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4

스펙트로스 | 브라질의 명탐정 코난, 똘똘이 레우!

드라마 리뷰 | 스펙트로스(Spectros) | 브라질의 명탐정 코난, 똘똘이 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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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로스(Spectros, 2020) | 브라질의 명탐정 코난, 똘똘이 레우!

드라마 리뷰 | 스펙트로스(Spectros) | 브라질의 명탐정 코난, 똘똘이 레우!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이 인형 때문!>

강아지 귓바퀴에 콕 박힌 진드기처럼 지금 사는 곳에서 좀처럼 벗어나려 하질 않는 내가 정반대 편 나라에 있는 브라질의 드라마를 다 볼 수 있다니, 세상이 정말 좁아지긴 좁아졌다.

그런 소인배다운 감개무량과 한편으론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 드라마 첫 감상이라는 한가한 호기심에 이끌려 왓챠에서 콜드게임 패를 당한 것만큼 참혹한 평점을 기록한 드라마 「스펙트로스(Spectros, 2020)」를 봤다.

드라마 리뷰 | 스펙트로스(Spectros) | 브라질의 명탐정 코난, 똘똘이 레우!
<리베르다데의 빨간 도리이>

그 결과는? 감나무에 사과가 열리고 닭이 오리알을 낳는 것만큼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놀랍게도 볼만했다는 것!

그것은 드라마가 썩 잘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의사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은 말기 암 환자나 품을 듯한 체념과 담담함으로 무장한 텅 빈 마음으로 감상에 임한 나의 훌륭한 마음가짐 덕분이라고 감히 칭할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브라질 속의 일본’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게 만든 공로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으리라.

드라마 리뷰 | 스펙트로스(Spectros) | 브라질의 명탐정 코난, 똘똘이 레우!
<죽은 자를 이용하려는 사악한 주술사>

드라마의 무대가 되는 상파울루의 리베르다데(Liberdade)는 일본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일본인 공동체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LA의 코리아타운 같은 것?). 그것은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가로등, 빨간 도리이 등 거리 곳곳의 모습에서 쉽게 드러난다.

예상할 수 있듯, 드라마에서 죽은 자를 불러들이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원흉도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다. 드라마에서 일본인 역을 맡은 배우들도 리베르다데에 정착한 일본인들의 후손으로 여겨진다.

드라마 리뷰 | 스펙트로스(Spectros) | 브라질의 명탐정 코난, 똘똘이 레우!
<브라질의 코난, 똘똘이 레우>

드라마 「스펙트로스(Spectros, 2020)」는 어느 날 갑자기 도깨비처럼 불쑥 나타난 죽은 자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산 자를 놀라게 하는 소동에 운명적으로 말려든 5명의 청소년이 겪는 시련과 방황을 박진감보다는 풋풋함이 애절히 넘치는 장면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 훌륭한 청소년들은 감히 죽은 자를 조종하려는 무시무시한 야망을 품은 주술사를 쳐부수는 동시에 얼떨결에 부활한 영혼들에 자유를 주면서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았던 도시에 소중한 평화를 가져온다.

저주 같은 구속으로부터의 해방, 여기엔 노예, 죄수 등 자유를 박탈당한 자들의 이승의 마지막 거처로 기능했던 음울한 역사를 간직한 리베르다데(Liberdade)의 과거도 마른 입술을 핥는 혓바닥의 까칠한 감촉처럼 살짝 느껴진다.

재밌는 것은 범죄율이 높은 나라답게 도시를 구하는 영웅적인 일의 선봉에 나서는 사람이 마약 판매상이라는 것이다. 친구들이 주술사와의 힘에 부치는 싸움에 목숨을 잃을까 두려운 나머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각자 살길을 도모하고자 리베르다데에서 도망치려고 할 때 지금까지 시시껄렁한 마약 판매상 역할을 묵묵히 고수해왔던 제카가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돌변하여 혼자라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훌륭한 의지를 소나기처럼 쏟아낸다. 약발이 아닌 맨정신으로 말이다!

드라마는 평범한 이야기를 마약에라도 취한 것처럼 제멋대로, 그리고 중구난방으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듯하지만, 그래도 나름 볼만한 것은 중국 마피아 밑에서 일하는 똘마니 파르디우의 어린 동생 레우 때문이다. 만화 명탐정 코난을 드라마나 영화로 개작한다면 코난 역에 가장 잘 어울릴 듯한 똘똘한 기운이 백두산 천지 위를 유령처럼 배회하는 짙은 안개처럼 사방팔방으로 서리는 레우의 영특하고 귀여운 활약상이 끝끝내 카스텔라처럼 부드럽고 남자의 그곳처럼 연약한 나의 마음을 붙잡고 늘어지니 사람의 탈은 쓴 이상 이를 어찌 배반할 수 있을쏘냐. 개천에서 용으로 태어난 레우 때문에 한국에서 고만고만하게 태어난 내가 감격해 마지않게 된 격이니 왠지 용의 비늘이라도 본 듯 알딸딸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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