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취등: 기묘한 이야기(鬼吹灯之牧野诡事, 2017) | 두 여전사의 늘씬한 다리 대결!
<이 두 사람은 드라마를 봐달라고 유혹하는 듯하지만> |
「귀취등」 시즌 1의 12편에는 가짜 골동품을 팔지만, 행색은 불량배에 가까운 호천(胡天)이 20여 년 전에 자신을 버린 것으로 알고 있는 부모님의 행방을 찾아 항우의 무덤 폐왕총을 찾으러 간다는 줄거리다.
어마어마한 인물이 잠들어 있는 어마어마한 전설 속 무덤을 도굴하러 간다는데, 혼자 갈 수 있겠는가? 카메라를 삼켜버릴 듯한 큰 입을 가진 호천은 자신을 삼촌으로 따르는 귀여운 척 애쓰는 노력이 눈물겨운 아가씨 소금아(小金牙), 만사를 몸으로만 때우려고 하는 있으나 마나 한 저돌적인 절친 왕요(王耀), 별똥별처럼 갑작스럽게 나타나 호천에게 부모의 행방을 찾도로 계시한 까칠한 여자 빙윤(冰轮)과 그녀의 아빠이자 고고학자인 손 교수, 그리고 호천이 가진 목걸이 명월석을 호시탐탐 노리는 방정맞은 재벌 2세 뇌려(雷厉)가 함께 한다.
<주인공 호천은 그런 것 같지가 않다> |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시즌 1의 마지막 편 감상을 이제 막 마친 나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예기치 않게 수영복 밖으로 빼꼼히 삐져나온 굵고 짧은 털과 마주친 듯한 민망함을 대수롭지 않게 폭격하는 이 드라마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유랑지구」라는 ─ 다른 것을 몰라도 특수 효과 면에서는 ─ 놀라운 영화가 탄생하기 딱 2년 전인 2017년 드라마에 심형래 감독의 위대한 작품 「용가리」보다 심하게 덜떨어진 괴수와 재회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정말로 이런 영상은 기대하지 않았고, 기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모여라 꿈동산'을 봤을 것이다.
<그나마 두 미녀의 대결이 볼만하다고 해야 하나?> |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 EBS의 어린이 프로보다 크게 나을 것인 없는 특수 효과, 진지함을 잊은 듯한 배우들의 뜬구름 같은 연기 등이 뒤섞여 일으키는 감흥은 보통의 모험 • 판타지 장르가 기꺼이 부흥시키기 마련인 천진무구함과 낭만으로 그윽한 동심이 아니라 보는 이의 정신을 몇 등급 하락시키는 극단적인 유치함이다.
낮은 제작비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판타지 장르의 생명인 특수 효과를 무시한 결과이기도 하니 누구를 탓하기도 어렵다.
<고고학 현장 실습에 억지로 끌려 나온 듯한 분위기> |
한국 배우 강한나가 중국산 짝퉁 라라 크로프트 빙윤의 맞상대 역인 여야화(黎若花)로 등장하면서 본의 아니게 펼쳐지는 한국 여배우와 중국 여배우의 늘씬한 다리 대결이 유일하게 볼만했다. 하지만, 굳이 이 주제를 한참 벗어나는 ‘다리 대결’ 때문에 「귀취등」을 본다면, 바짓가랑이를 답삭대더라도 만류하고 싶다. 혹은, 넓은 땅 때문인지 아직 감탄할만한 빼어난 자연이 질투 나도록 남아 있는 중국의 강산 때문에 본다면, 뒤통수라도 후려쳐 시선을 유튜브로 돌리고 싶다.
내가 왜 굳이 귀중한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하며 이 글을 쓰겠는가? 그것은 주체해야만 하는 호기심 때문에 이 글을 찾아온 사람들을 작은 깨달음으로 이르는 광명의 길로 인도하여 굿이 똥을 맛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똥 맛을 예상할 수 있는 식견을 제공하고자 함이 아니었던가?
부디 나의 변변치 못한 글이 「귀취등」과 관련한 모든 상념을 영원히 잠들게 하는 마법 같은 효력이 깃들기를 간절히 바라는 일념으로 이 글을 마치련다.
참고로 드라마 「귀취등」의 원작은 작가 장무예(张牧野)의 동명 인터넷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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