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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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老子传奇) | 도가 어디 있냐고 묻걸랑

드라마 리뷰 | 노자(老子传奇, 2016) | 도(道)가 어디 있냐고 묻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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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老子传奇, 2016) | 도(道)가 어디 있냐고 묻걸랑

드라마 리뷰 | 노자(老子传奇, 2016) | 도(道)가 어디 있냐고 묻걸랑
<어린 노자, 아이들의 한결같은 분홍색 입술이 멋쩍다.>

도(道)가 어디 있냐고 묻걸랑, 중국에 있다고는 말하지 마세요.

중국에는 이미 공산도(共產道)가 장악하고 있거든요.

도(道)가 어디 있냐고 묻걸랑, 대자연 속에 있다고는 말하지 마세요.

대자연은 이미 쓰레기로 가득 찼거든요.

시련은 분노로 대하고 사사로운 정에 목숨을 걸고,

출세와 권력의 빛을 위해서 달려갑니다.

천지에 이기심이 서리고 도덕이 땅에 떨어질 때,

수많은 인민이 천하를 원망하며,

차가운 한 끼 밥과 쓰디쓴 술 한 잔을 위해,

하찮고 하찮은 이 한목숨 던져버립니다.

심심해서 드라마 「노자(老子传奇)」 OST의 가사를 패러디해 이도 저도 아닌 글을 끄적여 봤다.

드라마 리뷰 | 노자(老子传奇, 2016) | 도(道)가 어디 있냐고 묻걸랑
<청년 노자, 그리고 노자의 연인 같은 수제자 동심>

중국 드라마 중 사극 • 무협이 볼만한 것은 도시의 답답함과 피곤한 일상을 잠시나마 잊어버릴 수 있는 수려한 경치와 옛 분위기를 그럴듯하게 재현한 세트 때문이다(「청설루(听雪楼)」의 고아한 저택은 아직도 기억할 수 있다!). 한국의 사극은 한정된 자원과 협소한 세트장 때문에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거기서 거기다(그렇다고 특수효과 품질이 부족한 세트장을 커버할 정도로 훌륭하지도 않다).

하지만, 중국은 일단 물량으로 때우고 보는 발전 전략 때문에 창의력이나 연출력은 떨어질지라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스튜디오인 헝디엔(横店影视城) 같은 엄청난 규모(한국의 목포시 정도)의 촬영 장소가 있어서 아직은 볼 때마다 새롭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중국의 영화 산업은 땅이 넓고 자원이 넘쳐나서인지 돈으로 때우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그들은 드라마 한 편을 위해 기꺼이 새 영화 촬영소를 건설할 정도다(참고로 중국은 이렇게 건설한 스튜디오는 국가 AA급 관광 명소로 재활용한다).

드라마 리뷰 | 노자(老子传奇, 2016) | 도(道)가 어디 있냐고 묻걸랑
<노자와 어린 공자와의 첫 만남>

허난성(노자의 고향) 저우커우시 루이현에 있는 曲仁里涡水文化影视城(Qurenli Woshui 문화 영화 및 텔레비전 도시)는 드라마 「노자」를 위해 세워진 영화 스튜디오다(「少年诸葛亮(청년 제갈량)」이라는 드라마도 여기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별도의 촬영 장소 건설 등 수년의 준비 기간, 그리고 10년이라는 대본 완성 기간까지 더하면, 중국이 이 드라마를 위해 꽤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왜?

그 이유는 新浪娱乐评(시나 엔터테이먼트 리뷰)에 단적으로 드러난다.

“该剧作为首部展示老子一生的历史剧目,承载了推动社会主义核心价值观的功能(노자의 생애를 보여주는 최초의 사극으로 사회주의의 핵심 가치를 홍보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드라마 리뷰 | 노자(老子传奇, 2016) | 도(道)가 어디 있냐고 묻걸랑
<백성 앞에서 도를 강연하는 노자>

노자가 인류를 대표하는 성현이라는 데 동의하고, 노자 사상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심오함을 인정하는 나로선 노자의 생애를 재현했다는 데 이 드라마에 큰 가치를 두고 싶다.

몇몇 주요 등장인물들조차도 평균에 약간 못 미치는 연기력이니 조연이나 엑스트라의 연기는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조연이나 엑스트라는 시선 처리조차 안 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의 군대 사역에 끌려 나온 듯한 무성의한 연기를 마지못해 지켜봐야 하는 것도 고역이지만, 한편으론 그들도 나처럼 마지못해서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미치면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혹은 이들이 바로 정부의 값싼 ‘지원’일까? 아니면 스튜디오 건설에 너무 많은 돈을 쓴 나머지 제대로 된 배우를 고용할 돈이 없어 뭔 일인가 하고 구경하러 나온 마을 사람을 그 자리에서 고용한 것일까?

드라마 리뷰 | 노자(老子传奇, 2016) | 도(道)가 어디 있냐고 묻걸랑
<노자의 스승, 표정부터 범상치 않다>

더 가관인 것은 표정은 국어책을 읽는 것이 역력한데 더빙 목소리에는 제대로 감정이 실려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조화는 난생처음 경험한다는 점에서 색다르지만,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는 점에서 끔찍하다. 마치 돌부처가 표정은 그대로인 채 사람이 말하듯 감정을 실어 말하는 느낌이랄까?

그런데도 노자의 생애를 조명한 최초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추천할 수밖에 없는 괴이쩍은 작품이다. 또한, 철검이 아닌 청동검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21세기 기술로 재현한 기원전 시대를 감상하는 멋도 없지는 않다.

끝으로 노자는 사람은 타고 난 본성은 모두 같지만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마치 사람의 본성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진화심리학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이토록 위대하고 선견지명을 가진 성현을 한 명이 아닌 여럿 배출한 나라가 중국인데 오늘날 중국의 도덕은 노자의 바람대로 완성의 단계로 접어들었을까? 아니면 노자조차도 포기했던 희조(姬朝) 왕자처럼 될 대로 돼라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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