을 갈망하듯 그의 새로운 작품을 염원하는 팬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당신도 그러한 마니아 중의 한 명이라면, 로완 앳킨슨의 코믹 연기가 아닌 중후한 형사 연기를 술에 취하듯 음미할 수 있는 「경감 메그레(Maigret)」를 마다하는 큰 실례를 범할 수는 없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경감 메그레」는 인간미는 없고 복잡하고 현란하기만 한 현대 과학 수사물에 싫증이 난 추리 마니아를 위한 본격 추리물이기도 하다.
<메그레 삼총사> |
<범죄 현장에 사소한 것은 없다!> |
갈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로 장식한 흰색 셔츠를 입는 미스터 빈으로 어른 속에 감춰진 유아적인 요소를 거침없이 드러냄으로써 인류를 포복절도시켰다면, 중절모에 파이프 담배를 지그시 문 신사 메그레는 옥스퍼드 전기 공학 석사라는 그의 학력을 뽐내는 듯한 날카롭고 대범한 추리로 홍시처럼 물러터지기 직전인 우리의 뇌에 지적인 탄력을 잠깐이나마 되찾아주는 강장제다.
「경감 메그레(Maigret)」는 물증에서 시작되는 본격 추리와 부족한 물증을 보완하기 위한 심리전이 상호작용하는 썩 괜찮은 추리 드라마로 갈색 머리 여자 연쇄살인, 부유한 농가 강도 살인, 보석 도난 살인 사건, 쇼걸 • 백작 부인 살인 사건 등 추리소설 제목으로도 안성맞춤인 네 가지 사건은 메그레 경감의 진득한 수사로 해결된다.
재미난 것은 네 사건 모두에서 미끼를 풀어 범인을 유인하는 작전을 사용한다는 것. 아마도 ‘유인 작전’이 메그레 경감의 특기인가 보다.
<마담, 당신은 무슨 범죄를?> |
<범인을 유혹하는 미끼로 자원한 아가씨들> |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애인의 밸런타인데이 선물보다 더 반갑고 기뻤던 미스터 빈 TV 방송의 영향이 컸던 때문일까?
비만 송충이 같은 눈썹을 지그시 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뜬금없이 발작을 일으켜 꿈틀대고 휘청거리는 광대 짓으로 또다시 우리의 배꼽을 노략질할 것 같은 마조히즘적인 망상을 떨쳐내기는 여간 쉽지 않다.
<1950년대 파리를 연기한 현재의 부다페스트> |
<저 강은 도나우강일까?> |
「경감 메그레(Maigret)」는 조르주 심농의 ‘메그레 시리즈’라는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제작했다지만, 소설로는 도저히 만끽할 수 없는, 드라마라는 영상 콘텐츠만이 선물할 수 있는 감상 포인트가 있다. 바로 로완 앳킨슨의 연기만큼이나 중후한 1950년대(정확히는 1955년?) 프랑스의 파리 풍경을 그윽하게 감상하는 묘미다.
영국인이 프랑스인을 연기하고 배경 역시 프랑스 파리로 설정한 드라마를 영국 방송사가 제작했다는 점도 다소 특이하지만, 영국인이 재현한 빈티지 빛깔의 도시 풍경은 잿빛 도시에 염증을 느끼는, 늘씬하고 세련된 맛은 나쁘지 않지만 편안함을 내동댕이친 현대적인 빌딩들로부터 자신들만의 독특한 건축 문화를 기꺼이 지키려는 유럽 도시에 막연한 동경심을 품은 나의 넋을 놓게 하는 또 다른 볼거리다.
그런데 실제 촬영 장소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란다. 아마도 너무 현대적으로 발전한 현재의 파리로는 도저히 1950년대 파리를 재현할 수는 없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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